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MBC의 법률 대리인 김광중 변호사에게 위자료 7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유정훈 판사는 지난 28일 김 변호사가 유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선 국면이던 지난해 1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는 MBC의 ‘김건희 7시간 통화녹취’ 보도를 막아달라고 방송금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해 1월14일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김씨가 서울의소리 기자와 나눈 통화 내용 가운데 본인이 수사받는 사건에 관해 발언한 것은 방송해선 안 된다는 결정이었다.

이후 방송금지된 김씨 발언 내용이 적힌 가처분 결정문 별지가 기자들에게 공유됐는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이었던 유 의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가처분 사건의 MBC 법률대리인 김광중 변호사를 특정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와 MBC 제작진이 방송이 금지된 내용을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거나 유출시켜 법원 결정 효력이 사실상 무효화했다는 주장이다. 

▲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사진=유상범 페이스북.
▲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사진=유상범 페이스북.

반면 김 변호사는 “의뢰인인 MBC에 가처분 결정문을 보고했을 뿐 이를 기자들이나 외부에 유출한 바가 없다. 유 의원은 내가 가처분 결정문을 기자들에게 유포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 의원을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이 김 변호사를 고소한 사건은 지난해 8월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이, 지난해 9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혐의없음)이 나왔다. 검찰은 의뢰인인 MBC의 법무팀 직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 결정문을 업로드한 것 외에 타인에게 유출한 적 없다는 김 변호사 주장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다.

카카오톡 단체방에 있던 MBC 법무팀장이 가처분 결정문을 MBC 공영미디어국장에게 전달했고 공영미디어국장이 이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던 것. 이 과정에 김 변호사가 결정문을 유출했다거나, MBC 직원에게 유출을 허락했다거나, MBC 직원이 김 변호사 허락을 받아 유출했다고 볼 정황은 없다는 결론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유정훈 판사는 “피고(유상범)는 원고(김광중)가 MBC 직원들과 공모 또는 방조했는지, 아니면 직접 배포·반포 행위를 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원고나 MBC 직원들에게 직접 연락함으로써 유출 경위를 확인하거나, 원고가 직접 유출한 것인지, MBC 직원들에게 유출을 허락한 것인지 또는 유출 여부에 관해 조언했는지 등을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이 가처분 결정문 최초 배포자를 찾으려는 최소한의 확인 행위도 하지 않고 허위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유 판사는 “피고는 MBC 방송금지 가처분과 김건희 녹음파일 공개 여부에 첨예한 대립이 발생하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보도 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원고가 입게 될 상당한 사회적 평가의 저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김 변호사가 결정문 일부를 유포했다는) 적시 사실에 대해 더 충분한 조사와 객관적이고 합리적 자료 뒷받침이 있는지 판단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유 판사는 “피고 행위로 인해 원고가 사회적, 직업적으로 상당한 비난에 직면함으로써 겪었을 정신적 고통의 정도가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원고가 MBC 직원들에게 가처분 결정문 전문을 배포할 경우 위험성에 대해 조언하거나 결정문에 기재된 자신의 성명이 노출됨으로써 본인에 대한 민형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시켰어야 하는데도 이를 하지 못한 사정도 존재한다”고 했다. 유 판사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참작, 유 의원이 배상해야 할 위자료는 700만 원이라고 판결했다.

▲ 지난해 1월16일 MBC 탐사보도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김건희씨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2021년 7월1부터 12월까지 52차례 나눈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 지난해 1월16일 MBC 탐사보도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김건희씨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2021년 7월1부터 12월까지 52차례 나눈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김 변호사는 29일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대선 국면에서 나를 지목해 허위 내용으로 고발하고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MBC 보도에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인식을 주기 위해 그런 무리수를 뒀다고 생각한다”며 “대선이 끝나고 (국민의힘 측에서) 소 취하하자고 연락이 왔는데, 이미 나는 온라인상에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인물로 낙인 찍혔다. 한마디 사과나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소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훼손된 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선거 때마다 허위 고소를 남발하고 언론플레이로 국민을 속이는 정치인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며 “법원이 판결한 배상액이 기대보다 적어 항소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도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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