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플이 만든 거품’ ‘제왑 언플(소속사 JYP 언론플레이) 징하네’ ‘영화 폭망 퇴물’ 등의 표현은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피해자의 공적인 영역에 대한 비판으로 표현의 자유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냥 국민○○○’ 부분은 (피고인에 무죄를 내린) 원심(현재의 재판보다 한 단계 앞서 받은 재판)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3일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저널’에 <여성 연예인에 대한 ‘국민○○○’ 댓글과 모욕죄 판단 : 대법원 판결의 의의>를 주제로 글을 썼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연합뉴스

“언플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 “영화폭망 퇴물 수지를 왜 ○○한테 붙임? 제왑 언플 징하네”. 2015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당시 30대 남성 이아무개씨는 포털이 제공한 뉴스 댓글란에 댓글을 달았다. 연예인 수지(본명 배수지)씨는 해당 댓글을 작성한 익명의 사람을 모욕죄로 고소했고, 대법원은 “그냥 국민○○○”라는 댓글은 부분은 모멸적인 표현으로서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28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연예인 수지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문제가 된 표현은 크게 △거품 △국민○○○ △영화 폭망 △퇴물 등 네 가지다.

앞서 검찰은 문제가 된 표현 4개 모두 모욕죄가 인정된다고 보고 이씨에 대해 벌금형의 약식명령(정식재판 없이 비교적 경미하게 처벌되는 형사 처벌)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씨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2017년 11월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이규)가 이씨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문제가 된다고 봤던 4개 표현 모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연예인 등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에 대한 모욕죄를 살필 때 비연예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며 ‘국민○○○’라는 표현에 대해 “과거 피해자의 열애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어 피고인(이씨)이 이를 기초로 ‘국민여동생’이라는 홍보문구를 비꼰 것”이라고 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지난 23일 ‘KISO저널’에 “1심 법원은 4개의 표현이 모두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라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연예인’이라는 점, 표현 방법이 ‘인터넷 뉴스에 대한 댓글’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표현의 자유 보호 영역에 있지 않다고 봤다”고 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이승선 교수는 “항소심 법원은 연예인 등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에 대한 표현의 모욕죄 여부는 비연예인에 대한 표현과 언제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기본으로서 표현의 자유, 연예인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정도, 연예인 소속사는 스스로 대중의 관심을 추구하고 관리하는 점, 인터넷 뉴스의 댓글이라는 매체적 특성, 그 시대의 일반적인 사회 통념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항소심은 모욕죄와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으므로 대중의 관심사에 대한 비판·풍자·패러디를 모욕죄로 형사처벌 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미디어오늘.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미디어오늘.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표현들은 모욕죄가 아니더라도 ‘국민○○○’ 댓글은 모욕죄라고 판단했다. 이승선 교수는 “그냥 국민○○○ 부분은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표현의 사용 경위와 맥락, 구체적인 내용을 종합할 때, ‘국민○○○’는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에 대한 모멸적 표현으로서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나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는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4개의 표현이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선 교수는 “‘국민○○○’라는 표현의 경우 피해자의 ‘○○○’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이라는 단어를 앞에 배치했고, 후단의 ‘○○’은 남성 연예인과 스캔들을 연상시키도록 사용했다고 대법원은 파악했다. 이는 ‘여성’ 연예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멸적 표현이라고 판단했다”며 “또 법원은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모욕적 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간주해 모욕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정당행위로 판단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시의 의미는 ‘판단의 신중성’에 대한 원심의 판시와 비교해 볼 때 더욱 두드러진다”고 했다.

모욕죄 발생 건수가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데 자율규제시스템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도 제언했다. 이 교수는 “정보통신망상에서 발생하는 모욕죄 사건의 증가가 가파르다. 즉 공권력에 의한 법적 처벌 장치만으로는 죄가 되는 인터넷상의 모욕적 표현을 억제시킬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용자나 사업자의 자율적 규제 시스템으로 ‘혐오 표현’이나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혐오 표현’의 문제를 대응하는 것이 더 현실적, 효율적일 수 있다고 본다. 포털 사업자들의 자율정책 기구인 KISO가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정보통신망의 혐오 표현에 대응하는 것은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5개의 기존 판결과 헌재 결정 1개를 인용했다. △모욕죄의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인지, 표현이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고려할 것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표현이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표현은 의견 표명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것 △다의적인 표현이나 신조어의 경우 표현의 경위·동기, 피고인의 의도, 표현의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 등을 고려해 용어의 의미를 확정한 후 모욕적 표현 여부를 판단할 것 △표현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으면 정당행위로 보고 모욕적인 표현의 맥락과 전체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당행위 여부를 판단할 것 △연예인 사생활에 관한 모욕적 표현을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모욕죄 구성요건을 부정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데 신중할 것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혐오 표현이 적지 않으므로 모욕죄가 혐오 표현에 대한 제한이나 규제로 기능하는 측면을 고려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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