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담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권한쟁의심판 결과 유효하다고 판단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책임론을 제기했다. 장관 탄핵까지 거론하자 한 장관이 맞대응하겠다며 설전을 벌였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형배 의원의 이른바 위장탈당 꼼수탈당에 대해 당 차원의 사과와 책임을 지는 게 우선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또다른 지도부 책임론에 휩싸였다.

한동훈 장관은 24일 ‘민주당 의원들의 법무부장관 탄핵 검토 주장 관련하여, 법무부장관의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는 법무부 보도자료를 통해 “자기편 정치인들 범죄수사 막으려는 잘못된 의도로,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 등 잘못된 절차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등 국민에게 피해 주는 잘못된 내용의 법이 만들어졌을 때,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법무부장관의 책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민주당은 작년부터 제가 그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버릇처럼 저에 대한 탄핵을 말해왔습니다만, 탄핵이 발의되면 당당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지난 23일 헌재 결정이 나왔을 때 헌재 결정에 존중한다면서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울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법무부 장관이자 검찰 출신인 한동훈 장관이 소송을 진행하며, ‘청구 자격’이 없다는 ‘기본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한 장관은 윤석열 검사 정권의 2인자라는 오만함과 권력에 취해, 국회 입법권에 대한 무도한 도전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로지 검찰 기득권 유지와 검사독재정권의 안위를 위해, 이 엄청난 국가적 혼란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의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권한쟁의심판 결과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리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의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권한쟁의심판 결과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리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박 원내대표는 “한 장관이 자진사퇴하지 않는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즉각 한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며 “아울러 하루빨리 불법 시행령을 입법 취지에 맞게 정상화하는지를,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도 명심하”라고 촉구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24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한동훈 장관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하라”며 “헌법재판소가 수사권 조정과 배분이 입법부의 권한임을 분명히 확인해주었는데, 한 장관은 오늘까지도 입장문을 통해 ‘자기편 정치인들 범죄수사 막으려는 잘못된 의도’라며 검찰개혁법의 입법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장관으로의 자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위법한 시행령부터 제자리에 돌려놓으라”고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유효하다는 결정과 함께 민형배 의원이 돌연 탈당해 무소속으로 안건조정위원으로 들어가 법안 처리하도록 한 것은 다수결에 의한 심의 의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민형배 의원과 민주당은 아직 이 부분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응분의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 이에 내부에서는 사과가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치훈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페이스북에서 “‘검수완박’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결과가 나오자 몇몇 의원들이 앞장서서 당시 법 통과를 위해 탈당했던 민형배 의원에 대한 복당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며 “저는 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성 부의장은 헌재가 민 의원의 ‘위장 탈당’ 논란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을 두고 “이번 판결이 법 통과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문제와 연관이 있는 민형배 의원 복당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이 높은 실력과 전투력을 언급하는 목소리를 두고 성 부의장은 “그럼 당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며 “절차적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당도 언젠가 소수당이 될 수 있다”며 “저들이 다수당이 되었을 때 똑같은 방법으로

법안들을 통과시키려고 할 때 우리는 무슨 명분으로 그걸 막을 수 있느냐. 현재의 사과가 미래의 우리에게 큰 명분과 힘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지웅 전 비대위원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검경수사권 분리 법안의 정당성을 헌재를 통해 인정받았다고 해서 이번 판결이 꼼수탈당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작년 4월 우리의 검찰개혁 명분이 아무리 옳았다 하더라도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키며 절차적 탈법을 저지른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권 전 비대위원은 “어물쩍 복당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작년 4월의 잘못은 인정하고 다시 그렇지 않겠다는 다짐을 공식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23일 오후 본회의를 마친 뒤 '검수완박' 탈당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23일 오후 본회의를 마친 뒤 '검수완박' 탈당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 내부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비판하지 않으면 바깥 사람들이 보기에 민주당은 바보들의 정당으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전 부대변인은 특히 당시 법사위 간사였던 박주민 의원이 24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그동안 꼼수라는 식으로 평가됐는데, 법안 통과를 위한 민 의원의 결단이었다고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힌 부분을 들었다. 하 전 부대변인은 “소관위원회 간사였던 (박주민) 의원도 책임감을 좀 느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을 ‘결단’이라 추켜세우고 말 일이냐”고 비판했다. 하 전 부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민형배 의원의 복당 문제는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밝힌 점을 들어 “문재인 정부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이 지난 정부 5년 내내 검찰개혁은 제대로 해내지도 못했고, 전임 검찰총장은 상대 당의 대통령으로 키워 준 상황까지 왔다면, 전임 법무부장관으로서 책임을 느끼셔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민형배 의원의 복당을 두고 “‘위장탈당’ 행위에 국민적 비판을 받았고, 헌재 판결에서도 잘못되었다고 결론이 났다면 당이 나서서 먼저 사과하고 국민께 양해를 구한 다음에 복당 얘기를 해야 순서에 맞지 않겠느냐”며 “두 분이 방송에 나와 벌써부터 민형배 의원 탈당을 두고 그 결단을 추켜세우며 복당 운운하면 국민들이 우리 당을 어찌 보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라는 이름을 가진 정당이 ‘민주적 절차’를 위반했다고 헌법재판소의 판정을 받고도 일언반구 반성하나 안 하는 집단이라고 하지 않겠느냐고도 반문했다.

그는 “국민 앞에 겸손한 태도를 보이며 신뢰를 회복해나가자고 나서서 독려해도 시원찮을 판에, 왜 이리 먼저 나서서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의 태도만 보이느냐”며 “이제 심판의 시간이 또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