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압박과 검찰 수사가 이어진 가운데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가 급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새노조는 정치권의 외압 문제와 함께 KT이사회가 무리하게 인사를 한 점을 비판하며 이사회의 책임도 물었다.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가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둔 23일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경림 내정자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KT를 향한 정부여당의 압박과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윤경림 내정자의 임명은 불투명했다. 주주총회에서 KT 대주주이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낼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해 KT이사회는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을 결정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 재공모가 치러졌다. 재공모에서 정부여당과 인연이 있는 후보자들이 탈락하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KT 대표이사 선임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KT를 ‘이권 카르텔’로 규정했다.

▲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KT 제공
▲ 윤경림 KT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KT 제공

최근 검찰은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구 대표 관련 불법 지원, 사외이사 접대 등 구 대표와 윤 내정자에게 제기된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KT 내부에선 ‘정치권의 압력’뿐 아니라 논란을 초래한 KT 이사회도 문제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

KT새노조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분명한 것은 이로써 회사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라며 “윤경림 자신이 후보를 수락한 게 무책임했던 동시에 이제 와서 사퇴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KT새노조는 “이 대혼란은 구현모 사장이 무리한 연임을 추진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KT이사회의 3번에 걸친 후보 선출 실패는 애당초 자기들의 인력 풀 내에서만 고르려는 아집 끝에 흠결이 이미 드러난 이들을 무리하게 뽑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KT새노조는 “지금껏 KT가 이권카르텔화되는 것에도 낙하산 천국이 되는 것에도 일관되게 반대해 온 우리 KT새노조는 이 대혼란을 초래한 이사회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또한 내부 이권카르텔화 의혹에 대해서도 이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간사는 “KT 대표이사 선임 문제를 두고 윤석열 정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80년대로 돌아간 것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KT 등 민간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고 비정상적인 개입을 중단하기 바란다. 당장 힘으로 누르고 협박해 자리를 빼앗을 수 있겠지만 사필귀정, 국민과 역사로부터 심판받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사의설과 관련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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