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으로 지난해 9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TV조선이 689.42점으로 4년 재승인을 받았다. 기준점인 650점을 넘기고, 주요 항목에서 과락하지 않아 4년 재승인을 받은 것. TV조선은 6년만에 3년 조건부 재승인에서 벗어났다. TV조선은 2017년과 2020년에 각각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바 있다.

21일 오전 방통위는 회의를 열고 2023년도 TV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 4년 재승인을 의결했다. TV조선이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받은 689.42점은 역대 최고 점수다.

▲TV조선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TV조선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방송심의 규정(공정성·대담토론프로그램 등·객관성·인권보호·윤리성·품위 유지 등) 및 선거방송심의 규정(전국단위 선거와 재보궐 선거 포함)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 △윤리강령, 취재보도 준칙 등 내부 규정을 위반한 PD와 기자 등을 엄격히 징계하는 내부 규정을 확정해야 하는 조건 등이 부가됐다.

또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공적책임, 공정성 진단을 수행하는 외부 전문 기관을 투명하고 공개된 공모 절차를 통해 선정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방통위에 제출하도록 권고 사항을 부가했다.

문재인 대통령 추천 김창룡 위원은 “점수가 높게 나온 점은 고무적이다. 조건과 권고 사항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평가한다. 여전히 미흡한 분야인 윤리강령 및 보도준칙을 지키는 게 중요한데, TV조선 기자가 과잉 취재해서 취재보도준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금품수수를 받은 의혹이 있는 TV조선 앵커에 대한 윤리 강령 적용이 흐지부지 됐다. 윤리위원회를 개최했다고 하는데, 법적 판단을 받고 난 뒤 살피겠다고 했다. 취재보도준칙과 윤리강령은 자율규제다. 자구책 차원에서 신속하게 취해야 하는 선행조치”라며 “윤리위원회를 활성화해 명실상부의 장치로 자리매김 하라는 주문”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위원은 “TV조선이 취재보도준칙과 윤리강령을 만들어 놓지만 말고 매년 간부들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반드시 상하반기나 분기별로 정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4월20일 방통위는 ‘TV조선 3년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며 모두 11개의 재승인 조건을 부가했다. 11개 조건 중 ‘방송 관련 학회 등 복수의 전문 외부 기관을 선정해 시사·보도프로그램 등의 공적 책임, 공정성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매년 1월31일까지 방통위에 제출하고 방송사 홈페이지에도 공개할 것’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해당 조건을 이번에도 조건으로 부가할지 권고로 부가할 것인지를 놓고 여야 추천 방통위원들이 부딪혔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위원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시기에 조선방송에 대한 재승인을 이야기한다. 2020년 재승인 과정에서 논란이 된 문제를 둘러싸고 사무처 직원들이 구속된 상황이다. 곧 재판이 열린다. 심사위원회 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단체들이 많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김현 위원은 “2020년 재승인 당시 조선방송 대표자는 복수의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객관성 진단을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진단을 받았지만 일부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분석하는 등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2022년부터는 전체 시사 프로그램을 평가할 것을 요청했다. 또 특정 학회가 분석한 내용이 객관적이지 않다고도 지적했었다”며 “공정한 공모 절차를 거쳐 외부 기관을 선정해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건’ 부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 위원은 “이번 재승인에서 2020년 재승인과 비교할 때 조건과 권고 사항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했다. 민영 방송사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 민영 방송사에 대해서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시장경쟁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조건에 대해 ‘권고’로 부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상혁 위원장이 해당 조건을 ‘권고’ 사항으로 부가할 것으로 정리했다. 한 위원장은 “위원회가 외부 전문 기관으로부터 진단을 받으라고 2020년 조건으로 부가한 것은 내부의 시각만으로 프로그램을 바라보지 말고 외부로부터 객관적 시각으로 진단받으라는 취지였다. 심사위원회도 그런 차원의 문제 의식이었다. 매년 공정한 공모 절차를 통해 복수의 기관을 선정해 프로그램을 진단해달라”며 “결론적으로 제 의견은 심사위원회 의견에 따라 강화된 내용을 권고 사항으로 넣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TV조선은 2014년 첫 재승인 심사 때 684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탄핵 국면에서 치러진 2017년 재승인 심사에선 625점을 받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2020년 재승인 심사에선 653점을 받아 650점을 넘겼지만 ‘공적 책임’ 항목(210점 만점)에서 기준점인 50%에 미달하는 104.15점을 받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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