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대표이사 김차수)가 최근 기자들이 사용하는 법인카드 내역 2월 한 달 치를 들여다보고 몇몇 기자들에게 사용 내역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는 절차를 가졌다. 2022년 임금협상 소급분을 주겠다는 공지 이후 곧바로 이뤄진 법인카드 사용 내역 조사에 채널A 기자들은 반발하는 모양새다.

채널A 기자들은 “휴일이나 대휴 날 취재원을 만나서 취재하는 경우도 잦은데, 취재를 소극적으로 하라는 것이냐”며 입을 모았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윤수현 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윤수현 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윤수현 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윤수현 기자.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3일 채널A는 2022년도 임금협상 타결에 따른 소급분을 17일 일괄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소급분 지급 공지 직후인 13일 오후 채널A 부서장들이 돌연 △주말이나 대체휴일 날 법인카드 사용을 자제하고 △낮 시간대 택시는 긴박한 상황이 아니면 이용해선 안 되고 △부서별 간식비도 줄일 것 등을 공지했다.

다음 날인 14일 채널A 재무팀은 각 취재부서 행정 직원들을 통해 휴일이나 대체휴일에 법인카드를 사용한 기자들을 따로 부르기 시작해 법인카드 내역 중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소명시키기 시작했다.

채널A의 식대 상한선은 7000원이다. 통상 채널A 기자들이 영상취재기자와 오디오맨, 운전기사까지 법인카드를 사용해 밥을 사는데, 4명 기준 2만8000원만 사용할 수 있다. 또 채널A 기자들은 취재현장으로 급히 가야할 경우 법인카드를 사용해 택시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채널A의 A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법인카드로 쓸 수 있는 한 끼 식사 비용이 7000원이다. 7000원으로 끼니 해결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영상취재기자, 오디오맨, 운전기사 형님까지 저희가 다 밥을 사는 게 관례가 됐다. 그럴 땐 영수증에 취재원을 적어 내기도 했다. 자회사 인력들의 열악한 처우(저임금)를 본사 기자한테 떠넘기고 있는 구조인데, 그동안 해오던 걸 갑자기 문제 삼으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A기자는 이어 “쉬는 날 사람 만나는 걸 용인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져서 사실 불만이 크다. 김영란법 취지상 취재원이 밥 사면 커피도 사고 해야 한다. 때로는 지구대나 파출소에 빵을 사들고 가서 인사를 드릴 때도 있는데, 소속된 사람들 직급과 이름을 일일이 다 알아내겠다고 하면 상대방이 꼴랑 2000원짜리 빵을 받고 얼마나 황당하겠냐. 일일이 이름을 다 기재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채널A의 B기자도 “(법인카드 사용이) 과도기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사측도 7000원이 너무 적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거로 안다. 7000원을 8000원으로 올리든 9000원으로 올리든해야 한다. 과도기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 같다”면서도 “거짓으로 적는 건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B기자는 이어 “대휴나 휴일 날 취재원을 만날 때 법인카드를 못 쓰게 하는 건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 휴가 내고서도 취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하는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인카드 내역 조사 및 사용 자제 지시를 내린 이유와 식사비용이 비현실적이라는 내부 지적’에 대해 채널A 측은 16일 미디어오늘에 “채널A는 기자들의 취재 활동 및 취재원과의 만남에 드는 실경비를 법인카드 및 취재장려금을 통해 보전하고 있다. 활동과 경비의 상응 여부 확인은 모든 기업의 회계 관리 기본으로 지출 자료 증빙이 누락 또는 불일치 할 경우 이에 대한 보완요청은 통상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채널A 측은 이어 “귀사의 질의는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 또한 다수 포함하고 있다. 만약 귀사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 없는,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을 보도해 당사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6일 채널A와 채널A노동조합(위원장 이현용)은 2022년도 임금·단체협약에 관한 노사 합의서에 서명했다. 지난해 2월 협상을 시작한 이후 1년만에 타결된 것. 채널A 노사는 2022년 총 연봉을 3.8% 인상하기로 했다. 2021년 기본 연봉 대비 3.5%를 인상하고, 사원별 연봉 조정을 거쳐 2022년 4월1일부터 임금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0.3%는 성과연봉이다.

지난달 17일 발행된 ‘채널A와 나의 이야기’ 노보를 보면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폭의 임금 인상이다.

그러나 노보는 “이번 임단협은 해를 넘겨 타결됐다. 지난해 2월 협상 개시 이후 이례적으로 1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대표적인 이유로 흑자 전환한 해를 바라보는 노조와 사측의 시각차가 컸다. 회사가 유례없는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노조가 바라는 임금 인상률과 회사가 제시하는 임금 인상률에 차이가 컸다”면서도 “노사는 서로 협상 의지를 갖고 접점을 맞춰갔고, 결국 합의에 이르게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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