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재승인 심사 결과 역대 최고 점수 689점을 받은 TV조선에 보도 관련 재승인 조건을 확대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는 오는 22일이나 29일 중 TV조선 재승인을 의결할 계획인데, 위원들은 ‘조건 및 권고사항’에 대한 논의 중이다.

위원장 포함 야권 추천 방통위원들은 TV조선 재승인 조건에 2020년 재승인 당시 부가됐던 ‘방송심의 규정(공정성·대담토론프로그램 등·객관성·인권보호·윤리성·품위 유지 등) 및 선거방송심의 규정’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선거방송심의 규정’ 위반의 경우 그동안 전국단위 선거만 적용했는데, 이번에는 ‘재보궐 선거’까지 포함하는 방안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 4사. 디자인=미디어오늘.
▲종편 4사. 디자인=미디어오늘.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정명령을 받으면 재승인 심사 항목 중 ‘방송평가’ 항목에서 감점된다.

종편 4사(TV조선·채널A·JTBC·MBN)는 2020년 4월(TV조선·채널A)과 11월(JTBC·MBN)에 각각 재승인을 받으면서 일괄적으로 ‘방송심의 규정’ 및 ‘선거방송심의 규정’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 매년 5건 이하로 유지 조건을 부가 받았다. 이 조건은 지상파와 보도전문채널을 제외한 종편에만 부가됐다.

종편을 포함한 방송사들은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종편 A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지난해 나온 재허가·재승인 기본계획이나 올해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조건을 간소화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내용과 달리 조건이 줄어들지 않을 수 있어 우려가 있다”며 “재허가·재승인 조건이 연말에 치러질 지상파 재허가 심사 등에도 일관되게 적용돼야 하는데 사업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일관성이 지켜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종편 B관계자도 13일 “조건에 붙으면 관리 감독과 이행 점검까지 받아야 해서 행정적인 업무가 상당히 늘어난다”며 “공무원들은 한 번 부과된 조건은 빼지 않으려고 한다. 종편 출범 이후 3번째 재승인을 거쳤는데, 조건이 단 한 번도 줄지 않고 꾸준히 늘었다”고 지적했다.

오보·막말·편파 관련 ‘방송심의 규정 및 선거방송심의 규정 위반 법정제재 5건 이하 유지’ 조건에 대해 종편 B관계자는 “일부 종편의 정치적인 보도를 바로잡는 데 효과가 있었다. 다만 특정 회사에 대한 조건이, 네트워크 형태가 같다는 이유(같은 종편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하게 걸어버린다. 이런 식으로 부과되는 공통 조건이 한 두개가 아니다. 방송 시장 자체를 경직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이 조건 역시 마찬가지로, 한 번 부과된 이후 방송사들이 오랫동안 개선 노력을 했고 실제 개선이 됐음에도 계속 부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C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자율에 맡기는 게 가장 좋지만, 초창기 종편을 생각해보면 오보·막말·편파 방송을 해왔다. 욕망을 향해 달려갔다. 선정적인 방송을 하면 시청률이 더 나오고 광고로 이어진다. 의무 조건을 부가한 재승인을 거치면서 좋아진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지속해 부가하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 신생 언론사일 때는 방통위가 인큐베이팅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는 안정화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나. 종편 스스로가 자기 책임성을 가질 때가 됐다. 퀄리티 낮은 방송은 시장이 알아서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3사 사옥. 디자인=미디어오늘.
▲지상파 3사 사옥. 디자인=미디어오늘.

심의제재 관련 재승인 조건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최성준 방통위원장 체제인 2017년 처음 부가됐다. 당시 종편의 오보·막말·편파 방송이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였다. 특히 TV조선과 채널A는 북한군이 5·18 민주화운동에 개입했다는 음모론을 보도해 논란이 됐다. 이런 가운데 TV조선이 합격점인 650점에 미달된 625점을 기록했고, 방통위는 재승인 거부 대신 심의 제재 관련 재승인 조건을 마련해 종편에 일괄 적용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법정 제재 4회 이하 등은 종편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지키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재승인 이후 TV조선의 심의 제재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2020년 재승인 이후 3년 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정연주)로부터 받은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는 4건에 그쳤다.

다만, 2020년 TV조선은 법정제재가 5건을 넘자 소송을 제기해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소송을 제기하면 확정될 때까지 제재 숫자에 반영하지 않는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재승인 조건조차 지키지 않는 함량 미달 방송사를 계속 방치한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직무를 유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TV조선의 재승인을 당장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방통위가 구성한 ‘2023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회’는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심사를 진행했다. TV조선은 2014년 첫 재승인 심사 때 이후로 사상 최대치 재승인 점수인 689점을 받았다.

TV조선은 2014년 첫 재승인 심사 때 684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탄핵 국면에서 치러진 2017년 재승인 심사에선 625점을 받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2020년 재승인 심사에선 653점을 받아 기준점인 650점을 넘겼지만, ‘공적 책임’ 항목(210점 만점)에서 기준점인 50%에 미달하는 104.15점을 받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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