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과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목동 CBS를 찾아 최태경 아나운서의 정상 복직을 요구하며 김진오 CBS 사장 면담을 촉구했다.

언론노조와 ‘경남CBS 아나운서 원직복직 대책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목동 CBS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태경 아나운서를 ‘꼼수’ 복직시키고 인권침해 일삼는 CBS를 규탄한다”며 “김진오 사장은 이제라도 면담 자리에 나서라”고 밝혔다.

CBS는 2021년 말 총 7년여 일해온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경남CBS 측은 ‘정규직 전환 우려 탓에 2년 이상 일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밝혔다. 이후 경남지노위와 중노위는 최 아나운서의 노동자성을 확인하고 CBS에 복직을 명령했다. 그러나 CBS는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복직한 최 아나운서와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업무 지시 방식을 바꿔 노동자성 지표들은 없애면서 ‘무늬만 복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1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정상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 주최로 14일 열린 ‘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정상 복직 촉구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 주최로 14일 열린 ‘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정상 복직 촉구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노조와 대책위는 “김진오 사장에게 엄중 경고한다. 지금이라도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는 단협 위반과 근로계약서 미작성을 포함한 법 위반 사례를 하나하나 따져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나운서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노사 단체협약(32조, 비정규직 채용의 제한)을 맺고도 최 아나운서를 채용했다 해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 아나운서와 광주MBC 김동우(가명) ‘무늬만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지난 13일 사측의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대해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출했다. 언론노조는 공문 등을 통해 김진오 사장과 면담을 수 차례 요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 CBS 경영진이 한 노동자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폭력 앞에 자사가 밝힌 ‘정도 언론’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은 뒤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유린당하고 있다. 사측에 의해 불리할 땐 노동자, 유리할 땐 사장으로 불리며 조롱 당하고 조리돌림 당한다. 적어도 사회정의를 외치고 약자를 보듬는다는 CBS에서 이런 작태를 반복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14일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정상 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14일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정상 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14일 언론노조와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 가 주최한 ‘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정상 복직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14일 언론노조와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 가 주최한 ‘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정상 복직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그는 “개인적으론 교섭 자리에서 만난 김진오 사장은 방송민주화 투쟁 과거사를 줄줄이 읊었다. 그런 (김 사장의) 회피가 언론민주화 투쟁의 당위성까지 허문다”며 “오늘 이 기자회견은 언론노조의 마지막 인내심이다. 조속히 대화의 장에 나와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당연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 끌기로 일관한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를 것”이라고 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최 아나운서는 “경남CBS에 첫 출근했을 때 정규직들만 수행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광고 편성 업무를 하루 다섯 번 이상 수행했다. 사옥을 옮길 때는 직원들과 함께 먼지를 마셔가며 이삿짐을 쌌고, 방송재허가 업무를 위해 회사에서 밤을 샜다”고 했다.

그는 “(‘프리랜서 복직’ 뒤) CBS는 경남CBS에 ‘최태경과 한마디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그렇게 저는 대답 없는 인사를 6개월간 반복했다. 오후 6시까지 근무도, 늘 참여하던 직원 예배도, 업무수행에 필요한 비품 사용도 모두 제지당했다”며 “달라진 근무환경 속에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견디기 위해 정기적으로 심리 상담까지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CBS 사람인 제가 CBS의 과오를 이렇게 드러내는 것은 제게도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 주최로 14일 열린 ‘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정상 복직 촉구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 주최로 14일 열린 ‘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정상 복직 촉구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광주MBC 김동우(가명) 아나운서의 노동자성 법률대리인 하은성 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는 현 상황을 “CBS 사태”라고 규정했다. “사측은 최 아나운서를 복직시키고 나서 오히려 ‘진짜 프리랜서’인 것처럼, 마치 그 전엔 노동자로 대우하지 않았던 것처럼 위장들을 하고 있다”며 “그 수많은 세월 동안 최태경 아나운서가 언제 그렇게 일했나.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결과가 잘못된 마냥 이를 악물고 거짓을 꾸며내고 있다”고 했다.

발언자들은 이날 CBS의 시간끌기 소송과 대응을 비판했다. 노동위에서 최 아나운서를 법률대리한 김유경 노무사(돌꽃 노동법률사무소)는 “회사가 이렇게까지 근거가 하나도 없는 대응은 지속하는 건 한 마디로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며 시간 끌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방송 제작 현장 비정규직들의 저항 물결은 이미 거대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하은성 노무사도 “울산방송과 YTN, 그리고 제가 대리하는 사건이 있는 광주MBC 등에서 사람들이 계속 싸우고 있다”며 “싸움은 커질 것이고, 방송사가 노동자의 이름을 빼앗는 이 관행이 정당하지 않음을 모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14일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정상 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14일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정상 복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가 지난 13일 서울 목동 CBS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다.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25일부터 경남CBS와 서울 CBS본사 앞에서 최태경 아나운서의 정상 원직 복직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가 지난 13일 서울 목동 CBS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다.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25일부터 경남CBS와 서울 CBS본사 앞에서 최태경 아나운서의 정상 원직 복직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반태경 언론노조 CBS지부장은 최 아나운서의 노동자성 문제와 관련해 “언론노조의 입장에 대해서 원론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성을 확인받은 최 아나운서의 노조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부에서 논의해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CBS 언론대응 담당자는 면담 요청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면담 요청을 포함해 모든 것에 행정소송 결과를 보고 액션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근로계약성 미작성 이유와 노동청 진정에 대한 입장에도 “시시콜콜 질문 하나에 답변 하나를 할 때는 지났다. 뭐든지 행정소송 결과를 본 다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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