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부 등이 변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대해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 말했다. 이번 조치가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윤 대통령은 ‘김대중·오부치 정신의 계승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등이 대선 때 외교정책이었다며 “공약을 실천한 것”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발언을 유튜브 쇼츠(짧은 영상)로도 제작해 공개했다.

13일 진보 언론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 기업의 불법성을 외면한 ‘해법’을 제시하자 곳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실었다. 반면, 보수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비판하면 일본에 있는 재일교포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싣고, 이번 해법을 ‘미래지향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13일 아침신문 1면.
▲ 13일 아침신문 1면.

경향신문은 3면 기사 <“소녀상 철거”·수요시위 방해…곳곳서 ‘역사 지우기’ 시도>에서 사회 곳곳에서 일제강점기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역사적 건물을 철거하는 등 퇴행적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외치며 ‘이제 그럴 만한 국력이 됐다’고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대일 메시지가 일으킨 파장이 여러 현장에서는 ‘역사 지우기’를 가속화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 한겨레 사진 갈무리.
▲ 한겨레 사진 갈무리.

위안부 성노예제 피해자의 상징인 소녀상을 철거하자는 주장과 수요시위에 대한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대표적이다. 기사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지난 7일 세종시 세종호수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소녀상은 그릇된 역사인식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투영된 증오의 상징물’이라며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3·1절 전후로는 소녀상이 훼손된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메시지와 조치들이 강제동원과 위안부 성노예제를 부정하는 일본 입장을 옹호하는 일부 세력이 득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 경향신문 3면 갈무리.
▲ 경향신문 3면 갈무리.

한겨레는 4면 제목을 ‘강제동원 ‘굴욕’ 해법’으로 정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기고문에서 “정부 해법은 식민지배 불법성을 전제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참사다”라며 “우리 사법부가 저지른 국제법 위반 상태를 우리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라며 일본 정부가 강요한 프레임을 그대로 따랐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우리가 잘못해서 망했다는 인식은 3·1절 기념사에 그대로 드러났다”며 “사실관계가 맞지 않을뿐더러 매우 정략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반일정서로 한일관계를 망친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반조국 정서’에 올라타 한일관계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누가 정치를 대일 외교에 이용하는가”라고 비판했다.

▲ 한겨레 4면 갈무리.
▲ 한겨레 4면 갈무리.

사설에서는 “윤 정부가 6일 강제동원 배상 ‘해법’안을 내놓은 뒤, 일본 정부의 ‘성의’를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참담한 모습”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국민 자존심을 짓밟은 이번 ‘해법’을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 포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어떤 ‘국익’을 얻는단 말인가. 오히려 한·미·일 안보협력이란 명분으로 미-일 방위체계의 하위주체로 한국이 편입돼 국제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 <“한국서 돌던지면 일본인 대신 우리 동포가 맞는다”>에서 재일대한민국민단의 여건이 단장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여건이 단장은 “한국에서 일본 욕을 하고 반대한다고 말하면 기분이 후련하겠지만, 그 피해는 누가 받을까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라며 “현해탄 건너편에서 던진 돌은 일본인에게 가는 게 아니라, 재일교포들이 맞는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1면 갈무리.
▲ 조선일보 1면 갈무리.

기사는 “우리 정부가 최근 양국 간 최대 현안이었던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 배상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뒤, 한국 내에서 반일(反日) 여론이 다시 일고, 일본에서도 맞대응으로 혐한(嫌韓) 분위기가 커지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건이 단장은 “일본은 서로의 잘잘못은 물에 흘려보내는 문화”라며 “전쟁에서 서로 죽이던 관계라도, 사죄할 때 한 번 받아들이면 모든 걸 흘려보내고 재차 문제 삼지 않는다”, “이런 문화가 세계에서도 통용된다고 믿는 일본인들로선 식민지 시대 사과했는데도 한국이 왜 ‘물에 흘려보내지’ 않고 계속 사죄를 요구하는지 이해를 못 한다”고도 말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 최훈 주필은 <최훈 칼럼>에서 윤 대통령의 강제동원 ‘해법’을 두고 “중도 온건 성향인 기시다 총리 때 풀고 가는 게 낫고, 그 시기는 지금이라는 게 현실적 판단이었다”고 했다. 최훈 주필은 “양국 모두 차분히 큰 성과로 키워가려는 미래지향, 대승적 안목이 필요한 시간”이라며 “큰 방향 물꼬의 주역을 자임한 윤 대통령 역시 성과를 위해선 야당을 포함한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옳다. 성공하는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설득’”이라고 했다. 과거사에 대한 굴욕적인 조치에 대해 긍정 평가하면서 우호적인 한일관계를 강조한 칼럼이다.

▲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갈무리.
▲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갈무리.

실리콘밸리뱅크 파산에 국내 금융 시장 타격 우려한 언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글로벌 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했다. 13일 아침신문들은 1면에 해당 소식을 전하며 국내 금융 시장이 받을 타격을 우려해 대응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 경향신문 사진 갈무리.

한국경제신문은 1면 기사에서 “총자산 2000억달러가 넘는 대형 은행의 갑작스러운 부도로 스타트업 업계에 돈줄이 마르고 제2의 금융위기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SVB 사태로 국민연금도 손실을 볼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SVB 모기업인 SVB파이낸셜그룹 지분 10만795주(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8일 267달러 선이던 SVB파이낸셜그룹 주가는 파산 소식이 전해진 9일 106.04 달러로 폭락했다. 이후로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라고 전했다.

▲ 한국경제신문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신문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이번 사태가 스타트업 업계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미국의 고강도 긴축은 한국 경제에도 큰 충격파가 된다. 미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는 원·달러 환율 불안으로 이어져 물가와 무역수지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SVB 붕괴 여파가 금융권으로 확산하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신축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은행은 환율, 자본 유출입 등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내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의 뇌관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유연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금융사 수익성 악화 등 금융 시스템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정부도 수출 활력을 높여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를 줄이는 동시에 환율 맷집을 키우고,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제어해 정책 여력을 확보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 한국경제신문 사설 갈무리.
▲ 한국경제신문 사설 갈무리.

서울경제도 사설에서 “SVB의 파산은 잠재돼 있던 고금리의 충격파가 미국을 진원지로 삼아 전 세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장”이라며 “고금리가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고 기업·개인의 대출금 상환 압박을 가중시키는 수준을 넘어 금융 부실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SVB의 파산으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줄도산하면 리스크는 금융권에 전이될 것이다. 게다가 대규모 실업 사태까지 발생하면 미국의 경기 호황도 끝나고 글로벌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깊게 빠져들 수 있다”며 “경제·금융 수장들은 12일 간담회를 열어 SVB 사태로 인한 국내 금융 시장의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신속히 대응하기로 했다. 우리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 서울경제 사설 갈무리.
▲ 서울경제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해외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주가 하락이나 환율 상승 등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불안으로 쉽게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도 최근 1년간 금리 인상 이후 금융환경 변화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불안 요소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SVB 폐쇄로 이 은행에 자금이 묶인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선정성 논란, ‘OTT 저널리즘 논의 필요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선정적 연출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다큐멘터리에도 ‘저널리즘의 원칙’을 적용해야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일보 양성희 기자는 <양성희의 시시각각> 칼럼에서 “프로그램의 사회적 파장, 성과와 무관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연출 태도는 논란거리”라며 “이 프로를 다 보고 나서도 정작 왜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사이비 종교가 활개 치는지, 그걸 용인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는 무엇인지, 교주의 성폭력을 신과의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가스라이팅(세뇌)은 어떻게 가능한지 등 본질적 질문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건 어찌 봐야 할까. 피해자가 동의했다 하더라도 제작진은 참혹한 피해의 전시·재연을 넘어 피해자 보호에 더 방점을 찍어야 했던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칼럼 갈무리.
▲ 중앙일보 칼럼 갈무리.

그러면서 “이걸 선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더 선정적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맥락이 제거된 채 자극적으로 소비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게 연출자의 윤리적 태도가 아닐까”라며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당한 피해자가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여전히 있다던데, 그것이야말로 사이비 종교의 작동 방식에 대해 이 다큐가 제대로 말해 주지 않았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OTT 저널리즘’에 주목했다. 20면 기사 <‘OTT 다큐’ 상업주의 논란…“심의 사각지대 해법 찾아야”>는 “이 시리즈는 정씨의 실체를 고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의 실제 음성이 담긴 녹취록과 피해자의 증언·영상 등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비록 ‘나는 신이다’ 시리즈가 유료 이용자 대상의 ‘19금’(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이지만, 지상파 방송사 등 대다수 언론이 지양하는 ‘범죄 수법에 대한 구체적 묘사’와 ‘피해 사실에 대한 전시’까지 허용된 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 한겨레 기사 갈무리.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범죄 실화 다큐멘터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건 피해자·관련자의 피해구제 수단이 마땅치 않은 현실도 지적했다. 기사는 “당장 넷플릭스만 하더라도 언론사가 아니기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똑같은 지상파 방송사 프로듀서가 소속사 아카이브를 활용해 제작한 다큐라 하더라도 오티티에서 공개하면 방송법에 따른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며 “국회와 몇몇 미디어 전문가는 오티티 산업 진흥을 위해 ‘최소 규제’의 원칙은 유지하더라도, 오티티 콘텐츠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생기는 피해구제 및 심의의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해법을 찾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아울러, 오티티 콘텐츠에 대한 사업자 자율규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기사에서 “정부가 사후 규제 등의 방식으로 콘텐츠 내용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보다, 사업자들이 스스로 자율규제 시스템을 만들어 콘텐츠를 평가하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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