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가 지역 언론 최초로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자 300만 명을 달성했다. 부산일보는 서울로 기울어진 디지털 공론장에서 서울 언론의 여론 독점 구조를 깨고, 지역의 목소리를 발 빠르게 전달하는 미디어 플랫폼 역할을 해내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부산일보는 2019년 9월 네이버 모바일 제휴사로 입점한 후 2020년 8월 구독자 100만 명, 2022년 4월 200만 명을 넘어 이달 17일 300만 명을 넘겼다. 현재 네이버 뉴스 채널에 입점해 있는 82개의 언론사 중 지역 언론사는 부산일보, 강원도민일보, 경기일보 등 총 12곳으로, 구독자 300만 명을 넘어선 곳은 부산일보가 처음이다. 

▲ 23일 부산일보 편집국 구성원들이 지역 언론 최초로 네이버 뉴스채널 300만 구독자 달성을 자축하는 행사를 가졌다. 사진=부산일보 제공.
▲ 23일 부산일보 편집국 구성원들이 지역 언론 최초로 네이버 뉴스채널 300만 구독자 달성을 자축하는 행사를 가졌다. 사진=부산일보 제공.

부산일보는 기사를 통해 “온라인 포털 중심의 국내 언론 지형에서 지역 매체는 그간 철저히 배제돼왔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중앙 언론이 여론을 독점하면서 지역의 정당한 목소리조차 전국 이슈에 묻히고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부산일보가 300만 구독자를 확보한 것은 지역 어젠다를 부산·울산·경남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수도권 편중 국내 여론 지형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한 지역 맞춤형 뉴스’는 부산일보가 꼽는 구독자 확보의 주된 이유다. 

부산일보는 서일본신문 취재진과 협업해 부산 영락공원에 40여 년간 방치돼 있던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을 최초로 발견하고 연속 보도를 통해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알린 ‘방치된 비극, 우키시마호’ 기획 등 지역에 특화한 심층 기획에 주력했다. 우키시마호는 광복 직후 한국인 강제 노역자를 태우고 일본에서 돌아오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폭침하며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낸 귀국선이다.

산복도로에 무료 빨래방을 열고 직접 주민과 만나며 부산의 근현대사를 기록한 ‘산복빨래방’, 부산 7개 지역 해녀 공동체의 삶과 문화를 기록한 ‘부산숨비’ 등 디지털 콘텐츠도 구독자를 모으는 데 한몫했다. 

▲ 산복빨래방을 만든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 모습. 왼쪽부터 이재화 PD, 김준용 기자(팀장), 이상배 기자, 김보경 PD. 사진=부산일보 제공.
▲ 산복빨래방을 만든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 모습. 왼쪽부터 이재화 PD, 김준용 기자(팀장), 이상배 기자, 김보경 PD. 사진=부산일보 제공.
▲ 해남 도전에 나선 부산숨비 취재진이 지난해 7월 기장 신암어촌계 해녀들과 물질을 마치고 찍은 사진. 사진=부산일보 제공.
▲ 해남 도전에 나선 부산숨비 취재진이 지난해 7월 기장 신암어촌계 해녀들과 물질을 마치고 찍은 사진. 사진=부산일보 제공.

부산일보는 앞으로도 지역 밀착형 콘텐츠 제작에 힘쓸 예정이다. 3월부터는 부산의 근현대사를 기사와 영상으로 풀어내는 ‘부산피디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부산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사건, 랜드마크 등을 소개하는 기획으로, 각 주제와 관련된 핵심 인물을 섭외해 영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선정된 주제를 기자가 큐레이팅해 전달한다. 부산피디아 콘텐츠를 모은 인터랙티브 홈페이지도 제작한다.

3월 ‘불멸의 투수 최동원 편’을 시작으로 ‘겨울철 대표 간식 부산어묵’ ‘BIFF의 아버지 김동호’ 등 다양한 주제의 기획도 다룰 예정이다.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 홈런을 얻어맞은 최동원이 포수에게 던진 말은?’ ‘부산어묵은 일본오뎅을 베꼈다?’와 같이 포털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지만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정보를 담아낸다. 

이밖에도, 온라인상에 근거 없이 ‘썰’과 ‘짤’로만 돌아다니는 정보들을 팩트체크하는 코너인 ‘궁물(궁금한 것은 물어본다)받는다’ 시즌2, 2030세대들이 관심 있게 본 하루치 뉴스를 퇴근길에 4컷 만화로 전달하는 ‘이슈네컷’도 연재할 예정이다.

▲ 사진=부산일보 제공.
▲ 사진=부산일보 제공.

김수진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28일 미디어오늘에 “큰 영광임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역의 입장에서 바라본 수도권, 지역 유지 심층 취재등이 부산 시민뿐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을 받아 온 결과라고 믿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 지역언론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편집국 내부 조직을 개편하고 있고, 차별화된 지역 기획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산닷컴(온라인 홈페이지)도 신문의 디지털 판이 아닌, 자체 디지털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 콘텐츠의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네이버라는 채널과 디지털 세상에는 ‘지역’이 따로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절반이 넘는 독자가 수도권 독자들”이라며 “전까지는 신문을 배포하는 지역에 따라 지역언론, 수도권 언론이 정해졌다면 현재는 경계가 사라졌다. 앞으로도 지역언론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국가적 사안에도 충분히 목소리를 내는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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