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의 장류 전문 제조업체인 삼화식품이 ‘반품 장류 재활용 의혹’을 제기한 연합뉴스·연합뉴스TV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지난해 1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과 달리, 지난달 2심은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기자가 공동하여 원고인 양병탁 삼화식품 회장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측은 일부 패소 후 재판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반품 장류 재활용 의혹은 삼화식품이 유통기한이 지나 반품된 제품을 재가공해 유통했다는 내용이다. 연합뉴스는 2020년 1월23일 삼화식품 전·현직 관계자를 인용하여, 삼화식품이 유통기한 도과, 갈변, 이물질 발견, 맛 변이 등 사유로 반품된 간장, 된장 등을 새 제품과 섞어 완제품을 만들어 유통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반품된 제품에 못, 나사, 플라스틱, 비닐, 천 조각 등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2016년 12월 촬영한 동영상은 직원들이 유통기한(2016년 5월19일)이 7개월 지난 조선간장을 새제품과 섞어 완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며 “된장 새 제품 가공 과정에서 구더기와 바퀴벌레가 함께 갈리는 장면도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기사는 다음날 연합뉴스TV에도 <“유통기한 경과 제품 섞어”…믿고 찾은 간장의 배신>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작성자인 김아무개 기자는 내부 고발자의 제보를 토대로 2020년 1월23일부터 2월2일까지 기사 6건을 보도했다. 

▲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TV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TV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양병탁 삼화식품 회장은 보도 직후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를 상대로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20년 4월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의혹 사실이 존재한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기사는 허위 사실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양 회장의 신청을 전부 인용했다. 기사가 모두 삭제된 것이다. 

이 사건은 연합뉴스 보도 후 제보자들이 전직 간부의 회유와 압박 때문에 허위 제보했다고 양심 고백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검찰은 2021년 3월 양 회장의 반품 간장 재사용 등으로 인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에 불기소 처분(증거불충분)을 내렸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21년 11월 연합뉴스TV 보도에 “공적 기관과 달리 사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발 보도는 기업 존립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더 주의가 필요하다”며 법정제재 ‘주의’를 내렸다. 

이후 양 회장은 2020년 6월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김 기자를 상대로 11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 이관용)는 지난해 1월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 기사에 국민 보건과 위생에 관한 문제점을 보도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법 제13민사부(재판장 강민구)는 지난달 13일 연합뉴스, 연합뉴스TV, 김 기자가 양 회장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연합뉴스 보도에 ①‘삼화식품이 유통기한 도과, 갈변, 이물질 발견 등 사유로 반품된 장류 제품을 새 제품과 섞는 방법으로 재가공해 시중에 유통해왔음’ ②‘삼화식품 된장 제품 제조 과정에서 구더기와 바퀴벌레가 발견됐고 구더기 등은 된장과 함께 갈려 새롭게 만든 완제품에도 들어가 있음’ 등의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① 적시 사실의 허위성은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으나(진실임을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봤다.) ② 적시 사실의 허위성은 인정했다. 제보 영상에 바퀴벌레가 된장 새 제품과 함께 갈리는 장면이 포함돼 있지 않고, 영상에 등장하는 흰색 물질 등이 구더기임을 단정하기 어렵고, 관련 영상이 촬영된 경위 또한 알 수 없어 삼화식품 생산 공정을 촬영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는 구더기 등이 된장과 함께 갈려 제조된 제품이 시중에 유통됐음을 암시하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구체적 자료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2019년 12월 삼화식품 관련 위생 관리 보고서에 영상이 촬영된 무렵 삼화식품 공장에서 바퀴벌레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도 종합하여 “② 적시 사실의 진실성을 수긍케 할 만한 어떤 증거나 자료가 없기 때문에 삼화식품을 운용하는 원고(양병탁 회장)의 신용이나 명예,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저하시킬 수 있는 허위 사실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수사 결과를 참고하여 ① 적시 사실에 관해서도 “된장, 짜장의 경우 반품 제품을 새 제품에 섞어 재사용했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나 자료로서 직원들의 진술만 존재하는데 그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일부 진술자는 반품 제품을 재사용하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등의 이유로 “삼화식품 측이 된장, 짜장 제조 과정에 반품 제품을 재사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연합뉴스 내부적으로도 제보 사진 속 하얀 물질이 구더기가 맞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설령 구더기임이 확인돼도 완제품으로 제조됐는지 등 사실관계를 취재하는 차원에서 연합뉴스 기자가 공장을 방문해 삼화식품 측 자료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검증하는 등 추가 취재가 이뤄졌다면 공장 내부 구조상 반품 간장 재사용이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 대구광역시 달서구에 위치한 삼화식품 본사. 사진=삼화식품 홈페이지.
▲ 대구광역시 달서구에 위치한 삼화식품 본사. 사진=삼화식품 홈페이지.

판결문을 보면, 연합뉴스 보도 몇 시간 전 삼화식품 측은 연합뉴스 기자와 통화하면서 회사에 방문하면, 필요 시 서류를 보여주는 등 취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기자는 공장에 방문하거나 추가 취재 없이 보도했다. 삼화식품 측은 기자에게 보도 후 수차례 연락해 식약청 조사 결과와 반론을 보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기자는 응답하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첫 보도 당일 식약청에서 삼화식품 공장을 조사했으나 해충은 발견되지 않았고 보관돼 있던 반품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제품들이었다.  

재판부는 연합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연합뉴스·연합뉴스TV·기자)은 인터넷방송사나 단순 유튜버가 아닌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지정된 언론사 및 그 소속 기자로서 보도 파급력과 영향력이 상당한 점에 비춰 사전에 보도하려는 내용의 진실성에 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 자료에 기초해 충분한 검증을 거칠 주의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우리 국민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먹거리인 장류의 제조 과정에서 반품 제품을 재사용한다거나 장류에서 구더기,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내용이어서 원고에게 막대한 영업상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고, 원고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할 가능성도 상당한 점에 비춰 면밀하고 심층적 취재가 이뤄질 필요성이 있었다”고 했다. 연합뉴스 측은 지난 6일 재판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에 이목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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