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조례 폐지안’과 서울시 출연금 삭감으로 TBS의 정상운영이 어려운 가운데, 차기 대표로 정태익 전 SBS 라디오센터장이 선임됐다. 정태익 TBS 신임대표는 TBS의 ‘지역성’에 집중하겠다며 변화 의지 등 근거를 마련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예산 복구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정태익 전 SBS 라디오센터장을 미디어재단TBS의 대표이사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임명일은 6일, 임기는 3년이다. 서울시는 “정태익 신임 대표이사는 30여 년 동안 SBS 라디오센터 CP, 센터장 등을 역임하면서 라디오 방송 전반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며 “현재 TBS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직의 혁신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정태익 TBS 신임대표.
▲ 정태익 TBS 신임대표.

TBS는 서울시와의 지속적인 갈등으로 존폐 기로에 선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2년 연속 예산안이 대폭 삭감됐고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서울시의회는 2024년부로 서울시 지원을 끊는 ‘TBS 조례 폐지안’을 가결시켰다. 법적으로 상업광고를 할 수 없어 TBS는 현재 인건비 수준의 예산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시사프로그램은 현재 교통·음악 프로그램으로 대체됐고 김어준 등 외부 진행자들이 연속 하차했다.

[관련 기사 : 김어준, 신장식, 주진우 내보내고 시사프로 폐지…TBS 제작 고사 위기 닥쳐]

정태익 TBS 신임대표는 예산 복구는 설득 차원이 아닌 ‘간청’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예산안 복구는 계속 강조해야 한다. 여력이 없어 당장 제작비 투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구성원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하려면 우선 돈이 있어야 한다. 60년대에도 제작비 없이 무엇을 만들라고 하지는 못했다. 설득 차원이 아니라 다시 한번 재고해달라고 간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TBS의 변화 방안으로는 ‘지역성’을 꼽았다. 정 대표는 “그간 TBS는 ‘중앙’을 강조했는데 저는 ‘로컬’에 초점 맞출 것이다. 이전 (운전)기사님들 즐겨 듣던 그 시절의 지역공영방송 이미지를 다시 세우고 싶다”며 “출퇴근할 때 필요한 정보가 좀 없었다. 불편한 패널들의 비난 소리 대신 그런 정보로 채우고 싶다. 사랑받는 채널을 넘어 시민을 사랑하는 채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현재 음악·교통프로그램으로 대체된 시사 프로그램 재편성 관련해선 문을 열어놓았다. 정 대표는 “지금 당장 재편의 문제보다는 그 시간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편성해서 넣을 것”이라면서도 “어떤 시사 프로그램을 한다 해도 공정성이 기본이다. 공정성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방송인으로서 당연히 고수하고 지켜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TBS 대표 선임은 안팎에서 ‘친오세훈’ 대표를 뽑기 위한 ‘밀실’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당 우세로 구성된 TBS 임원추천위원회(서울시장 2명, TBS 이사회 2명, 서울시의회 3명)가 이번 후보 명단 및 과정을 모두 비공개하고 시민평가 비중까지 10%p 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후보 시절 미디어오늘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일면식이나 개인적 친분이 없다”며 “김어준씨가 처음 SBS에서 방송할 때 담당자였다. 다른 경력을 봐도 친국민의힘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TBS공개정책설명회 기자 출입 불허 가닥…‘밀실 선임 가속화’]

[관련 기사 : TBS 차기 대표 최종 후보 3인 추천, 그들은 누구인가]

TBS 구성원들은 차기대표에 편성·제작 자율성 담보를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는 6일 환영 성명을 내 “TBS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방송·보도를 할 수 있도록 ‘임명동의제’ 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길 바란다”며 “정태익 대표는 TBS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목표와 전략, 세부 실행계획을 시민과 직원들에 공개해야 한다. 베일에 가려졌던 선임 과정 등 신임대표 앞에 놓인 오해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투명성’이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TBS, ‘조례 폐지안 행정소송’ 이사회 의결에도 소송 포기?]

TBS는 차기대표 선임 외에도 이사 4명, 감사 1명 등의 임기가 오는 16일 만료돼 이사회 내 인적 개편을 앞두고 있다. 당연직 이사를 제외하면 대표이사와 마찬가지로 TBS 임추위 추천을 받아 서울시장이 임명하게 된다. TBS 관계자는 6일 미디어오늘에 “현재 (이사) 선임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TBS로 정식 공문이나 통보가 오지 않아 면면은 모르는 상태”라고 밝혔다. TBS 이사회는 지난달 ‘TBS 조례 폐지안’에 대한 행정소송을 의결했지만 회사 차원의 행정소송은 진행하지 않는 쪽으로 기운 상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