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 역술인이자 유튜버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기자들을 고발한 데 대해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인용해 “2022년 3월경 천공과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윤핵관’으로 꼽히는 A 의원이 용산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고 보도했다.

천공은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멘토로 주목 받은 인물로 윤 대통령 부부와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무속 논란 중심에 있는 인사다. 

▲ 천공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멘토로 주목 받은 인물로 윤 대통령 부부와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무속 논란 중심에 있는 인사다. 사진 유튜브 채널 jungbub2013 갈무리.
▲ 천공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멘토로 주목 받은 인물로 윤 대통령 부부와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무속 논란 중심에 있는 인사다. 사진 유튜브 채널 jungbub2013 갈무리.

한국일보도 3일 1면에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 새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으로부터 나왔다”며 “부승찬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천공이 서울 한남동 공관을 다녀간 사실을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자신에게 알렸고 군 당국에도 보고가 됐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3일 “‘천공이 왔다고 들은 것을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의 천공 의혹을 책으로 발간한 전직 국방부 직원과 객관적인 추가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최초 보도한 두 매체(뉴스토마토·한국일보) 기자들을 형사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은 국민과의 약속인 대선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수많은 공무원들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실행했다”는 것이다.

뉴스토마토와 한국일보 기자들을 상대로 한 대응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첫 언론 고발 조처다. 언론계에서는 ‘언론 입막음용’ 비판이 나온다.

김기성 뉴스토마토 편집국장은 6일 통화에서 “상당히 유감”이라며 “설사 대통령실이 고발을 한대도 회사와 편집국장을 상대로 하는 게 기본이다. 취재 일선 기자들을 고발했다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언론 재갈 물리기 성격이 짙다”며 “대통령실 고발 조치는 기자 위축과 자기 검열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에 검열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국장은 “우리도 변호인단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며 “편집국장으로서 취재와 데스킹, 기사 출고까지 철저히 게이트키핑을 거쳤기 때문에 기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대통령실은 진실을 투명하게 알리고 사실을 공개하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하는 곳”이라며 “같은 의혹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면 고발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실이 이렇게까지 언론과 맞서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 한국일보 2월3일자 1면.
▲ 한국일보 2월3일자 1면.

한국일보 측 입장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이충재 전 한국일보 주필은 6일 자신의 뉴스레터 홈페이지 ‘이충재의 인사이트’에 “대통령실이 언론사가 아닌 해당 기자들을 고발한 것은 의도적으로 보인다”며 “기자가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을 받게 되면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상당하다”면서 “기자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권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쓰면 소송을 각오해야 한다는 생각에 취재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겨레도 6일 사설에서 “보도 다음날, 부승찬 전 대변인뿐 아니라 보도한 언론까지 고발했다는 건 다른 언론의 추가 취재를 막으려는 목적이 명백해 보인다”며 “특히 언론사 책임자가 아닌 보도한 기자 개인을 고발했다는 건 치졸한 행위다. 으름장과 위협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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