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모른다고 했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검찰 구속된 이후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해 30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진술했다는 채널A 보도가 논란이다. 이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신작 소설”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허무맹랑한 소설을 검찰이 흘렸다”고 반발했다.

채널A는 지난달 30일 <뉴스A> ‘[단독]“300만 달러는 이재명 방북 경비”…李 측 “사실무근”’에서 자사 취재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중국 단둥에서 2019년 상반기 두 차례에 나눠 500만 달러를, 하반기에 300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총 800만 달러, 우리 돈 약 100억 원 규모”라고 보도했다.

채널A는 “상반기에 보낸 500만 달러는 이화영 당시 경기 평화부지사가 북한과 맺은 스마트팜 조성 사업 비용으로 알려졌다”며 “주목받는 건 하반기에 북으로 보낸 의혹이 제기된 300만 달러, 36억원인데, 김 전 회장은 주변에 이재명 지사의 평양 방문을 위한 경비였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방송했다. 채널A는 “북한이 이 대표의 평양 방문시 행사와 퍼레이드 준비 명목으로 요청해 건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널A가 지난달 30일 뉴스A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에 송금한 800만달러중 300만달러는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는 내용을 단독보도하고 있다. 사진=뉴스A 영상 갈무리
▲채널A가 지난달 30일 뉴스A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에 송금한 800만달러중 300만달러는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는 내용을 단독보도하고 있다. 사진=뉴스A 영상 갈무리

그러나 과거 쌍방울의 대북사업 차 송금했으며 이재명 대표를 모른다고 했던 김성태 전 회장이 진술을 왜 바꾼 것이냐는 의문이 나왔다. KBS는 31일자 <뉴스9>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북한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돈은 당초 500만 달러였다”며 “2019년도에 이뤄진 이 송금의 목적은, '대북 경협 사업'을 위한 것이었다고, 김 전 회장은 주장했다”고 전했다. KBS는 “그러나 구속 뒤 조사 과정에서 진술 기조가 바뀌었다”며 “특히, 2019년 11월에 송금한 3백만 달러는, 당시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MBC도 같은 날짜 <뉴스데스크> ‘김성태 “이재명 방북 위해 송금”’에서 “최근 구속된 김 전 회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며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위해서 북한에 3백만 달러를 보냈다고 검찰에 말했다”고 전했다. MBC는 김 전 회장이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경기도의 국제행사에서, 북한 공작원 리호남을 만나, 이재명 대표의 방북 의향을 전달했다”, “리호남은 5백만 달러를 비용으로 요구했는데, 김 전 회장은 3백만 달러로 협상한 뒤 이 돈을 북측에 보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통화한 적 없다던 입장도 뒤집었다. MBC는 “스마트팜 비용을 처음 보낸 2019년 1월, ‘중국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대북사업 논의를 하던 자리에서 이화영 부지사가 전화를 바꿔줘 이재명 대표와 통화했고 이 대표가 고맙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나세웅 MBC 기자는 뉴스데스크 스튜디오에 나와 앵커와 대담(‘김성태는 왜?’)에서 “다만, 북한 전문가들은 김 전 회장 진술에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며 “'스마트팜' 사업은 돈을 버는 이권 사업이 아니라, 북한 농촌을 인도적으로 지원하는 건데, 굳이 뒷돈을 줘가며 추진했겠냐는 것”이라며 “또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때인데, 북한이 지자체장의 방북 대가로 거액을 요구했다는 점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SBS도 같은 날짜 <8뉴스> ‘“李 방북 위해 300만 달러”…“신작 소설”’에서 김 전 회장의 말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통화 여부부터 말이 달라졌다”며 “지난 2019년 김 전 회장은 이화영 당시 경기 평화부지사 등과 함께 북한 광물 사업권과 관련해 중국에서 북한 측 인사를 만나는 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가 전화를 걸어 이재명 대표를 바꿔줬고, 이 대표로부터 ‘고맙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방송했다. SBS는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경제협력 사업용’이라는 주장에도 일부 변화가 나타났다”며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조성을 목적으로 50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했는데, 그해 11월에 추가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을 위해 30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본관 당대표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 송금한 300만달러가 이 대표 방북용 이었다는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이 나왔다는 기자들 질의에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 본관 당대표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 송금한 300만달러가 이 대표 방북용 이었다는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이 나왔다는 기자들 질의에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도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신작 소설이 검찰로부터 나온 것 같은데, 이번엔 종전의 창작 실력으로 봐서 잘 안 팔릴 것”이라고 부인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 대변인은 “당시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 검찰 주장은 한 마디로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황당무계한 소설”이라며 “경기도가 여러 대북 사업 중 하나로 스마트 팜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은 사실이며, 현물 지원 방안이 있을지 북 측과 협의하며 검토 중이었으나, 이후 국제 정세와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실제 물품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 대변인은 “사업이 진행중이던 2019년 상반기에 스마트 팜 사업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했다는 건은 시점 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당시 경기도는 스마트팜 지원 사업을 추진할 충분한 예산을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확보하고 있었다”며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도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채널A 보도를 두고 “검찰이 흘리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검찰발’ 보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임선숙 최고위원은 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쌍방울 김성태 회장은 구속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검찰 각본에 따라 말바꾸기를 시작”했다며 “이화영 부지사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전부 보고를 했다고 들었다라는 취지로 보도하였다”고 보수 언론들의 관련 보도내용을 소개했다. 임 위원은 “그동안 쌍방울은 북한에 보냈던 돈은 쌍방울의 대북사업권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해왔고, 실제로 쌍방울의 자회사 나노스는 2019년 5월경 북한과 북한 자원개발과 관련된 합의서를 작성해, 그 무렵 나노스의 주가가 급등하였다”며 “그런데 정치검사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갑자기 대북사업권 대가였던 대북송금이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라고 그 돈의 성격과 목적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 최고위원은 “대북송금 사업 수사는 돈을 받았다는 북한 측 인사를 수사할 수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검찰은 몇가지 사실관계들에 김성태의 진술을 꿰맞춰 조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추정했다. 임 위원은 “정치검사들이 이재명 대표와 관련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입안에 들어온 김 회장에 어떤 당근과 채찍을 썼을지 생각하면 정치검사들에 의한 현재가 법치주의 종말의 시대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임선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성태 전 회장의 이재명 대표 방북용 대북송금 300만달러 진술에 당근과 채찍썼을지 생각하면 현재는 법치주의 종말의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임선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성태 전 회장의 이재명 대표 방북용 대북송금 300만달러 진술에 당근과 채찍썼을지 생각하면 현재는 법치주의 종말의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에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수원지검 담당 공보관은 31일과 1일 오전까지도 ‘신작소설’ ‘황당무계한 언론플레이’ 등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반박 입장과 관련된 견해를 묻는 문자메시지, SNS메신저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리포트를 한 채널A 담당기자와 동아미디어그룹 측 역시 이 대표와 민주당의 반박에 대한 재반박이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31일과 1일 오전까지 리포트를 한 김유빈 기자와 동아미디어그룹 대외담당 기자에 ‘신작소설’, ‘검찰이 흘린 것’ 등 이 대표와 민주당 주장의 세부내용에 대한 견해를 묻는 문자메시지, SNS메신저, 취재공문까지 발송했으나 1일 오후 3시 현재까지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한편,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일 오전 논평에서 ‘신작소설’이라는 이재명 대표의 반박에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사실에 입각한 ‘이재명 대표 범죄 실록’으로 보고 있다”며 “이 대표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의 청와대와 정부 당국도,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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