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는 보도 기능이 있는 ‘언론’인 동시에 서울시 지원을 받는 ‘출연기관’이다. 독립법인으로 운영되지만 재원 대부분을 서울시에 의존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정치권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금의 지배구조가 TBS 사태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지배구조 개선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권에 따라 언론탄압 논란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TBS는 1990년 ‘tbs 교통방송’으로 시작해 2019년 서울시 미디어재단으로 독립법인이 승인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영방송이라 하더라도 TBS가 독립적으로 시정 비판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시 이를 놓고 ‘반쪽 독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방통위가 상업광고를 허용하지 않아 서울시로부터 70% 가량의 재원을 의존해야 했기 때문이다.

▲ 지난해 11월 TBS에서 진행된 지속발전방안 시민 보고회. 사진=TBS 유튜브 갈무리
▲ 지난해 11월 TBS에서 진행된 지속발전방안 시민 보고회. 사진=TBS 유튜브 갈무리

2019년 독립법인 승인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독립적인 지배구조에 있어 (서울시 중심) 재원은 가장 큰 장애다. 재원과 독립이 서로 모순된 상황”이라고 했고 김석진 당시 부위원장은 “독립법인도 상업광고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해놨기 때문에 결국 서울시 출연금으로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재정독립이 어려운데 독립성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경쟁사인 6개 라디오방송사는 라디오방송 광고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방통위에 TBS 상업광고 허용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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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서울시가 TBS의 ‘돈줄’을 쥐고 압박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TBS는 2년 연속 예산이 대폭 삭감돼 현재 ‘비상운영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제작비 부족으로 외부 진행자들이 하차하고 각종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음악·교통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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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15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구성원들이 조례폐지안에 반대하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 지난해 11월15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구성원들이 조례폐지안에 반대하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과반을 차지하자 76명의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서울시의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1호로 발의했다. 예산 삭감에 이어 2024년부터 아예 서울시 지원을 끊는 안이다. 해당 안은 일부 수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본회의에서 가결됐고 2024년부터 TBS는 상업광고와 서울시 지원금 없이 방송국을 운영해야 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일부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근거로 정치권력이 한 방송국의 존폐를 결정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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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뿐 아니라 TBS 내 인사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12명의 TBS 이사회 중 일반 이사 3명과 감사 1명, 대표이사와 이사장 임명권을 서울시장이 가지고 있다. 다른 TBS 이사인 서울시 파견이사(공무원) 2명도 사실상 서울시장의 인사권이 반영되므로 TBS 이사회 과반을 서울시장이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달 초 TBS의 차기대표와 일반 이사 3명을 임명할 예정이다.

1월 한 달 동안 벌어진 TBS의 차기대표 ‘밀실’ 선임 또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중심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주도했다. 일반적으로 후보명단, 면접 생중계 등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 과정은 모두 공개되지만 이번 TBS 대표 선임 과정에선 명단과 공개정책설명회 등이 일제히 비공개됐다. ‘친오세훈’ 대표를 뽑으려는 것 아니냐는 안팎의 비판에도 임추위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임추위는 서울시장 2명, 서울시의회 3명, TBS 이사회 2명 등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중심으로 구성됐다. 임추위는 시민평가 비중도 기존 40%에서 30%로 줄였다. 임추위의 ‘비공개’ 기조를 막는 규정은 TBS 내에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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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금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TBS의 예산이 복구되더라도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는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제대로 된’ 공영방송 TBS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문제의식이 드러났다.

▲ 지난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제대로 된’ 공영방송 TBS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서 유선영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TBS 유튜브 갈무리.
▲ 지난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제대로 된’ 공영방송 TBS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서 유선영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TBS 유튜브 갈무리.

유선영 TBS이사장은 “시민참여형 지역공영방송 모델인 TBS가 제도와 재원의 미비로 실패한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법률과 방송법을 동시에 적용받아 서울시와 방통위, 두 개의 기관이 서로 명확하게 자신의 소관이라고 말하지 않은 채 충돌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독립을 위해 미디어재단을 만들었지만 재단은 사실상 권한이 없다.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도, 재단 소속 비상임 이사를 선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서울시에 의존하지 않는 재원의 다양화가 이뤄져야 하고 최소한 대표이사는 미디어재단이 선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되지 않는 이상 이 모델은 실패가 예정된 길이었다”고 말했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별도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준희 겸임교수는 “(TBS 사태는) 공영방송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현재 방송법 체계에선 어렵다”며 “공영방송에 대한 설립이나 운영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필요하다. 재산을 다른 곳에서 가지고 있어도 공영방송으로 인정받는다면, 운영이나 처분을 함부로 할 수 없게 제약할 수 있는 다른 법률 장치가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난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제대로 된’ 공영방송 TBS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서 정준희 겸임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TBS 유튜브 갈무리.
▲ 지난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제대로 된’ 공영방송 TBS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서 정준희 겸임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TBS 유튜브 갈무리.

정준희 겸임교수는 “하나하나 채널을 놓고 보면 모두 주관적인 평가가 나오기 때문에 결국 다 편파라는 얘기가 나온다. 공정성이 방송사 관련 핵심 규제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세금, 수신료가 잘 쓰이는지는 공정성이 아닌 설립 목적에 따른 성과 평가 기준들이 있어야 한다”며 “‘민영화방지법’ 얘기가 나오는데 TBS도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공공자산을 함부로 처분 혹은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모종의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TBS의 재원 다각화 방안이 나왔지만 현재 법 상으론 모두 쉽지 않다. 유선영 이사장은 “애초에 미디어재단을 만들 때 모델로 삼았던 것은 미국의 PBS(Public Broadcasting System)였다. PBS의 재원구조를 보면 시민기부금이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TBS는 현재 서울시 출연금을 받아 법적으로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PBS도 주정부 지원을 받지만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 등 3개 차원에서 30% 재원을 준다. 사실상 출연금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려면 출연금에 의존하는 구조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통위에 상업광고 문제를 허용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아직 출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또 문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허용될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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