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1월24일 서울 시내 주택단지의 가스계량기. ⓒ 연합뉴스
▲ 사진은 1월24일 서울 시내 주택단지의 가스계량기. ⓒ 연합뉴스

난방비 상승은 누구 탓일까? 문재인 정부 탓일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탓인가? 난방을 너무 많이 한 시민들 탓일까? 누구 탓인지 찾아내는 게 중요할까? 야당에서 말하는 횡재세는 필요할까? 난방비 절약 방법에 대해 꼭 그렇게 보도했어야 했을까? 난방비 상승을 다수 국민이 체감하면서 관련 난방비를 이용한 정쟁, 무책임한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하나씩 살펴봤다. 

난방비 급상승, 문재인 정부 탓일까?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이번 난방비 급상승 현상이 문재인 정부가 올려야 할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을 제때 올리지 않아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6일 사설 “난방비를 비롯한 에너지 비용 급등은 포퓰리즘 대가를 한꺼번에 치르는 것”이라며 “LNG 가격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말부터 1년 새 3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문 정부는 주택용 가스 요금을 2020년 7월 11.2% 인하한 뒤 1년 9개월간 동결하다가 대통령 선거 이후인 작년 4월에야 소폭 인상했다”고 주장했다. 

▲ 26일 조선일보 8면 기사
▲ 26일 조선일보 8면 기사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가 포퓰리즘 돈 잔치 뒷감당을 다음 정부에 떠넘긴 것은 한둘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는 주택용 가스 요금 인상과 가스공사의 차액 적자 문제 해결은 물론, 전기료 인상과 한전 적자 문제 해결을 다음 정권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최배근 건국대 교수의 설명을 종합하면 LNG 가격은 국제 LNG 시장 가격과 환율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문재인 정부 시절 LNG 가격은 안정돼 (100만 BTU 당) 3달러를 넘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가 확산하고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환율이 크게 상승했지만 LNG 가격이 2달러 선까지 떨어지면서 가격 상승유인이 없었다. 즉 2020년까지 LNG 가격 상승 요인이 없었던 것이다. 

▲ LNG 가격 추이. 자료=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 LNG 가격 추이. 자료=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산업용 가스료만 올린 문재인 정부 탓?
누구의 관점에서 기사를 쓰고 있나 

한국경제는 이날 “산업용 가스료만 올린 文정부…가정용 동결하다 '폭탄' 키웠다”란 기사에서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국제 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 등 잇단 인상 요인에도 인위적으로 장기간 도시가스 요금을 억제한 부작용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통상 기업에 부과하는 산업용 가스요금은 주택용보다 저렴하다”며 “가스를 많이 사용할수록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요금 부과 방식이지만 2021년 3월 산업용 요금이 처음으로 주택용을 추월한 데 이어 두 요금 간 격차가 두 배 가까이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 26일 한국경제 1면 기사
▲ 26일 한국경제 1면 기사

 

최 교수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코로나 종식 분위기 등으로 가스비가 상승했다. 한국가스공사가 도매가격 조정 당시 산업용 가스요금이 주택용의 그것보다 낮아서 산업용 요금을 먼저 올렸다. 한국경제가 기업 입장에서 기사를 작성했다면 최 교수는 산업용 가스요금이 왜 주택용 가스요금보다 낮아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시민의 관점에서 이를 반박한 것이다. 

전문가는 이번 상승의 주 원인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로 꼽는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작년 2월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이 됐고요. 그러면서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보내는 LNG의 밸브를 러시아가 잠그면서 유럽이 LNG를 못 구해서 난리가 났고 유럽이 전 세계에서 LNG를 사들이면서 지난해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 LNG 시장에서 “지난해 9월의 경우 재작년에 비해 대략 평균 5배 정도 올랐는데 한국이 38% 올라 굉장히 선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지난해초부터 가격 상승 유인이 발생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 4월, 5월, 6월, 12월 총 4차례 LNG 가격 조정이 있었는데 4월, 5월, 6월에는 사실상 동결했다. 4월에는 1원을 채 올리지 않았는데 당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를 돕기 위해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같은 공공요금 한시적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 대책 등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창조적으로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가스비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제때 올리지 않았고, 이를 12월에 한꺼번에 올리면서 이번달 시민들이 난방비 급상승을 체감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이 오히려 전임 정부를 탓하며 정치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난방비 폭탄, 한가하게 정쟁이나 할 때냐”며 “국민들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른 탓에 난방비 폭탄이 발생한 것을 알고 있다. 화를 내는 이유는 정부 여당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횡재세 논의는 왜 나왔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난방비 급상승 현상 관련 “최근 정유사들 이익이 엄청 늘어 직원들에게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상여금이 지급됐다고 한다”면서 횡재세(windfall tax) 도입을 주장했다. 이는 정부 정책이나 환경 변화로 기업이 운 좋게 초과 이익을 얻는 부분에 대해 징수하는 소득세를 뜻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이는 기본소득당이 지난해부터 주장해 온 내용이다. 기본소득당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LNG 등의 가격이 올랐고, 이로 인해 에너지 대체제 관계에 있는 정유사들이 이익을 봤다. 이는 전쟁이란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이익이기 때문에 소득세를 걷어 이번 난방비 급상승 등의 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홍성규 진보당 경기도당 대변인도 26일 “‘난방비 폭탄’의 발단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시작된 국제적 에너지 위기에서 비롯되었긴 하나, 진짜 문제는 윤석열 정권이 에너지 재벌은 놔둔 채 서민들에게만 '난방비 폭탄'을 부담시키는데 있다”며 “SK, GS, 포스코, 삼천리 등 이른바 에너지 재벌들은 지금 ‘역대급 돈잔치’ 중”이라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폭리를 취했고 게다가 ‘성과급 1000%’라는 어마어마한 돈 잔치까지 벌였다”며 “가만히 앉아 ‘떼돈’을 벌어들인 재벌은 그대로 두고 국민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그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읊어댔던 공정도 상식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횡재세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대한 비판으로 대응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이 ‘민생’ ‘난방비’등 갖은 명분을 내세우며 또다시 대책 없는 돈풀기를 들고 나왔는데 재원으로 ‘횡재세’ 운운하지만, 그 방법도, 시기도 누가 봐도 의심스러울 뿐”이라며 “성남FC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대장동 관련 의혹으로 검찰 출석을 앞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현금 살포라는 ‘돈의 맛’으로 더는 피해 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방탄용 포퓰리즘 비판이 억울하다면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횡재부터 토해내시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에 대한 공격만 있을뿐 횡재세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여당으로서도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재정마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구조적 문제 배제한 채, 난방비 아껴써라?

이날 오전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책을 발표한 배경에는 난방비가 여름철 폭염 대응과 같이 생존권·기본권의 문제라는 점이 있다. 앞으로 난방비뿐 아니라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이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다수 시민이 분노하는 상황이다. 이때 언론은 냉정하게 현재 난방비 등 상승의 원인을 분석하며 정부의 어떠한 대책이 필요한지 시민들 입장에서 요구해야 한다. 

▲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pixabay
▲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pixabay

 

하지만 각종 구조적 문제를 배제한 채 기사에서 시민들에게 난방비 절약 방법만을 소개한다면 어떨까? 기사의 의도와 무관하게 ‘많이 써서 요금이 많이 나왔으니 아껴쓰라’라는 메시지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 인터뷰를 봐도 난방비 상승 요인과 국내외 상황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왜 가스비 상승이 불가피한지, 그럼에도 시민 입장에서 한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설명했다면 달랐을 수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일보 25일자 “보일러 ‘외출’ 누르고 출근…이게 난방비 잡아먹는 하마였다”라는 기사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외출’ 버튼을 누르면 난방에 필요한 물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다시 난방을 할 때 가동시간이 늘어 난방비가 올라간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난방밸브 잠금, 수도꼭지의 방향(온수쪽으로 돌려두기), 배관 청소 등에 대해 ‘난방비 다이어트’란 이름으로 소개했다. 해당 기사뿐 아니라 난방비 절약 방법만을 다룬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당 기사 포털 댓글에는 “윤 정부는 이전 정부 탓하고 언론은 ‘외출’로 해놓은 국민들 탓이라고 그러고, 남탓하는 것에 재미들렸나”, “가스비가 비싸진거지 외출 버튼 때문에 가스비가 오른 건 아니다”, “미세먼지는 고등어를 구워먹기 때문이다, 라는 게 생각난다” 등 비판 내용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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