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에서 멀리 떨어져 옥천 내에서도 변방으로 알려진 청산면과 청성면을 다루는 마을신문 ‘청산별곡’이 다른 지역인 충북 영동군과 보은군의 소식을 함께 다루기로 했다. 기존 지역신문이 행정구역을 경계로 취재영역을 구분하던 관행을 깨고 청산면과 청성면 마을 주민들의 실질적인 생활권을 중심으로 취재영역을 재편하는 동시에 건강한 지역신문이 없는 지역의 소식까지 다루겠다는 포부가 실린 결정이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가장 유명한 옥천신문은 1989년 창간해 옥천지역에선 옥천FM공동체라디오, 옥천저널리즘스쿨(풀뿌리 청년언론학교), 소수자신문 옥수수, 월간잡지 옥이네, 생활정보지 오크, 아카이브법인 옥천기록공동체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산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는 청산면과 청성면 약 인구 5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마을신문 청산별곡 발행인을 맡고 창간호를 냈다. 옥천신문이 위치한 옥천읍이 서쪽에 치우쳐 있어 상대적으로 옥천군에서 동쪽 끝에 위치한 두 지역 소식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 옥천 내 변방인 청산면과 청성면뿐 아니라 인근지역인 영동군과 보은군 소식을 다루기로 한 마을신문 청산별곡 홈페이지 첫 화면
▲ 옥천 내 변방인 청산면과 청성면뿐 아니라 인근지역인 영동군과 보은군 소식을 다루기로 한 마을신문 청산별곡 홈페이지 첫 화면

그러던 중 새해 들어 청산별곡은 청산·청성면뿐 아니라 영동군과 보은군의 소식을 함께 다루기로 공식화했다. 청산별곡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제호 옆에 ‘영동 보은 옥천’을 표기했다. 황민호 발행인은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영동군 주민들이 (영동의 지역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고 코로나19로 흐지부지 됐다”며 “그런데 제보는 옥천신문이나 청산별곡으로 들어왔고 취재를 가봤더니 물밀듯 제보가 이어져서 취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옥천신문 모델을 아직 건강한 지역신문이 없는 지역에도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황 발행인의 평소 생각과도 맞닿았다. 그는 “옥천저널리즘스쿨 소속 인턴기자들과 같이 영동 3명, 보은 3명씩 배정하고, 잘 정착하면 나중에는 (충남) 금산이나 (경북) 상주 등 타 지역에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산과 청성 지역주민들의 생활권이 옥천읍보다는 영동·보은에 가까운 점도 작용했다. 영동군은 옥천군의 동남쪽, 보은군은 옥천군의 동북쪽과 맞닿아있다. 황 발행인은 “청산이 옥천의 변방이지만 충북의 남부 3군 영동·보은·옥천에서는 중심일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보은·옥천·영동·괴산까지는 국회의원 지역구로 묶여있고 그중 영동·보은·옥천은 자동차로 30분 이내 거리로 물리적으로 가까운 것 한몫했는데 한 지역만 커버하는 것이 아닌 남부 3군 신문을 안팎으로 민의 연대, 좋은 정책 발굴, 부조리·부패의 지속적 보도까지 같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 지난해 8월 청산별곡 창간호
▲ 지난해 8월 청산별곡 창간호

옥천신문 덕에 옥천군에선 행정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비판받는 일이 자연스럽지만 영동군과 보은군의 경우 아직 낯선 풍경이다. 청산별곡에선 최근 한달새 영동군 불법소각 사건과 주민들의 비판 목소리, 영동 용산에 있는 금속노조 유성기업의 10년 분투에 대해 조명한 기사, 노인맞춤형돌봄서비스사업 위탁기관 선정 과정에서 영동군의 잘못된 행정 등을 보도했다. 황 발행인은 “영동군에서는 보도자료 위주로 쓰는 신문이 주로 있었는데 (청산별곡이 영동을 다루기 시작해) 공무원들도 아직은 견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산별곡은 지난해 8월 창간 당시 지역신문발전기금 사업으로 6주 분량의 인쇄비를 지원받은 바 있다. 이후에도 일부 지원사업으로 올 3월까지는 인쇄비 지원을 받는다. 황 발행인은 “3월부터는 자생해야 한다”며 “걱정반 기대반이지만 영동시민사회와 취재뿐 아니라 다른 현실적인 부분도 더 교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약하지만 영동·보은 쪽 주민들 구독이 시작됐다”고 했다. 

[관련기사 : 풀뿌리 지역언론 옥천신문 이번엔 면 단위 마을신문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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