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문채널 YTN에서 ‘프리랜서’ 계약으로 일해온 그래픽 디자이너와 PD 등 노동자 12명이 항소심에서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는 지난 13일 YTN ‘프리랜서’ 노동자 12명이 YTN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1심에 이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1심 법원이 “원고가 피고의 무기계약직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고 선고한 데 YTN이 불복해 항소한 지 1년여 만이다.

YTN은 “원고들은 YTN의 디자인센터장 또는 사이언스 편성기획팀장과 도급 또는 위임 계약을 체결하고 ‘프리랜서’로 계약상 업무를 수행했을 뿐 YTN에 종속돼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바 없다”고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원고들이 업무수행에 있어 YTN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PD A씨를 비롯한 12명의 노동자들은 YTN 내 디자인센터 또는 사이언스 편성기획팀에 속해 1년 단위로 ‘프리랜서’ 계약을 갱신하며 2년 4개월~9년 일해왔다. 이들은 보도 그래픽이나 브랜드 디자인, SNS, 편성 등 업무를 수행했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YTN 본사에서 YTN 소속 노동자들과 함께 팀을 이뤄 일했다. 재판부는 “출퇴근 시에도 원고들과 YTN 소속 노동자들이 서로 구별 없이 자리를 교대하는 방식으로 업무 인수인계를 했다”고 강조했다.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재판부는 “원고들의 근무시간과 장소는 YTN 소속 근로자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YTN소속 호봉·연봉제 노동자와 같은 방식으로 교대근무 또는 고정근무를 해왔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YTN이 이들의 근무시간을 결정해 고지했고, 교대근무표에 따라 일하도록 하면서 부서장이 조퇴와 휴가를 보고 받고 승인했다고 했다. YTN 측 팀장은 이들을 포함한 팀원들에게 ‘팀 내 휴가 규정(하루 2~3인 이내)’를 따를 것을 공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YTN 상급자의 구체적 지시를 상시·반복적으로 받아 일했으며 △YTN 소속 노동자들과 함께 팀 업무 전반을 포괄하는 일을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들이 △YTN을 대표해 프로그램을 구매·관리하거나 △YTN 소속 호봉·연봉제 노동자를 포함한 직원 업무보고 취합 업무를 해온 점 △경위서를 쓰는 등 사측이 정한 복무규율을 따른 점 등을 들며 이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겸직 소득만으로 전속성 부정 어려워…YTN지부 “조합원 수용 당연”

한편 재판부는 원고의 일부가 외부에서 소득을 올렸다며 ‘전속성’이 약하다고 밝힌 YTN 측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소득이 있다는 사정 등만으로는 근로자성 판단 요소로서 전속성을 인정하는 데 방해되지 아니한다”며 “YTN 소속 호봉·연봉제 근로자의 경우에도 사전 승인을 얻으면 겸직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또 YTN A 국장이 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자른 노동자에 대해서도 “원고와 YTN 사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YTN이 계약서에 ‘본 계약은 근로계약과 무관하다’는 문구를 추가하거나 2021년부터 보도그래픽팀 내 ‘프리랜서’와 YTN 소속 호봉·연봉제 노동자들의 자리 및 근무시간대를 분리한 사실을 두고 “원고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YTN이 ‘프리랜서’ 노동자와 맺은 업무 도급 계약서 내용 일부. 디자인=안혜나 기자
▲YTN이 ‘프리랜서’ 노동자와 맺은 업무 도급 계약서 내용 일부. 디자인=안혜나 기자

원고를 대리한 이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겸직에 따른 소득이 상당한 경우에도 전속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그것이 노동자성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1심 판결에 없던 의미 있는 판시를 내놨다”라고 말했다.

YTN 커뮤니케이션팀 담당자는 항소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자 19일 SNS메신저 답변에서 “판결문 송달 전이라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이들 노동자를 지부에 가입하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20일 통화에서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승소했는데 본인이 원한다면 당연히 조합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조합에 들어오라고 적극 얘기할 것”이라며 “노조 입장에서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YTN지부는 지난해 초 14기 집행부가 발행한 노보에서 “1심에서 승소한 동료들은 조합 가입 의사를 밝혀왔다”며 “가입 의사를 수용하지 못했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조합 가입이 가능하지만 회사 항소가 변수였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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