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가 대구·경북 전현직 언론인들이 제정한 제1회 이육사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 대기자가 투철한 기자정신을 지켜왔으며, 이육사 독립운동가의 애국적 기자정신을 구현해 냈다는 것이 수상 사유다. 이와 관련해 김순덕 대기자가 칼럼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백선엽 장군을 옹호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육사기자상 심사위원회는 12일 김순덕 대기자를 수상자로 선정하고, 17일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육사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일제강점기에 흔들림 없는 애국적 정론·직필을 펼친 이육사 선생의 언론정신을 기리고 그 같은 정신이 오늘에도 시대정신에 맞도록 치열한 언론활동을 이어가는 언론인을 위해 마련한 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순덕 칼럼은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논평기사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며 “권력을 향해 강력하고 높은 수준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정론직필의 언론자세는 우리시대 언론의 주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고 수상 사유를 밝혔다.

▲이육사기자상 광고 사진.
▲이육사기자상 광고 사진.

김순덕 대기자는 17일 영남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첫 수상자로서 ‘언론은 진영논리에 빠지면 바른 언론일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육사 독립운동가는 저항 시인이자 중외일보·조선일보 대구지국에서 근무한 언론인이다.

김순덕 대기자 수상 소식이 알려진 이후 오마이뉴스는 <친일파 백선엽 옹호 동아 기자, '이육사 기자상' 수상 논란> 보도에서 김 대기자가 칼럼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인 백선엽 장군을 옹호한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가 문제 삼은 칼럼은 동아일보의 1월5일자 <‘문재명 세력’은 민주주의 말할 자격 없다> 글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사회주의를 강조한 것을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이다.

김순덕 대기자는 칼럼에서 “2019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재인은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고 연설했다”며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해 훈장까지 받은 김원봉에 대해 ‘마음속으로나마 최고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싶다’고 했던 반면, 2020년 7월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6·25 영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홈페이지 정보란에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문구를 명시하게 했던 대통령이었다”고 했다.

▲동아일보 1월5일자 칼럼 갈무리.
▲동아일보 1월5일자 칼럼 갈무리.

이어 김 대기자는 “우리는 그런 나라를 꿈꾸고, 그런 역사전쟁을 하고, 그런 정체성을 지녔던 대통령을 두었던 것”이라면서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내놓았던 개헌안에서, 아이들 교과서 속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왜 굳이 ‘자유’를 빼려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가”라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대목을 소개하면서 “전·현직 언론인들이 치열했던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이름을 딴 기자상을 제정하고 첫 수상자로 백선엽의 친일 행적에는 눈감은 김 대기자를 선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실제 백선엽 장군은 1943년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백선엽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 즉 친일파로 분류했다. 당시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 김성수 동아일보 창업주 역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등재됐다.

더불어민주당 경상북도당은 20일 “김순덕 기자의 이육사기자상을 취소하라”는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북도당은 “김 기자는 ‘이육사기자상’을 수상하기 일주일 전에도 백선엽을 두둔하는 칼럼을 썼다”며 “이육사기자상’을 수상하기 직전까지도 백선엽을 옹호하기 바빴던 김순덕 기자에게 이육사의 이름으로 기자상을 수여하는데 대해 경북도당은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경북도당은 “김순덕 기자에게 수여한 ‘이육사기자상’을 즉각 취소하고 더 이상 이육사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육사기자상 제정위원회 측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마이뉴스 지적은) 온당하지 않다”며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위 자체를 찬양했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런 글을 쓴 것이 아니다. 백선엽 장군에 대한 공과가 있는데, 편파적으로 본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백선엽 장군은 6·25 전쟁 당시 큰 공을 세워 태극무공훈장을 받았으며,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공과 과 모두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미디어오늘은 김순덕 대기자에게 친일 옹호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김 대기자는 “다른 견해를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들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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