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전·현직 간부 등 4명이 동남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했다는 혐의다. 최근 제기된 경남·제주 시민사회단체 간부 등의 반국가단체 결성 의혹에 이어 국정원이 전방위적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노조 때리기’로 지지율이 상승한 이후 노조와 전면적인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19일자 아침신문은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민주노총 압수수색 소식을 다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北 공작원과 접선’, ‘북 지령 따른 혐의’, ‘반정부조직 시도’ 등의 단어로 제목을 채웠고 한겨레는 ‘공안몰이’, 경향신문은 ‘공안정국’이 본격화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의혹만 놓고 보면 수사 양상이 다소 과장스럽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 19일자 아침신문 1면.
▲ 19일자 아침신문 1면.

국정원의 ‘압수수색 퍼포먼스’…한겨레 “수사권 지키기 의심”

조선일보는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가 2017년 캄보디아 프놈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전 부위원장 B씨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C씨와 금속노조 출신으로 알려진 제주평화쉼터 대표 D씨는 2017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각각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가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간부들의 책상과 캐비닛 압수수색을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사다리차와 에어매트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약 2시간 대치 끝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 19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 19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 19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 19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1면부터 3면을 할애해 공작원 접촉 혐의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2면 기사 ‘“文정부 국정원, 2018년에 수사 뭉갰다”’에선 “당시 문재인 국정원의 윗선에서 남북 관계 등을 이유로 사실상 수사를 뭉개고 미뤘던 것으로 안다”는 방첩 당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고, 3면 기사 ‘“민노총 핵심 간부, 北공작원 만난뒤 산하단체에 지하조직 만들어”’ 기사에선 혐의가 있는 4명 각각의 행정을 조사하며 의혹을 가중시켰다.

▲ 19일자 한겨레 1면.
▲ 19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정부의 ‘반노조’ 기조 아래 국정원과 검찰이 발맞춰 ‘공안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각자 ‘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해석이다. 한겨레는 2면 기사 ‘국정원 과거 사건 되살리고, 검찰은 공안부서 확대 발맞춰’ 기사에서 “검찰도 최근 공안 사건 담당 부서의 ‘덩치’를 키우면서 공안몰이에 발을 맞추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한동안 뜸하던 국정원이 잇따라 공안 사건 수사에 나서자 경찰에 이관하기로 한 대공수사권을 ‘회수’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뒷말이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고 했다. 내년 1월1일부터 국정원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특히 간부 개인의 책상·캐비닛 수색에 경찰 수백명이 집중되면서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비판은 거세졌다. 민주노총과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경향신문은 2면 기사에서 “피의자 4명 중 1명의 신체와 물건 등에 대한 수색이었지만 경찰은 경향신문 사옥 전체를 둘러싸고 전면 통제했다. 경찰 병력 700여명은 철제 펜스로 사옥 앞 정동길을 막고 통행하려는 이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노총은 “겨우 1명 압수수색하는데 국정원 직원과 경찰 수십명을 동원하고, 사다리차에 에어매트리스까지 설치하는 ‘압수수색 퍼포먼스’를 진행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한겨레는 사설 ‘‘수사권 지키기’ 의심 사는 국정원 민주노총 압수수색’에서 “실제 노조 쪽은 변호사가 입회한 뒤 압수수색에 협조했다. 또 국정원이 수사 중인 내용들이 아직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확보 단계에 이르지도 않았는데 일부 언론에 상세히 보도되고 있는 점도 통상적인 대공 수사와 다른 양상”이라며 “국정원이 혹여라도 국정원법 개정에 따라 내년에 경찰로 이관되는 ‘대공 수사권’을 계속 가지기 위해 과도한 수사에 나서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19일자 한국일보 사설.
▲ 19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국정원 민주노총 압수수색, '공안몰이' 논란 없도록’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의혹만 놓고 보면 수사 양상이 다소 과장스럽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혐의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반정부 활동은 진보 성향 단체의 통상적 활동과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렇게 중대한 간첩 사건이라면 왜 5~10년을 수사 없이 묵혔는지도 의문”이라며 “북한 지령을 받고 암약하는 반국가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사건 실체를 투명하게 밝혀 과도한 불안을 조성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계산이나 조직 이기주의가 개입해선 더더욱 안 될 일”이라고 했다.

반면 보수신문은 압수수색을 막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욕설’, ‘폭력’ 등에 집중하며 ‘노조 때리기’에 열중했다.

▲ 19일자 국민일보 사설.
▲ 19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사설 ‘법 집행에 욕설 폭언 퍼부은 민주노총, 공권력이 우스운가’에서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민주노총은 수사관들에게 “윤석열의 개” “양아치” “아직도 국가보안법이냐”는 식의 폭언을 퍼부었다. 일부는 수사관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런 과정들은 민주노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며 “요즘은 공권력을 걱정하고 법이 지켜지고 있느냐고 우려하는 국민이 늘었다. 공권력에는 일단 저항하고 보자는 식의 ‘습관적 저항’이 당연시되는 행태는 극복돼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민노총 압수수색, 화물연대 고발… 노동운동도 이젠 변해야 한다’에서 “노동계에 만연했던 불법, 떼법, 노동운동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난 정치 투쟁 등의 문제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며 “역대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편승해 사실상 무소불위 행태를 보여 온 노동계 스스로 현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공정위 화물연대 고발에 경향신문 “꼼수” 서울신문 “처벌 관측”

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의 ‘강제성’이 사실상 삭제되는 ‘표준운임제’가 등장했다. 기존 안전운임제 이름을 표준운임제로 바꾸고,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시행해보며 성과를 분석하자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3년 한시 운영인데다가 화주 처벌 조항까지 삭제해 차주들의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운송사와 화물연대 모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조사 방해‧기피 등을 이유로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2월2일과 5일, 6일 사흘에 걸쳐 현장조사를 시도했으나 화물연대와 조사 방법을 놓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후 “조사의 개시와 목적이 부당하며, 혐의사실이 특정되지 않고, 제출명령이 포괄적이며 부당하다”는 의견을 낸 화물연대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현장조사가 불발됐다.

▲ 19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19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19일자 경향신문 사설.
▲ 19일자 경향신문 사설.

고발을 놓고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한기정 공정위원장의 섣부른 개입”이라며 “(이번 조사는) 한 위원장의 ‘구두 지시’로 시작한 공정위 ‘직권 인지’ 사건이다. 그간 화물연대 파업에서 공정위가 직권조사에 착수한 사례는 없다”고 했다.

이어 화주를 ‘사업자’로 판단한 한 위원장 발언에 대해서도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의 사업자성 여부는 이번 사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쟁점이다. 이번 사건의 심의·의결 과정에서 ‘판사’ 역할을 맡는 위원장이 조사도 전에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예단한 셈”이라며 “한 위원장의 발언으로 그간 공정위가 고수한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한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원칙도 깨졌다”고 했다.

사설에서 경향신문은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노조법상 설립신고증을 받은 바 없는 등 노조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다”며 “공정위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압수수색 권한을 가진 검찰 수사를 유도해 노조를 탄압하겠다는 목적 외에 무엇이 있나”고 했다.

반면 서울신문은 3면 기사에서 “공정거래법은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지연 등을 통해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피하는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화물연대는 자신들이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므로 공정위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조사 일체를 거부했다”며 “공정위가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판단함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화물연대를 제재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고 했다.

저성장, 인구감소 ‘차이나쇼크’ 잇따라 울린 경고등

▲ 19일자 경향신문 12면.
▲ 19일자 경향신문 12면.
▲ 19일자 중앙일보 사설.
▲ 19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에 그치고 인구마저 역성장하면서 ‘차이나쇼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문 사설이 이어졌다. 지난해 저조한 성장률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주 원인이지만 최근 10년간 이어진 성장률 하락 추세를 앞으로도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인구도 전년 대비 85만 명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사설 ‘차이나 쇼크 현실화, 위험관리 제대로 하고 있나’에서 “부동산 거품이나 기업·국가의 부채 급증처럼 그동안 고성장에 가려진 중국의 구조적 만성질환을 고려하면 이젠 좋은 시절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중국 경제가 이제는 정점에 이르렀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란 말이 회자하는 이유”라며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역시 사설 ‘경제도 인구도 꺾인 중국...충격 대비 서두를 때’에서 “단순한 인구 감소 수준이 아니라 인구학적 위기에 처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하며 “고도 성장의 동력이었던 인구가 정점을 찍으면서 세계의 공장, 세계의 시장으로서의 역할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고 했다. 이어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아직 우리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매년 줄고 있다고 해도 지난해 기준 22.8%나 된다”며 “우리의 성장 전략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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