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란 외무부가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외교부가 해명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15일 UAE 현지에 파견된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국가로부터 명 받아서 온 이곳은 타국 UAE가 아니고 여기가 바로 여러분의 조국이다. 그리고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이란 국영 IRNA 통신(링크)은 이란 외무부가 이란·UAE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한국 측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시간 16일 해당 매체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의 역사적, 우호적 관계와 이와 관련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 발전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통령실 측은 언론에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외교부는 17일 “보도된 발언은 UAE에서의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 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 말씀이었다”며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간의 관계와는 무관한 바,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우리나라는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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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 IRNA 통신이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한 외무부 반응을 전한 기사 갈무리. 사진은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 사진=IRNA 홈페이지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실언으로 국익을 저해했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대통령의 발언이 작심 발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이란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한 발언이라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더 이상 외교 참사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바로잡을 것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을 군사적 위협세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이란과의 긴장감을 키워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이란은 1970년대 대한민국 중동 건설 붐으로 인연을 맺었고, 2016년 ‘포괄적 파트너십’을 채택한 우호협력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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