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원유 생산량 1위 국가는 어디일까? 1위 미국, 2위 러시아 3위 사우디아라비아, 4위 캐나다, 5위 중국이다. 5위권 내에 중동 국가는 3위 사우디아라비아밖에 없다. 그런데 왜 석유로 부강해진 나라로는 중동 국가가 떠오를까? 세계 1위 미국이 석유로 부자가 된 나라일까? 정답부터 말하면 미국은 석유 때문에 부자가 된 나라는 아니다. 월드뱅크 자료를 인용한 통계청 ‘천연자원 GDP 기여도’ 통계에 따르면 석유가 미국 GDP에 미치는 영향은 0.2%에 불과하다고 한다. 반면 이라크는 GDP 대비 32%, 쿠웨이트 32%, 사우디아라비아 18%다. GDP 대비로 이해하면 석유 부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동 국가라는 사실이 이해된다. GDP는 때때로 유용한 수단이 된다.

그런데 GDP를 고려한 수치는 가끔 오해를 주기도 한다. 많은 언론들은 우리나라 GDP 대비 법인세 세수가 높다고 지적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법인의 법인 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김유찬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대비 법인소득 비는 18.5%로, 미국 7%, 영국 13.2%, 프랑스 5.5%, 독일 8.3% 그리고 일본의 13.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GDP 대비 법인 세수 비가 높다는 얘기는 법인 부담이 많은 것 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법인의 소득 비율이 높으니 법인세수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금이 급등했다는 기사.
▲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금이 급등했다는 기사.

최근에는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금이 급등했다는 기사가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금 비중이 전 세계 1위가 되었다고 한다. 이 또한 우리나라 GDP 대비 부동산 가액이 높다는 사실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관련 세금은 취득단계 세금과 보유단계 세금을 나누어서 볼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문정부 역주행에 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문정부가 늘린 부동산 세금으로 가장 상징적인 것은 종합부동산세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합친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는 우리나라는 약 1.2%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2.6%, 캐나다 3%, 일본 2%에 비해 크게 낮은 숫자다. 반면, 취득세와 같은 자산거래세는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GDP 대비 거래세 비율이 왜 이렇게 높을까? 이는 취득세율이 높은 이유뿐만 아니라 거래 빈도도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의 모습. ⓒ 연합뉴스
▲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의 모습. ⓒ 연합뉴스

취득세율이 높은 것은 정부 정책 탓이다. 그러나 거래 빈도가 잦아서 거래 세수가 많아진 것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거래세 인하, 보유세 인상이라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을 생각해 보면 취득세율 인하 주장은 합리적이다. 다만, 거래세 인하의 전제 조건은 보유세 인상이다. 요컨대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기사라면, 거래세와 보유세를 정확히 구분하여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거래세수도 거래세율과 거래 빈도를 나누어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리하면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 세수는 많지 않으나, 거래세수는 많다. 거래세수가 많은 이유는 거래세율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거래 빈도가 잦은 두 가지 이유가 중첩되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22년 취업률 기사를 보자. 22년 작년 고용률 및 취업자 수는 역대급 호황이었다. 그런데 이를 전하는 기사를 보면 증가한 취업자 수의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이라며, 청년 및 중장년 취업은 어려웠다는 느낌을 준다.

▲ 1월11일 통계청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가 2천808만9천명으로 전년보다 81만6천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게시된 일자리 정보판. ⓒ 연합뉴스
▲ 1월11일 통계청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가 2천808만9천명으로 전년보다 81만6천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게시된 일자리 정보판. ⓒ 연합뉴스

그러나  작년 60세 이상 인구가 56만명 증가했다. 그런데 취업자 수는 45만명 증가해서 고용률 증가는 1.6%p에 그쳤다. 반면, 15세 ~ 29세 청년 인구는 20만명 감소했으나 취업자 수는 오히려 12만명 증가해서 고용률은 2.4%p 증가했다. 청년 고용률 증가가 고령층 고용률 증가보다 훨씬 좋은 상황을 인구 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취업자 수만 따지면 고령층 취업자만 늘었다는 잘못된 기사가 나온다.

▲ 취업률 기사
▲ 취업률 기사

정리해보자. 통계수치를 전할 때는 적절한 변수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GDP 대비 수치는 필요할 때도 많지만 한계도 있을 수 있다. GDP 대비 법인 소득이 높거나 부동산 가액이 높으면 GDP 대비 법인세수와 부동산 세수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GDP 대비 캥거루 개체수를 OECD 국가와 비교할 수는 없지 않을까. 또한,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세율뿐만이 아니다. 소득세제라면 소득, 거래세라면 거래 빈도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구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은 한계도 있지만 필요할 때도 많다. 인구 변동을 고려하지 않은 취업자 수 기사는 오해의 소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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