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문제에 침묵하던 고은 시인이 신간 서적을 내며 복귀한 것에 대해 독자와 문인 99.2%가 반대의 뜻을 나타났다. 

문학전문매체 뉴스페이퍼가 지난 7~8일 1989명(문인 172명, 독자 1817명)에게 ‘고은 시인의 문단 복귀의 적절성’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복귀에 반대한 사람은 1973명으로 99.2%, 찬성한 사람은0.8%(16명)으로 집계됐다. 고은 시인이 자숙해야할 기간에 대해 97.8%가 복귀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으며 ‘6년 이상’이라고 이야기한 이들도 23명 있었다. 

지난 2017년 9월 ‘황해문화’에 최영미 시인은 ‘괴물’이란 시에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정황을 폭로했다. 이후 고은 시인은 연재를 중단하고 신간 시집 출판이 중지됐으며 교과서에 실린 시들도 삭제됐다. 고은 시인은 최영미 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까지 최영미 시인이 모두 승소했다. 재판부는 최영미 시인의 일기장을 증거로 채택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인정할 수 있다”며 고은 시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실천문학에서 ‘고은과의 대화’라는 대담집과 ‘무의 노래’라는 그의 시집을 출간했다. 실천문학 146호 겨울호에는 고은 시인의 김성동 작가 추모 특집도 실렸다. 고은 시인이 성범죄 관련 소송에서도 패소한 이후 사과도 없이 문단계에 복귀한 것에 대해 문인과 독자들의 여론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 고은 시집 '무의노래(왼쪽)'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사진=실천문학사
▲ 고은 시집 '무의노래(왼쪽)'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 사진=실천문학사

 

최영미 시인은 지난 13일 헤럴드경제에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이란 글을 통해 심경을 나타냈다. 그는 “‘가족과 부인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는 고은의 발언에 충격과 참담함을 느낀다”며 “젊은 여성에게 치욕적인 추행을 하여도 성관계를 맺지 않았으면 가족과 부인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성인식이란 말인가?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 뒤에 숨더니 이제는 출판사 뒤에 숨어 현란한 말의 잔치를 벌이는 그가 나는 두렵지 않다”고 했다. 고은 시인이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재판정에 출석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이어 “내가 경제적으로 가난해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는 원고 고은의 거지 같은 주장을 반박하려 세무서에 가서 지난 10년간 소득금액증명원을 떼며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다시는 그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없을 줄 알았는데… 권력은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며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권력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나는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 최영미 시인의 16일자 조선일보 칼럼
▲ 최영미 시인의 16일자 조선일보 칼럼

 

한편 최영미 시인은 조선일보에 쓴 정기 칼럼에서도 문단계 성폭력 관련 글을 실었다. 16일 “곡시(哭詩): 탄실 김명순을 위한 진혼가”에서 한국 여성 최초의 소설가이자 남성 문인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김명순을 기리는 문정희 선생의 시 ‘곡시’를 인용한 뒤 “아직도 내 이름 앞에 ‘여류 시인’을 붙이는 몰지각한 남성들에게 ‘곡시’를 읽히고 싶다”며 “‘여자라는 식민지’가 가슴을 찌른다. 여자처럼 글로벌하고 오래된 식민지가 있던가”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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