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표 후보자 공개정책설명회를 앞둔 TBS가 사장 임명 절차를 불투명하게 밟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전 공개정책설명회에 진행했던 유튜브 생중계가 폐지된 데 이어 면접 일정상 시민평가 점수가 후보 선별에 무용해질 가능성이 있어 서울시 입맛에 맞는 대표를 뽑기 위한 ‘안전판’을 꾸리고 있다는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제공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제공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TBS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13일 후보자 공개정책설명회를 연다. 참여의향이 있는 서울시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100명의 시민평가단이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후보 6명의 발표를 듣고 점수를 매긴다. 시민평가가 끝나면 16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2차 면접을 진행한다. 이전 TBS 대표 선임 때는 시민평가 40%, 임추위 60%가 반영됐다.

이번 대표 선임 과정에서 시민 비중은 더 줄어들 수 있다. TBS규정집에 따르면 시민평가 비중은 ‘최대 40%’라고 명시돼있다. 임추위 논의 과정에서 시민 비중이 40% 이내로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기존에 진행하던 유튜브 생중계도 열리지 않는다.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6일 통화에서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유튜브든 뭐든 생중계를 해서 정책설명회를 모든 시민들이 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TBS는 공적 성격이 있는 방송사기 때문이다. 지금의 사태가 일어나게 된 시작이 공정성 논란이었는데 왜 굳이 비공개로 진행해서 불필요한 오해·억측을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단순한 서류나 텍스트보다 대표 후보가 어떤 태도와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필요성 때문에 유튜브 중계를 하는 것인데 이것을 비공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가령 고압적이나 권위적인 태도로 시민을 대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런 것은 생중계가 아니면 드러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 2021년 사장후보 정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YTN. 우장균 당시 사장후보가 시청자 질문을 고르고 있다. 사진=YTN 유튜브
▲ 2021년 사장후보 정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YTN. 우장균 당시 사장후보가 시청자 질문을 고르고 있다. 사진=YTN 유튜브

KBS, YTN, 연합뉴스 등 공적 성격이 있는 언론사들은 공개정책설명회나 면접 과정을 유튜브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강택 전 TBS 대표 후보시절에도 절차가 공개됐다.

면접 일정도 석연치 않다. 임추위 면접 일정이 시민평가 이후인 16일로 예정됐기 때문이다. 즉, 시민평가 점수를 임추위가 보고 뒤집을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현재 임추위 자체가 서울시장 2명, TBS 이사회 2명, 서울시의회 3명 등 5대 2 여당 우세로 구성돼 서울시가 원하는 대표가 시민 의사와 무관하게 뽑힐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추천된 2배수 이상의 후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TBS 구성원은 “정상적인 논리라면 임추위원들이 면접을 해서 점수를 준 다음에 시민참가단의 점수를 기계적으로 합산해서 1등, 2등을 오세훈 시장한테 올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절차로는 임추위가 점수를 보고서 조정을 할 수가 있다”며 “충성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보기에 괜찮다 싶은 사람이 최종 후보에 오르지 않으면 임추위 판단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안전판들을 자꾸 알아서 설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조정훈 지부장은 “다른 곳은 2차 면접과 최종면접을 하루에 진행하기도 한다. 지금의 절차는 임추위가 점수를 상의하고 결정하는 모양새가 나올 수 있다. 공개정책설명회 점수가 임추위에 비공개되는지 공개가 되는지도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시민평가 비중 40%도 축소될 가능성이 나온다. 시민 영향력이 더 커지게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데 늘리지는 못할망정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민평가단이 들러리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TBS 임추위는 현재 후보 명단이나 정확한 지원자 수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동원 실장은 “연합뉴스는 최종평가단에 들어가는 후보를 다 공개한다. 시민평가를 맨 마지막에 하기 때문”이라며 “지금 예정된 공개정책설명회의 질의응답 시간은 3분에 불과하다. 시민평가단 질문하기도 빠듯한 시간인데 기자 질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TBS 양대노조 비상대책위원회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은 오는 10일 유튜브 생중계, 면접 일정 등 지금의 공개정책설명회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동원 실장은 “절차적 투명성을 요구하고 후보자들에 공개질의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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