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언급하며 새해 정치권 화두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이 떠올랐다. 한 지역구에서 한명만 당선되면서 절반에 가까운 표가 사표가 되는 현실을 개선하고, 소수정당의 원내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고 비명계 의원들이 이를 찬성하는 것 같은 기사 제목으로 이 사안을 다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하면서 이 신문은 3일자 사설에서 이를 적극 찬성했다. 소선거구제 폐해에 대해 정치권이 대체로 공감하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갈라진 나라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소선거구제의 폐해와 중대선거구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석폐율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위성정당 금지 등 다양한 선거구제의 장단점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도서관이 위탁운영 중인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민간 전시회에서 일부 전시물이 ‘이태원 참사’, ‘화물노조 파업’ 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한겨레는 지난 2일 이 소식을 전했고, 3일 사설에서 이번 정부 들어 이어지는 ‘검열 논란’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을 썼다. 

▲ 3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 3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중대선거구, 이재명은 반대하고 비명계는 찬성하나?

조선일보는 정치면 ‘李 “중대선거구제, 신인에 불리”…비명계는 “논의해야”’란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진하는 선거구제 개편으로 민주당이 양분된 것처럼 다뤘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국회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 소위원장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조선일보에 “정개특위 여야 의원 모두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고,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전재수 의원도 “소선거구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망국적 제도라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정치 지형상 국민의힘 현역은 영남에 극히 치우쳐 있는데,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영남 의석만 야당에 대거 뺏길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6·1지방선거 때 전국 기초의원 선거 30개 선거구에서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했는데, 9명을 뽑는 광주 시범 지역에서는 민주당 6명에 진보당 2명, 정의당 1명이 당선됐고, 역시 9명을 뽑는 대구 시범지역에서는 국민의힘 7명, 민주당 2명이 당선됐다”며 “호남에서는 진보 정당이, 영남에선 민주당이 ‘대안 정당’으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대선거구제가 국민의힘에 불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 3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 3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조선일보가 주목한 건 민주당 내부 의견 대립이다. 이재명 대표가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다”며 “기득권,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의 장이 돼 신인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인용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되레 중진들의 자리 나눠먹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여야할 것 없이 각자의 이해관계나 다양한 의견 대립이 있다고 보는 쪽이 더 가까워 보인다.  

조선일보는 “내부적으로는 주로 비명 진영에서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하는 의견이 크다”면서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의 의견을 전했다. 이 의원은 이 신문에 “수도권과 광역시부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확대해 나가는 식이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이탄희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기득권의 온상인 소선거구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썼는데 이를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여야 모두 계파 갈등과 당대표 리스크 등 불씨를 안고 있다”며 “중대선거구제에 주도적인 의원들이 여야의 합리파, 비주류 성향이라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라고 했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대통령발 선거구제 개편, 조선일보 적극 찬성

윤 대통령이 2일자 조선일보 단독인터뷰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2~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조선일보는 3일자 사설 ‘신년 화두 “소선거구제 폐지” 갈라진 나라 해법 될 수도’에서 이를 적극 찬성했다. 

조선일보는 “지역구마다 국회의원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패가 분명해 책임정치를 구현한다고 하지만 승자독식 구조여서 여야 정당, 지지자 간 극단적 대립과 갈등을 키워왔다”며 “(중대선거구제는) 지금처럼 철저하게 양극단으로 갈라진 정치 현실에서는 도입의 득이 실보다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소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개편하려면 지역구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며 “지금 지역구에서 당선 안정권에 있다고 여기는 의원들이 반대할 수 있지만 지난해 지방기초의원 선거 때 30개 지역구에서 중대선거구를 시범 실시한 결과 민주당은 이득을 보기도 했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이기 때문에 해당 의원들이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 3일자 조선일보 사설
▲ 3일자 조선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중대선거구제 도입 취지에 기본적으로 공감하면서 추가적으로 논의할 부분을 사설에서 다뤘다. 이 신문은 “도농 지역에 모두 도입할지, 2인·3인·4인 이상 선거구를 어떻게 정할지, 한 선거구에 정당 복수공천을 허용할지 등 짚고 따질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와 지역구·비례대표 조정 문제로 확장될 수 있고, 의원·정당별 이해관계에 따라 논의가 중단된 과거 전철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청년·여성들의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일도 중요하다”며 “승자·지역독식을 막는 방법에 중대선거제만 있는 것도 아니고 비례대표제를 전국 권역별로 뽑거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위성정당을 막고 지역구 다득표 탈락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선거제의 장단점을 두루 따지고 조합해 최대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만능의 해법이거나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자칫 기득권의 과점 체제로 흘러가지 않도록 심사숙고해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비례성 강화도 선거구제 개편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거대 여야의 위성정당 꼼수로 실패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부터 제대로 손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어떤 방안이 됐든 양당 독점을 깨고 다당 구조로 한발짝이라도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총선 1년 전인 올 4월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각 당에는 2월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뒤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태원 참사’ 언급 전시 취소, 또 검열 논란

2일자 한겨레 보도를 보면 지난달 29일 복합문화공간 ‘서울아트책보고’에서 개막한 ‘예술과 노동’ 전시회에서 선보이려던 ‘공개법정-“우리는 대한민국 노동자입니다”’ 아카이빙 자료전이 일방적으로 중단됐다. 문화공간 수탁 운영업체가 전시 포스터와 소책자를 걷어가고 영상 전시물 전원을 차단했으며 지난달 31일 서울도서관 쪽 지시로 결국 철거됐다. ‘이태원 참사’와 ‘화물노조 파업’ 등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전시하지 못하겠다는 게 이유로 전해졌다. 

▲ 3일자 한겨레 사설
▲ 3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3일자 사설 “‘이태원 참사’ 언급 전시 취소, 잇단 ‘검열 논란’ 우려한다”에서 “공공기관이 전시 장소를 제공하거나 후원을 한다는 이유로 예술 작품의 내용에까지 간섭하는 것이야말로 ‘관치 예술’이요, 예술의 자유로운 창작과 향유를 가로막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지난해 중고생 만화 공모전에서 만평 ‘윤석열차’에 금상을 주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했다가 비판을 받았고,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풍주한 만화 전시가 불허됐다. 부마항쟁 43돌 기념식에서 공연할 예정이던 가수 이랑이 주최 쪽에서 노래 교체 요구를 받다 무대에 서지 못한 일도 있었던 것을 나열했다. 

한겨레는 “전시·공연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개입은 말할 것도 없는 예술의 자유 침해이고, 실무자들의 눈치보기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정부의 강경 태도가 불러온 위축 효과라는 점에서 본질은 다르지 않다”며 “‘자유’를 그토록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문화예술의 자유가 번번이 침해당하고 있으니 지독한 아이러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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