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MBC가 ‘긴축 경영’을 이유로 기상·교통 캐스터 전원 계약해지와 방송 폐지를 강행했다. 포항MBC는 이 과정에서 구성원 협의를 거치지 않은 데다 사장 전용차량 등 부대비용은 존속시켜 구성원들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포항MBC민주언론노조는 성명을 내고 “파괴적인 해고 잔치”라며 “방송을 파괴하고 포항MBC의 미래를 짓밟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했다.

포항MBC 노사 취재에 따르면 포항MBC는 지난달 31일자로 자사 기상캐스터 1명과 교통캐스터 2명 등 총 3명의 프리랜서 사원에 대해 계약해지했다. 사측은 11월 말 이들을 차례로 면담하면서 ‘회사가 어려워 날씨와 교통 방송을 폐지한다’며 이같이 통보했다. 이들은 포항MBC에서 길게는 10년 간 일해온 이들로 하루 2~3회 진행하는 TV 날씨예보와 라디오 57분 교통방송을 전담해왔다. 모두 포항MBC에서 전적으로 근무하며 생계를 유지해온 이들이다.

▲포항MBC 날씨방송. 포항MBC유튜브 갈무리
▲포항MBC 날씨방송. 포항MBC유튜브 갈무리

포항MBC는 11월 초 긴축안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뒤 같은 달 말 방송 폐지와 프리랜서 계약 해지 사실을 일부 부서에 통보했다. 포항MBC는 날씨정보의 경우 대구MBC의 뉴스를 구매해 사용하고, 서울의 57분 교통정보를 방송하겠다는 계획이다.

포항MBC민주언론노조는 계약해지 전날인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프리랜서 사원 3명은 각각 3년, 5년, 10년 간 우리와 함께 일해왔다. ‘계약직’ 사장의 무모한 결정 하나에 겨울 한파 속으로 매몰차게 내동댕이쳐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의 방송 폐지와 계약 해지가)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공식 논의된 적도 없는 소식”이라며 “대체 무슨 이유로 방송을 폐지하고 포항MBC가 지역에 구축한 입지를 축소시키려 하느냐”고 물었다.

포항MBC민주언론노조에 따르면 포항MBC에서 이같이 전격적인 방송 폐지와 프리랜서 무더기 계약해지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에 사전 통보하거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노조는 “전임 사장 중 누구도, 아무리 힘든 경영상황이 와도 이처럼 방송을 파괴시키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포항MBC 로고
▲포항MBC 로고

포항MBC는 방송 폐지 이유로 ‘비상경영’을 밝혔지만 구성원들은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측이 사내 협의 없이 돌연 긴축안을 결정한 데다, 사장 전용차량을 비롯한 각종 부대비용은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양찬승 사장이 임기 뒤 시행한 사장 전용차량의 유지비와 대구MBC 날씨방송 구매 비용이 계약해지된 세 명의 ‘프리랜서’들의 연봉과 맞먹는 수준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해고된 기상캐스터와 교통캐스터들의 연봉은 2022년 기준 최저임금 수준이다. 사실상 그 이하”라며 “날씨 방송을 (대구MBC에서) 사오는 비용은 어디서 나오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양찬승 사장이 부임 직후 (전임 사장이 비용감축을 위해 폐지한) 사장 전용차량을 부활시켰다”며 “회사를 위해 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했다.

노조는 “포항, 경주, 영덕, 울진, 울릉, 독도 등 산업단지가 많고 바닷가에 있는 권역 특성상 날씨와 교통은 지역민의 생계와 직결되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며 “기상캐스터와 교통캐스터는 이런 생생한 정보를 지역민에게 전달하는 유일한 소식통”이라고 했다.

포항MBC민주언론노조는 “내부에서 이토록 파괴적인 해고 잔치를 벌이는데 보도제작부서의 어느 누가 떳떳하게 외부의 부조리를 살피겠느냐”며 “자신의 무능력은 감추고 연임을 위한 성과는 반드시 필요했기에 이토록 저열하게 가장 약한고리를 물고 늘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노조는 “양찬승 사장 개인에게 들어가는 부대비용을 하나씩 나열하면 해고된 프리랜서 사원들은 피눈물을 흘릴 것”이라며 “포항MBC의 미래를 짓밟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 그리고 당장 긴축한 시행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양찬승 포항MBC 사장은 “회사가 어렵고 적자 규모가 커 공영방송으로서 존립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을 개편했다”고 했다. 양 사장은 인건비와 임원 부대비용 등 비용감축 순위를 구성원과 다시 협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대화는 당연히 한다”며 “프리랜서를 고용하려면 구성원과 합의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양 사장은 임기 내 전용차량 부활에 대해선 “제네시스80은 지역계열사 사장단 처우 가이드라인보다 한 단계 낮은 단계다. 운전기사를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세 캐스터에게 계약해지 통보한 신영민 포항MBC 편성제작부장 겸 보도제작국장은 통화에서 “이 분(캐스터)들에게 회사 상황을 설명했다”며 “프로그램은 어차피 개편할 때마다 얼마든지 변형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신 국장은 “안동MBC도 기상정보를 대구에서 가져온다. 바뀐 기상정보는 뉴스를 통해서 전달되고, 어민들은 교통정보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모바일로 운항회사에 들어가면 파고 등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동MBC는 바닷가를 권역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이어 신 국장은 회사가 다른 부대비용 축소에 앞서 방송 폐지와 인력 감축에 나섰다는 지적에 “간부 업무추진비를 줄이고 취재차량도 줄였다. 다른 절감안도 많이 있다”고 했다. 사장 전용차량에 대해서는 “전용 차량도 회사 취재 촬영 등 업무용으로 쓰기로 했다”고 했다. 전용차량(제네시스)을 유지하면서 취재·촬영에 사용하는 것의 현실성을 지적하자 “제네시스가 필요할 때도 있을거 아닌가. 업무용으로도 쓸 수 있다”고 했다.

양재혁 포항MBC민주언론노조 위원장은 통화에서 “당초 회사는 경영위기를 이유로 각 부서장과 안을 만들어 통보했다. 일부 안은 구성원과 아예 공유되지 않거나, 구성원이 반발했음에도 그대로 관철됐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앞으로 인력구조 및 큰 광고주와 관계 회복 등 회사에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닌데도 벌써부터 방송 축소 및 임금 삭감을 꺼내든 것은 잘못”이라며 “특히 중장기로 시행돼야 할 계획이 구성원들과 어떤 토론도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말했다.

(9일 오후 6시5분 포항MBC 입장 추가) 

포항MBC는 9일 미디어오늘에 보낸 공문을 통해 “프리랜서 사원은 존재하지 않는 명칭”이라며 “‘해고’는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잘못된 표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포항MBC는 “프리랜서 3명의 연봉과 업무용 차량의 비용이 비슷할 것이라는 표현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무용 차량 유지비는 연간 약 1400만원으로 세 사람의 연봉에 비해 매우 적다는 것이다. 노조는 전용차량 보증금 3800만원가량을 포함해 계산했으나, 회사는 이를 “비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포항MBC는 그러면서 캐스터들의 월급 외에 장비 가격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1000만원으로 책정한 금액, 기상캐스터가 매번 분장을 받는다고 쳤을 시 분장비 등을 계산에 포함한 뒤 “사장 업무용 차량 유지비는 연간 약 1399만원이고, 날씨 구입 비용은 회당 2만원으로 연간 약 416만원”이라고 했다. 

포항MBC는 또 노조 성명 중 ‘양 사장이 임기 중 임원 전용차량을 부활시켰다’는 표현에도 “전임 사장은 개인 선호에 따라 카니발을 임원 차량으로 선택해 현재 운영방식과 같이 사용했고, 현재 차량은 G80에 대한 렌트 계약도 전임 사장때 이뤄진 뒤 현 사장 재임 중 차량이 인도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임 사장은 카니발을 사원들의 취재·제작 차량으로 병용한 데 비해 양 사장은 제네시스 G80을 전용으로 탔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미디어오늘은 포항MBC민주언론노조 성명을 바탕으로 기상·교통 캐스터 전원 계약해지와 방송 폐지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포항MBC 사측의 반론을 받고자 했습니다. 9일 포항MBC는 본보 보도 이후 공식 공문을 통해 정정보도 요청을 해왔습니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포항MBC사측의 입장을 반론 형태로 추가 반영했습니다. 또 양찬승 사장의 전용차량은 제네시스90이 아니라 제네시스80이어서 이를 바로잡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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