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자당(自黨) 의원들을 편파적으로 비판했다는 이유로 MBC ‘스트레이트’ 기자 4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9월 국민의힘이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 기자 4명을 대상으로 한 금전지급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국민의힘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지난 10월1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이 문제 삼은 MBC 스트레이트 보도는 2020년 7월26일과 8월2일자다. 보도에는 주호영, 박덕흠, 이헌승, 송언석 등 현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국민의힘은 MBC가 자당 의원들을 집값 폭등 주범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보도 직후 소송을 제기하며 “MBC는 집값 폭등 원인을 다룸에 있어 방송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해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해서만 비판적 내용으로 편파적 보도를 함으로써 마치 국민의힘이 집값 폭등 주범인 것처럼 보도해 그 명예를 훼손했다. 기자들은 국민의힘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한 MBC 기자 4명이 4000만 원씩 국민의힘에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 2020년 7월26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갈무리.
▲ 2020년 7월26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갈무리.

국민의힘이 2020년 8월 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MBC노조와 언론단체들이 “언론에 재갈 물리기”라고 비판할 정도로 국민의힘의 법적 대응은 무리였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단독 김호춘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MBC 방송은 국민의힘 의원들뿐 아니라 당시 정부·여당 인사들의 다주택 보유 현황 및 정책 실패에 대해서도 상당한 비중으로 다룬 것으로 보인다”며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라도 국민의힘 자체 정체성이나 사회적 평가·명예를 위법하게 저하·훼손할 만한 특기할 만한 사실 적시는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나아가 보수적 가치와 사유재산권 보장 내지 자유를 중시하는 국민의힘 이념을 고려하면, 그 소속 국회의원들이 보유하는 사유재산 양이나 액수가 상대 정치 집단이나 정당보다 많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사유재산인 ‘집’값 폭등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혹여 그로 인한 재산상 이익을 누리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언급이나 비판이 상대 정치 집단의 경우보다 많더라도 이는 방송이 다루는 소재로부터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피고들(MBC 기자 4명)이 국민의힘이나 소속 의원들에 대한 주관적 악감정이나 편파적 태도를 가졌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 객관적 자료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김 판사는 MBC 스트레이트 프로그램 취지도 강조했다. 국내 집값 폭등 원인 가운데 하나로 2014년 12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부동산 3법이 꼽힐 수 있는데 MBC 보도는 당시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의 주택 보유 현황 및 이해충돌 문제를 다룬 것으로 그 내용은 “일반의 상식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부동산 소유 편중 및 투기·불로소득 문제에 대해 “건전한 국가경제발전, 국민 간 통합·갈등, 주거 안정과 복지, 근로의욕 제고·저하 등 우리 국가공동체 존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하고 공익적, 공공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이에 대한 논의와 비판은 넓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판사는 언론과 정치권력 상호간의 비판 견제 필요성도 인정했다. 그는 “피고들이 소속된 언론과 국민의힘 의원들과 같은 정치권력 사이 상호비판과 견제는 역동적인 민주국가 유지와 존립,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행복 추구와 기본권 보장을 위해 적극 지지돼야 하고 형식적인 법 영역에서의 위법성 판단에는 신중을 기하는 게 합당하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MBC 방송이 국민의힘 명예를 훼손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며 국민의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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