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처리한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민주당 스스로 이 법안에 대한 자신들의 내로남불과 이중잣대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아직 아무런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은채 다시 5~6년 전 야당으로 돌아가 언제 자신들 여당이었나는 듯이 공영방송 방송독립 취지를 주장하며 법안 처리에 나서고 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인데도 민주당의 이런 이중적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진정성에 대한 의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민의힘 역시 자신들이 야당일 때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외쳤으면서 여당이 된 뒤 다수 야당인 민주당이 법안을 밀어붙이자 반대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앞서 반성하지 않고, 자신들은 ‘여당때도 법안을 냈는데, 되레 국민의힘이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고 아무것도 안했다‘며 남탓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양당의 언론을 바라보는 근본인식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오전 국회 본청 당 대표 회의실 앞에서 연 최고위원회 후 백브리핑에서 기자와 이와 관련한 논쟁성 문답을 나눴다. “과방위에서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이 야당 때 강하게 추진하다 민주당 집권 5년 동안 추진하지 않은 데 대한 반성을 민주당이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야당일 땐 공영방송 독립성과 중립성을 요구하면서, 여당이 되면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하려는 유혹에 벗어나지 않는 것, 그런 내로남불을 민주당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간략히 답변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근본적인 취지는 방송의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필요성 속에 시작된 것이고, 이번에 그런 취지에 걸맞게 처리하는 노력이 있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민주당 역시 그런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하는 지적이다’라는 이어진 지적에 안 수석대변인은 “그것은 해석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5일 오전 국회 본청 당 대표실 앞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행태부터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5일 오전 국회 본청 당 대표실 앞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행태부터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이 같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언론 정책에 대한 비판은 같은 시각 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도 나왔다. KBS 야당추천 이사 출신인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이날 오전 민주당 언론자유 특위(위원장 고민정 의원) 주최 ‘윤석열 정부의 언론인식,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의 첫 발제자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언론인식 : 권위주의 언론통제와 민주주의의 위기’ 발제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언론개혁을 두고 “한마디로 ‘타령한 것이다’ ‘언론개혁 타령’, 그리고 ‘공염불이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우리라도 내로남불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나”라며 “우리가 힘 있을 때 바꿔야지 저들이 바꿔줄 수는 없다. 지금처럼 하니까 정치적 프레임 속에 미디어 프레임이 말린다”라고 쓴소리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언론개혁과 검찰개혁 화두에 빠져 정작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 교수는 “(이후에도)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의 화두를 갖고 또 얘기할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당은) 로드맵을 갖고 있지 않고, 청사진을 만드는 것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시민사회도 성찰할 부분이 있다”며 “늘 비판하는 데에만 익숙했지 로드맵을 실천하는데엔 익숙하지 않았다. 비판하는 것의 반만 실천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PPT 발제문에서 “지난 2016년 촛불시민에 의한 언론개혁의 화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를 할 수 있는 공공미디어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임에도,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실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제19대 대통령 선거공약집에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회복하겠다”면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등 보도 제작 편성의 자율성 확보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방송 동일규제 체제 전환 △해직‧징계 언론인에 대한 명예회복 원상복귀 및 언론탄압 진상규명 등을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집권 5년 간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점도 비판을 받는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영방송사의 지배구조 개선(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이창현 교수는 “지금 지배구조 개선 시도는 잘 하는 것이나 쉽지 않다”며 “미디어프레임이 아니라 정치의 프레임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목소리 높여서 싸우고 피가 터질 것”이라며 “그러나 결과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언론인식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의 토론회에서 지난 5년간 민주당의 언론개혁 정책에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진=서울의 소리 영상 갈무리
▲이창현 국민대 교수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언론인식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의 토론회에서 지난 5년간 민주당의 언론개혁 정책에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진=서울의 소리 영상 갈무리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공영방송사의 이사진과 구성에 여야 추천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고, 대표 법안은 박홍근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이었으나 2017년 정권교체 이후에 개정 논의가 중단됐다. 21대 국회에 들어서자 공영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안은 공수가 바뀌어 야당이 개정 법안을 제안하고 집권 여당이 방어하는 형국이 됐다. 집권 여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소극적으로 5년을 허비했고, 민주당이 야당이 되어 입법을 추진하는 처지가 됐다.

한편, 이창현 교수는 민주당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논의의 중심이 되고 있는 ‘정치적 후견주의 배제’ 쟁점에 대해서도 너무 몰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KBS의 야당 추천 이사를 지낸 이 교수는 “정치적 후견주의가 작동하는 부분도 있고, 너무 과대 포장된 부분도 있다”며 “정치적 후견주의로 이사들을 모두 다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론했다. 이 교수는 “양심적 시민운동의 수준, 언론인들의 판단기준, 시민적 열망 이런 것에 위임해줘도 된다”며 “정치적 후견주의에 몰입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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