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파업에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결국 강경 대응 쪽으로 가닥을 잡고 불법과 폭력에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천명하고 나서 논란이다.

화물노동자들이 왜 파업에 나섰는지의 근본원인을 해소할 대안은 전혀 보이지 않고, 법치를 내세우며 파업 자체를 무력화하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정 운영에 그렇게 자신이 없어서야 되겠느냐”며 본질을 살펴 대화로 풀 것을 촉구했고, 국제노동기구 ILO는 정부의 업무복귀명령 등 조치에 대해 “즉시 개입했다”고 밝히는 서한을 보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와 관련해 관계장관 대책회의 주재한 자리에서 화물연대의 11일째 집단 운송거부를 두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자유를 빼앗고 경제 전체를 화물연대는 지금 볼모로 잡고 있다”며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등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고, 건설사들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불법 채용을 강요하는 등 불법과 폭력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며 “정부는 조직적으로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과는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조직적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끝까지 추적하고 신속 엄정하게 조치해달라”고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관련 관계 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관련 관계 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이날 회의결과를 통해 업무복귀명령을 위반하도록 교사‧방조하는 집행부를 수사, 전원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자료에서 특히 지난달 29일 시멘트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결과 시멘트와 레미콘 뿐 아니라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 등이 호전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집단운송거부 10일간 시멘트·철강·자동차·석유화학·정유 등 주요 업종에 총 3조263억원 규모의 출하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파악되었다”고 썼다.

정부는 산업별 피해상황를 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며 국가경제 위기 우려가 있다고 판단 시 업무개시명령을 즉각 발동하기로 하고, 현재 화물차주에게 제공되고 있는 유가보조금과 고속도로 통행료를 운송거부 차주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불법행위에는 타협없는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면서 △주요 항만과 물류센터·산업단지에 경력·신속대응팀을 선점 배치해 24시간 불법행위를 차단 △운송복귀 거부자와 업무개시명령 위반을 교사·방조하는 집행부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전원 사법처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게릴라식 운송방해 및 저속주행·무단점거 등에 대비한 기동 단속팀을 운영 등을 내놓았다.

화물연대 파업 원인 해결책 없이 엄단 원칙 뿐

그러나 윤 대통령의 발언과 국토교통부 대책을 보면 화물연대 파업 요구사항을 해결할 해법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진압과 처벌 대책 뿐이라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반발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관련 관계 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관련 관계 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실제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서면서 내건 요구안은 △안전운임 제도의 개악 저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차종·품목 확대 등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규정된 ‘안전운임’(제2조 13호)이란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하여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이다. 문제는 ‘안전운임제’가 오는 12월31일까지만 적용하고 폐지되는 ‘일몰제’라는 데 있다. 화주가 운송사업자에 ‘안전운송운임’을 지급하면 운송사업자는 화물노동자에게 ‘안전위탁운임’을 지급해왔는데, 노동자들이 이렇게 제공받은 운임을 받지 못할 경우 도로안전 상 위협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 법안에는 안전운임 대상 품목이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특수화물자동차로만 한정돼 있어 화물연대는 다른 분야로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은 부칙 제2조에 나와있는 12월31일까지만 유효하다는 조항을 폐지하고, 품목 확대 논의이다.

무엇보다 이 요구사항은 6개월전 정부가 약속하고도 아무런 이행이 안된 점도 재차 파업까지 낳은 요인이다. 화물연대가 공개한 지난 6월14일 화물연대-국토교통부 합의안 2항을 보면 “국토교통부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컨테이너, 시멘트)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5일 국회 농성장 앞에서 ‘화물연대에 대한 전방위 탄압 중단 촉구와 윤석열 정권 강력 규탄’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4일 “이번 파업은 지난 6월 화물연대와 정부와의 합의가 있었음에도 정부가 최소한의 합의사항조차 이행하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며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의 책임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이번 파업에 근거도 없는 ‘불법’ 딱지를 붙이고, 심지어 한 번도 발동하지 않은 업무개시명령까지 발동하여 노동시민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일몰 기간을 연장한다는 의미로 주장하고 있어 서로 주장이 엇갈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정부합동브리핑에서 “정부는 화주, 운수사, 화물차주 등 이해관계자와 간담회 등 수차례 개최하고 당정협의를 거쳐 현행 안전운임제의 일몰 3년 연장을 추진하되, 품목 확대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결정하였다”며 “그런데도 화물연대는 자신들의 일방적인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집단의 이익만을 내세운 이기적인 운송거부를 강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가 공개한 국토교통부-화물연대의 지난 6월14일 합의안. 사진=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화물연대가 공개한 국토교통부-화물연대의 지난 6월14일 합의안. 사진=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특히 국민의힘 내의 ‘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윤석열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에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저녁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화물연대 파업을 정권퇴진 운동이라는 일각의 목소리를 두고 “그렇게 자신이 없어서 어떻게 나라를 끌고 가느냐”며 “지금 화물연대 파업은 2020년에 만들어진 안전운임법(안전운임제)이라는 … 3년 시한법으로 만들어놨는데 그 시간이 되니까 화물연대 쪽이 상시화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노조가 파업하는 식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건 노사문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만들었으면 시한인 3년 동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종전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는지 분명하게 분석해서 대처를 했어야지 문제가 발생하니 이제 와서 급하게 하려니까 타협이 잘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두고 김 전 위원장은 “업무개시명령 그 자체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모든 게 다 분배 투쟁”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화물노동자들이) 잠도 몇 시간 안 자고 열심히 해 봐야 한 달에 200만원~250만 원밖에 안 된다는 얘기”라며 “임금을 보장받기 위해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화를 해서 문제를 풀 생각을 (해야지)”라면서 “그걸 않고 맹목적으로 ‘너는 나의 적이니까 안 돼’ 이런 식으로 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화물연대 파업 대처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영상 갈무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화물연대 파업 대처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영상 갈무리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안전운임제 노정합의 정신은 온데 간데 없고, 정부가 나서서 ‘안전운임제’ 완전폐지로 겁박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법안 심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것이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의 모습이냐”며 “적대적 노정관계로 얻을 것은 없다. 정부는 화물 안전 운송과 화물 노동자 처우 개선을 중심에 놓고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ILO 업무개시명령 정부에 “즉시 개입, 결사 자유에 대한 입장 전달”

한편,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 정부에 대한 긴급개입 절차를 개시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4일 ILO 국제노동기준국 카렌 커티스 부국장이 지난 2일자로 발신한 ‘국제노동기구 개입절차 개시’ 서한(공문)을 공개했다. ILO 결사의 자유 분과장을 맡고 있는 커티스 국장은 공문에서 “(공공운수노조가) 제기한 문제와 관련하여 정부 당국에 즉시 개입”한다며 그 첫 단계로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 및 원칙과 관련한 감시감독기구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본부는 “ILO가 정부를 상대로 긴급개입 개시 공문을 발송하면서 기존 입장을 첨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ILO의 판례를 공지하는 방식을 통해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본부는 이번 ILO 긴급개입을 놓고 “한국 정부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국제노동기준을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번 공문과 함께 송부했다고 밝힌 ‘결사의 자유 기준 및 원칙과 관련한 감시감독기구의 입장’은 지난 2018년 발간된 ‘결사의 자유 위원회 결정 요약집’을 통해 그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고 썼다.

ILO가 첨부했다는 요약집을 보면, ILO는 “운송회사, 철도 및 석유 부문 등의 서비스 또는 기업 운영 중단은 해당 공동체의 정상적 생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인정되지만, 이러한 서비스 중단이 국가비상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위원회는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에서 파업 시 근로자를 동원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근로자의 직업‧경제적 이익을 옹호하는 수단의 하나인 파업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국제노동기준국 카렌 커티스 부국장(결사의 자유 분과장)이 지난 2일자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에 보낸 서한. 사진=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본부
▲국제노동기구(ILO)의 국제노동기준국 카렌 커티스 부국장(결사의 자유 분과장)이 지난 2일자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에 보낸 서한. 사진=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본부

 

ILO 위원회 요약집에 있는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에서 파업 시 근로자를 동원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근로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한 대목을 들어 화물연대 본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은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은 모두 ILO 협약 위반이 된다”고 해석했다. 한국 정부는 ILO 회원국이자 이번 사건과 직결된 87호 협약(결사의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 및 29호 협약(강제노동)의 비준국이니,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정부 스스로 비준한 국제법규를 위반한 셈이라고 화물연대 본부는 추정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이날 보도 반박 자료를 내어 “국제노동기구(ILO) 개입(intervention)은 ILO 헌장 등에 근거한 ‘결사의 자유 위원회’, ‘협약 적용·이행에 관한 전문가위원회’ 등 공식적인 감독기구(supervisory bodies)에 의한 감독절차는 아니며, 회원국은 해당 절차에 구속되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의 외교적 압력을 받고 있다거나 ILO 협약 위반에 대한 ILO 사무국의 사실상 우려 표명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이번 공문이) 그간의 통상적인 의견조회와 다르지 않으며, 우리 정부가 화물연대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거나 그러한 의혹이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사 보강 : 2022년 12월4일 22시18분 (국토교통부 입장 추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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