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JTBC 편성 드라마이지만, 넷플릭스에서도 디즈니플러스에서도 JTBC에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중 시청자가 ‘재벌집 막내아들’을 가장 많이 보는 플랫폼은 어디일까? 알 수 없다. 한국은 여전히 고정형 TV시청률 집계만 확인할 수 있고 OTT 데이터는 알 수 없다.  

“OTT 데이터를 너무 무겁게 보지말고, 데이터를 갖고 놀자.” 지난달 30일 열린 ‘데이터 기반 OTT 진흥방안 세미나’(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주최·한국OTT포럼 주관)에서 각계 OTT 산업 전문가들은 OTT 산업에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느새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OTT가 공적인 기능을 수행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유형의 스트리밍 미디어 콘텐츠를 의미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왓챠, 웨이브, 넷플릭스 같은 OTT를 비롯해서 유튜브나 디지털 동영상 전체를 OTT로 분류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사 주도로 콘텐츠가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 등의 OTT 채널에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작 콘텐츠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가 객관적으로 측정되거나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원 SK브로드밴드 컨설턴트는 “콘텐츠 관련 랭킹 데이터나 시청 데이터는 전혀 매집이 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재 실정”이라며 “웨이브를 보유하고 있는 지상파, 티빙을 보유하고 있는 CJ의 경우 해당 OTT를 통해 데이터 인프라 가치 분석·교류가 되고 있지만, 경쟁 OTT간의 데이터 호환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 지난달 30일 ‘데이터 기반 OTT 진흥방안 세미나’에서 발제하는 김종원 SK브로드밴드 컨설턴트. 사진=윤유경 기자.
▲ 지난달 30일 ‘데이터 기반 OTT 진흥방안 세미나’에서 발제하는 김종원 SK브로드밴드 컨설턴트. 사진=윤유경 기자.

 

‘OTT 데이터 공개와 활용’이 중요한 이유는

김종원 컨설턴트는 “OTT가 다양해짐으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도, 고객의 패턴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데이터 수집과 분석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며 “OTT 데이터는 제작 회사들과 마케터들에게 유용한 데이터가 될 것이다. 대다수 이용자들이 OTT를 이용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현재 어떠한 플랫폼 장르가 의미있고 어떠한 이용 패턴을 보이는지 연구하는 것은 특히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사의 경우 고정형 TV와 OTT 이용 고객의 교차 분석을 통해 목표 수요를 설정할 수 있다. 특히, 한국처럼 콘텐츠가 TV를 통해 방송되자마자 넷플릭스 등 OTT 채널로 이동하는 형태의 유통 구조 속에서 방송국·OTT가 동시에 활용되는 콘텐츠에 대한 분석이 더욱 필요하다.

▲ OTT 화면들. 사진=정민경 기자.
▲ OTT 화면들. 사진=정민경 기자.

해외의 경우, 스스로 데이터를 공개하고 활용하는 OTT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는 2014년부터 선별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해왔다. 2016~2018년을 거치면서 시청 가구 수 등의 데이터를 조금씩 공개하다가 현재는 콘텐츠와 시간 중심으로 매주, 매월 TOP10 목록을 한정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광고요금제를 도입하면서 향후 미국 넷플릭스의 경우 시청률 조사 업체 ‘닐슨’이 광고 시청률을 분석할 예정이다.

영국 시청률 조사 기관인 BARB(Broadcasters Audience Research Board)는 TV와 OTT의 통합 시청률을 조사해 0.5% 이상 시청률의 방송국 및 SVOD(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 AVOD(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순위를 발표한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JTBC,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중 어떤 플랫폼에서 가장 시청자가 많은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개된 데이터를 통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산업 예측과 해석들이 가능해진다.

물론, OTT 데이터 소유권과 관련한 논쟁은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OTT 데이터는 사기업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이지만, 시청자가 참여해서 만드는 데이터이기도 하기때문에 OTT가 공적인 기능을 해야된다는 의견도 있다. OTT의 ‘대중매체로서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럴수록 OTT 데이터 신뢰성 확보에 대한 노력이 선결되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준과 연동해 방송 뿐 아니라 포털, OTT까지 포함한 통합 디지털 미디어정책을 만들어야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종원 컨설턴트는 “데이터를 갖고 놀아야한다. 그렇게 데이터 문제를 활성화해야하고, 언론이 나서서 참전할 필요도 있다”며 “유독 미디어 데이터에 대한 논의는 무겁다. 공공 영역, 사업자 영역 등 전문 영역 외에도 일반 유튜버 등 여러 주체들이 하나의 데이터를 두고 논쟁하고 발전하는 것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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