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정문. ⓒ연합뉴스
▲국회 앞 정문. ⓒ연합뉴스

1987년 방송법 제정 35년 만에 공영방송의 정치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정보방송통신법안심사소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방송법, 방문진법, 교육방송공사법,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 핵심은 거대양당의 ‘정치적 후견주의’에 의해 움직이던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이다. 기존 지배구조는 KBS 이사회 11명(여야 7대4), 방송문화진흥회(MBC) 9명(여야 6대3), EBS이사회 9명(여야 7대2)이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25명 공영방송 운영위원회’의 수정안으로, 21명의 이사 추천권을 국회가 5명, 시청자위원회가 4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가 6명, 직능단체가 6명(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각 2인) 갖게 된다. 

애초 민주당 당론에서 추천 몫은 국회 8명, 시청자위원회 3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3명, 직능단체 3명, 사용자 단체 2명, 종사자 대표 2명, 시도의회의장협의회 4명이었으나 사용자‧종사자와 시도의회 몫을 없애고 학회와 직능단체 몫을 기존보다 2배 늘렸다. 또 국회 몫은 더 줄이고 시청자 몫은 늘렸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은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추천된 후보를 재적 이사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 방식으로 달라진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9일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환영 입장을 냈다. 언론노조는 “35년 만에 한국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확보할 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행사되어 온 정치권의 공영방송 임원 선출 관행이 사라질 기회”라며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영방송 3사. 그래픽=안혜나 기자.
▲공영방송 3사. 그래픽=안혜나 기자.

언론노조는 “공영방송 경영에 종사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오늘 의결된 법안에서) 종사자 대표단체 이사 추천권이 삭제된 것에 유감”이라면서도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 축소라는 대원칙을 살리고, 언론노조에 대한 국민의힘의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법안 개정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승적으로 개정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 언론6단체가 민주당 당론에 대해 △국회 추천 몫이 기존 100%에서 28%로 줄고 △전문성 반영을 위해 학계와 직능단체 추천권을 포함하며 △시청자위원회에 추천권을 보장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만큼 이번 개정안 역시 본회의 통과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반발과 공세가 예상된다.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민노총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장악 법안으로 민주당이 저지른 또 하나의 의회 폭거”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방송 직능단체는 친 민주당, 친 민노총 언론노조”라며 “대한민국 공영방송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노영방송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같은 주장에 언론노조는 “이번 개정안에 ‘친 민주당’, ‘친 언론노조’라는 근거 없는 딱지를 붙인다면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부 언론계 극우파의 흑색선전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고 정파성과 무관한 직능단체 대표성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노동’이라는 단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이사 추천 단체 목록 어디에서 ‘언론노조의 영구장악’을 주장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법적 근거 없이 여야 정치권이 임의로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를 추천하면서 정권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답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오늘 법안소위 의결을 시작으로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법안들을 제대로 매듭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반대와 법사위 구조를 감안했을 때 현실적으로 내년 3월쯤 본회의 통과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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