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에 대한 신속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이 정부를 의도적으로 폄훼했다’는 내용의 민원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이에 29일 방송심의소위 회의에서 심의위원들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본연 기능’이라는 의견과 ‘국가 책임으로 프레임 짓고 있다’는 의견으로 대립하며 대다수 안건에 대해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 신속심의 안건 ‘방송이 정부를 과도하게 폄훼했다’ 대부분

이날 회의에서는 KBS, MBC, TBS, 채널A, MBN 방송에 대한 이태원 참사 신속심의가 진행됐다. 이날 신속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8건 중 5건은 모두 해당 방송이 정부를 과도하게 폄훼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문제제기하는 민원 내용이었다. 

‘특집 MBC 뉴스데스크’(10월31일 방송분), KBS-1AM ‘주진우 라이브’(11월1일 방송분), KBS-1AM ‘최경영의 최강시사’(11월3일 방송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11월7일~11일, 16일 방송분)에 대해 민원인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 및 책임과 관련해, 정부의 미흡한 부분을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마치 정부가 범인인 것처럼 몰고가 정부를 과도하게 폄훼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11월8일 방송분)에 대해서는 이태원참사 책임에 대한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을 방송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적 논평을 다루지 않아 사고 책임에 대한 잘못된 내용을 방송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수사관들이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발생한 핼러윈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수사관들이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발생한 핼러윈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해당 방송들은 “(진행자) 비탄에 빠진 유가족들은 이번 참사가 충분히 예측 가능했고, 막을 수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대규모 인파가 몰릴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경찰과 지자체가 따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점을 두고두고 아쉬워하고 있다”(특집 MBC 뉴스데스크), “(진행자) 국가 애도 기간을 5일까지, 사망자 분향소, 뭐 그 다음에 근조가 안 보이게. 이렇게 일괄적인 말이랄지 행동 양식을 권고하잖아요. …본인들은 권고하는 게 아니다라고…말을 바꾸지만. 폭력 아닙니까?”(최경영의 최강시사)라는 방송 내용을 내보내며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이에 민원 취지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오늘 안건 중 피해자 안정에 관한 1건과 영상 관련 안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부를 폄훼했다, 조롱했다, 정부 책임을 과도하게 선동했다는 내용”이라며 “이태원 참사 보도의 신속심의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도 “민원 취지 자체가 잘 납득되지 않는다”며 “국가가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는 입장을 보였고, 그걸 보도로 전한 것이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질문을 던지고 국가가 답하게 하는 것이 언론의 본연 기능”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은 대부분 해당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우석 위원은 “국가 책임으로 프레임해서 인터뷰를 유도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도 든다“며 제작진 의견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황성욱 위원도 ”재난 상황에서 직접 피해자 인터뷰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기자가 단지 유가족 인터뷰뿐만 아니라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특히, KBS-1AM ‘주진우 라이브’(11월1일 방송분)에 대해서는 진행자가 세월호 선내 방송의 책임도 정부에 있었던 것처럼 청취자들을 선동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다. 진행자 주진우씨는 ‘주기자의 1분’ 코너에서, “청춘이 압사당할 때 국가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가만히 있으라고요? 추궁하지 말라고요? 의문을 갖는 것도 선동성 정치적 주장이라고요? 가만히 있으라고요, 세월호 때도 그러셨잖습니까?”라고 말했다. 

▲ KBS-1AM ‘주진우 라이브’(11월1일 방송분) 방송화면 갈무리.
▲ KBS-1AM ‘주진우 라이브’(11월1일 방송분) 방송화면 갈무리.

이에 정민영 위원은 “(세월호 침몰) 이후 해경이 출동하고 구조 벌이는 전체 과정이 선내방송에서 했던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총체적으로 국가의 실패라고 평가됐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끔찍한 일 앞에서 정부가 보인 태도를 비판하면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는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김우석 위원은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재난보도준칙에는 선정적 보도를 지양하고 감정적 표현을 자제해야한다는 규정이 명확하게 나와있다”며 “국민들의 마음에 아픈 상처 남아있는 세월호를 빗대 너무 선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의견진술 의견을 냈다. 황성욱 위원도 “세월호 발언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며 의견진술 의견을 냈다. 해당 안건도 의견진술 2인, 문제없음 2인으로 의결이 보류됐다. 이광복 소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무처 모니터로 상정된 MBC 안건에 “선택적 모니터 아니냐” 문제제기도

한편, 현장 상황 영상을 별도의 흐림처리 없이 보여줘 문제가 제기 된 ‘MBC 뉴스특보’(10월30일 방송분)는 다른 안건과 달리 민원이 아닌 사무처의 모니터에 의해 상정돼 질문이 오고가기도 했다. 사무처는 “SBS 등 다른 채널에서 들어온 민원을 상정한 후 그 과정에서 유사한 내용은 없는지 추가로 모니터하다가 상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윤성옥 위원이 “선택적으로 모니터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심의 대상 채널, 시간대 등으로 일관적 기준을 정해서 모니터를 해야한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사무처는 “민원 건 이후 다 확인을 했는데, 다른 채널은 이와 유사한 내용이 없었다. 별도의 흐림처리 없이 방송된 건은 이 프로그램 하나였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영상에 관한 사안을) 병합해 심의해 심의위원회에서 영상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그 기준에 맞게 모니터링을 해서 일괄되게 처리를 해야한다”고 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정민영 위원은 “일부 모자이크 처리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은 있지만, 참사현장의 참혹한 광경을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우석 위원은 “수많은 영상을 봤는데 그 중 가장 흐림처리가 약하다. 그야말로 개인이 다 구별될 수 있는 영상인데, (사무처에서) 모니터를 잘해줬다는 생각이 든다”며 “민원이 없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해당 안건은 다음주 ‘MBC 뉴스특보’ 제작진 의견진술 과정에서 함께 질문해 의견을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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