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미디어넷이 ‘DMC미디어플러스’라는 자회사를 분사해 향후 이 법인을 대주주인 TY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와 통합할 것이라는 디지털 마케팅 사업 재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노조는 대주주인 TY홀딩스의 부실회사 처리를 위해 SBS미디어넷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당장 오는 1일 인사발령 예정인 전적 대상자들도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발에 나섰다.

지난 16일 SBS미디어넷 김계홍 대표는 광고를 담당하는 미디어솔루션본부 및 SBS골프닷컴을 담당하는 스포츠사업팀 총 31명의 직원을 모아 사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주요 내용은 미디어솔루션본부와 스포츠사업팀을 물적분할하여 SBS미디어넷 자회사인 ‘DMC미디어플러스(가칭)’라는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것. 이후 이 법인을 올해 5월 인수한 ‘DMC미디어’ 및 인수 예정인 ‘문고리닷컴’과 통합해 새로운 마케팅, 디지털&커머스 사업부문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른 전적 대상자에는 미디어솔루션 본부 25명(기간제 사원 포함), 스포츠사업팀 10명(계약직 포함)이 해당된다. 

직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김대표는 ‘확답은 어렵지만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후 회사는 직원들에게 ‘12월 1일 준비단을 신설하고 내년 1/4분기 물적 분할 완료’라는 일정표를 통보했다. 

“SBS미디어넷, TY홀딩스 부실기업 정리위해 수단으로 이용돼”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미디어넷 지부는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측에 구성원의 동의없는 분사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 28일 진행된 SBS 미디어넷 분사 계획 전면 철회 촉구 기자회견. 사진=윤유경 기자.
▲ 28일 진행된 SBS 미디어넷 분사 계획 전면 철회 촉구 기자회견. 사진=윤유경 기자.

노조는 이번 사업 재편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SBS미디어넷의 사업재편을 위해 지주회사 TY홀딩스의 쇼핑몰 ‘문고리닷컴’을 인수하겠다는 점‘을 지적했다. TY홀딩스는 SBS 지분을 36.92%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TY홀딩스가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인테리어 온라인 종합 쇼핑몰 ‘문고리닷컴’은 2019년 SBS미디어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회사로, 현재 SBS미디어넷의 업무영역과는 연결되는 부분이 없다. 

노조는 “문고리닷컴은 경영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21년 당기순이익이 –24억, 부채비율 180%, 75억원의 부채 중 차입금만 57억원이다. 이번 달 1일에는 TY홀딩스로부터 운영자금 5억원을 단기차입 받았다. 자체 능력으로는 5억원조차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주회사의 부실기업을 정리하기 위해 유보자금이 넉넉한 SBS미디어넷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경영진이 SBS미디어넷의 이익이 아닌 지주회사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사업재편은 애꿎은 실무 직원들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조정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2017년 비슷한 수순을 밟은 ‘SBS 네오파트너스’를 예로 들었다. 당시 SBS콘텐츠허브는 물적 분할을 이유로 직원 일부를 SBS 네오파트너스로 인사 발령한 바 있다.  

▲ 28일 진행된 SBS 미디어넷 분사 계획 전면 철회 촉구 기자회견. 사진=윤유경 기자.
▲ 28일 진행된 SBS 미디어넷 분사 계획 전면 철회 촉구 기자회견. 사진=윤유경 기자.

노조는 “당시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사측의 설명을 들은 직원들은 급작스런 인사발령 후 급조한 신사업을 수행해야만 했다. 결국 단기에 성과가 나오지 않자 사측은 일부 직원들에게 임금 삭감 또는 전적을 요구했다. 특정 프로젝트 담당자들에게는 사실상의 해고까지 이뤄졌다”며 “SBS미디어넷의 새로운 법인에서도 반복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밖에도 노조는 △SBS미디어넷 내에 본부를 만들어 독자 직접 영업을 시작한 후 매출이 급성장한 미디어솔루션본부를 분리하려는 정당성이 부재하다는 점 △SBS골프 채널과 결합돼 우상향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 부서인 스포츠사업팀의 분할 이유가 불투명하다는 점 △미디어솔루션본부가 해온 ‘채널 광고 영업’과 DMC미디어의 ‘디지털 광고 영업’의 영업 방식은 아예 다르다는 점 등을 이번 재편안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전적 대상자 대부분 ‘전적 동의 않는다’ 입장문 발표

전적 대상자 대부분은 이미 전적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적 대상자 중 보직자 등을 제외한 26명의 정직원 중 25명은 23일 ‘저는 전적에 동의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친필 서명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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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진행된 SBS 미디어넷 분사 계획 전면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최동원 미디어솔루션본부 차장. 사진=윤유경 기자.

직원들은 “회사는 구체적 계획없이 ‘일단 시작하면 결과는 어떻게든 나올 것이다’라는 식의 막연한 기대만 내놓으며 ‘일단 분사는 진행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전적 대상자들은 SBS미디어넷 출신이 아닌 DMC미디어 출신임원을 대표이사로 맞이해야 한다고 일방 통보 받은 상황이다. DMC미디어처럼 현재도 퇴사가 잦은 회사의 임원이 우리 SBS미디어넷 출신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지켜주리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적 대상자인 최동원 미디어솔루션본부 차장은 “그룹 내에 SBS M&C라는 대한 미디어렙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케이블을 전문으로 하는 렙사로 분사시킨다는 것은 우리에게 상당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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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진행된 SBS 미디어넷 분사 계획 전면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최장원 SBS미디어넷 지부장. 사진=윤유경 기자.

최장원 SBS미디어넷 지부장은 “SBS미디어넷 단체협약 35조에 ‘전적시 당사자의 동의를 거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는 만큼 이번 사업재편안은 더 이상 실질적인 진행이 어렵다”며 SBS미디어넷 사측과 TY홀딩스는 SBS미디어넷의 디지털 커머스 사업재편을 중단하고, SBS미디어넷 사측은 사업 재편에 따른 12월 1일자 준비단 인사발령 등 조직개편과 분사를 중단하고 문고리닷컴 인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SBS미디어넷 사측 관계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디지털 커머스와 마케팅을 활성화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잡아놓았다”며 “문고리닷컴은 당장 실현되는 문제가 아니고, 12월 조직개편 후 통합마케팅 추진단을 통해 사업자 명칭, 기능, 분사 형식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추진단장과 조직원들이 충분히 협의해 결정하게 되는 과정을 3개월 정도 가져가는 것이 1차적으로 확정되어있다”고 했다. 아울러 “직원들의 처우, 고용 보상 등은 현행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도 했다. 

▲ SBS 프리즘타워 사옥. 사진=윤유경 기자.
▲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 사옥. 사진=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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