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플랫폼 리디의 자회사 오렌지디가 경력직 편집자에게 수습계약을 적용한 뒤 해고했다가 누리꾼 비판이 일자 해고 사유를 철회하지 않은 채 복직 명령해 논란이다. 근무 기간 동안 관리자의 직원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에도 고발이 나왔다. 출판노동유니온은 “이번 직장내 괴롭힘과 해고는 오렌지디만의 문제가 아닌 출판사 전체의 문제”라며 오렌지디가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출판노동유니온)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오렌지디 직장내괴롭힘 및 부당해고 건에 관한 당사자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고 당사자인 편집자 A씨는 이날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해고사유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오렌지디는 리디 자회사로 웹소설과 웹툰 연재, 책 출판 등 IP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13일 경력직 정직원 채용절차를 거쳐 오렌지디에 입사했다. 그러나 오렌지디는 정규직 계약서(수습기간 조항 포함)가 아닌 ‘3개월 수습계약서’를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이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시맨틱에러 포토에세이’ 책임편집자를 맡았고, 예약판매가 시작된 날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3일 뒤인 3월12일 해고됐다. 딱 3개월 만인 수습 종료일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출판노동유니온)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오렌지디 직장내괴롭힘 및 부당해고 건에 관한 당사자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출판노동유니온)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오렌지디 직장내괴롭힘 및 부당해고 건에 관한 당사자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오렌지디 부당해고자 A씨가 책임편집자를 맡았던 ‘시맨틱 에러 포토에세이’ ⓒ오렌지디
▲오렌지디 부당해고자 A씨가 책임편집자를 맡았던 ‘시맨틱 에러 포토에세이’ ⓒ오렌지디

편집자 A씨는 “담당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해외에 수출되며 기사에 오르내릴 때, 저는 납득할 수 없는 해고사유서를 받아들고 그 내용이 왜 잘못된 것인지 하나하나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A씨는 출판사 내 관리자인 팀장의 동료 직원 B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고 보고 있다. A씨는 C팀장이 B씨에게 부당한 문책과 고성, 책상을 내려치는 행위 등 괴롭힘을 가해왔다며 “후배 편집자 B씨를 ‘가르치라’는 명령을 거부한 뒤 C팀장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후 C팀장은 다른 동료들의 평가 과정과 달리 A씨에게만 모든 발주서와 매회차 교정지를 전부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등 잦은 지적과 지시를 했다. A씨는 “회사에 객관적 평가와 검증 시스템이 부재했기에 상급자 의도에 따라 검증 없는 해고로 이어졌다”고 했다.

A씨가 사건을 공론화한 뒤 오렌지디가 합의서를 체결하며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편집자 A씨는 지난 5월 자신이 겪은 해고를 SNS에 알렸다. 당시 SNS를 통해 사건을 접한 소비자들이 리디와 오렌지디를 비판하며 불매 여론이 퍼졌다. 이후 양측이 수 차례 면담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오렌지디는 △A씨 원직 복직 △미지급 임금·위자료 지급 △3개월 수습 계약서 폐기 등을 약속했다. 회사는 또 A씨가 겪은 직장 내 괴롭힘과 해고 사태의 과정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회사가 지난 9월 초 조사 결과를 내놓은 뒤 되레 사태가 악화했다. 사측이 조사 주체로 선임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조사 결과 C팀장의 A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및 부당해고를 모두 불인정했다. 현재 퇴사한 동료 직원 B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은 일부 인정했다. 이에 A씨는 해고사유서의 사실관계를 반박하며 대면 설명을 요구하거나 질문했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이날 해고사유서의 내용을 하나 하나 반박했다. 일례로 오렌지디 측은 A씨가 ‘오케이교 파일을 사전 협의 없이 금요일 오후에 전달하며 월요일 오전까지 완료 요구’했다며 ‘동료 배려 부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가 이날 공개한 C팀장과 A씨의 온라인 대화에 따르면, C팀장이 먼저 마감일을 ‘월요일’로 제시해 A씨가 응했다. 실제 인쇄일은 ‘목요일’로 7일이 남은 상황이었다. 또 오렌지디 측은 A씨가 팀장 연락 없이 백신휴가를 연장하고 휴가계를 미작성했다고 했는데, A씨는 “양일 다 보고했다. 서류는 ‘연차를 쓰고 복귀후 사후 등록’이라고 쓰여 있어 복귀일에 제출했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출판노동유니온)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오렌지디 직장내괴롭힘 및 부당해고 건에 관한 당사자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출판노동유니온)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오렌지디 직장내괴롭힘 및 부당해고 건에 관한 당사자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원중 출판노동유니온 사무국장은 통화에서 “회사가 해고사유서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렌지디 기준이라면 누구나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출판노동유니온과 A씨는 오렌지디가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해결할 것을 요구하며 15일 업무복귀 명령을 거부하는 상태다.

출판노동유니온은 이번 사건이 “출판계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출판계에 만연한 비민주적 문화와 경영 부재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며 “비슷한 피해자는 많았다. 오렌지디 사건이 떠오른 뒤 업계에선 ‘내가 당했던 일과 비슷하다’ ‘나도 그렇게 해고 당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김 국장은 “청년들이 출판 노동시장에 계속 유입되지만, 오렌지디 사례와 같이 자의적 기준으로 평가되고 질책 받고 낙인 찍히는 문화와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대개 업계에 3년도 근속하지 못한다”고 했다.

출판노동유니온은 이날 오렌지디에 일방적 인사발령을 철회하고 책임있는 답변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 오렌지디 모회사 리디에는 오렌지디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밝혔다. 또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과 출판인 회의가 나서 비민주적 문화와 경영부재, 책임 회피를 근절하라고 요구했다.

오렌지디 측은 25일 출판노동유니온과 A씨 입장에 대한 답변을 묻는 취재에 “정은선 대표가 미팅이 있어 통화가 어렵다”며 “28일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오렌지디 모회사인 리디 홍보 담당자는 관련 질의에 “오렌지디는 해당 이슈가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사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리디 역시 사안을 주시하고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자회사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를 강화하는 등 적극 대응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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