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24일 총파업에 나선 지 사흘 째다. 정부여당, 대통령실은 파업에 대한 초강경 대응 기조를 밝히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이 파업을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 파업의 여파로 인한 대란 관점에서 다뤘다. 

대통령실은 총파업이 시작되자마자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11시40분께 페이스북에 ‘불법적 행동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응한다’는 글을 올렸다. 25일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다양한 실무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29일 국무회의를 거쳐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고 판단하면 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업무개시를 하는 구체적인 이유나 대책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30일간 면허정지나 면허취소, 최대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11월2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11월2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은 관련법이 도입된 이후 18년간 업무개시명령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됐으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발동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업무개시명령을 위해 정부, 국회 등의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짚으면서 “그만큼 까다롭게 판단해 발동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초강경 대응이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도 있다. 경향신문은  “협상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업무개시 명령을 시사하며 파업 직후부터 압박에 나선 셈”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화물연대 총파업 전후 시점의 시멘트 출하량, 항만 장치율 등 구체적인 통계를 수집해 구체적인 피해액을 산출하는 한편, 업무개시 명령 발동 뒤 화물 연대의 불복카드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운송 거부가 길어지면 물류 마비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신속한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6월 화물연대 파업 때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엄포만 놓고 주저하는 바람에 운송 거부가 8일이나 이어졌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했을 때는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였다”며 “화물연대는 이번에도 정부가 엄포뿐일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11월26일자 경향신문 기사(위)와 조선일보 사설
▲11월26일자 경향신문 기사(위)와 조선일보 사설

화물연대 총파업은 관련 업계 긴장감을 높일 수밖에 없다. 다만 파업 이틀차까지의 상황을 전하는 보도는 신문별 온도차가 느껴진다.

한국일보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면서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아직까지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 업체들은 재고 여유가 있고, 비조합원 차량으로 운송에 나서며 파업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 재고 소진이 빠른 정유 업체는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며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아직 큰 피해가 없고, 타이어 업체들도 파업 영향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철강 업계의 경우 “당장 피해는 없지만, 길어질 경우 제철소를 멈춰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주말판인 중앙SUNDAY는 “시멘트와 철강재의 공장 출하가 막히며 여파가 아파트 공사장 등 연관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절반 이하로 줄면서 수출입 업체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업종별 단체들이 화물연대의 파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함께 전했다. 국민일보는 “시멘트 협회는 24일 하루에만 19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만 만나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3시간20분가량 만찬을 나눴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를 둘러싼 당내 혼란을 수습한 뒤 9월 출범한 ‘정진석비상대책위원회’와 70여 일 만의 첫 만남”이라며 “24일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두고 대통령실이 불편한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주(호영) 원내대표를 끌어안으며 격려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6개월간 여당과의 만남만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일보는 “이번 만찬에서도 야당은 초청받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 여야 지도부와 함께 ‘돼지갈비와 김치찌개’ 회동을 제안하는 등 소통 의지를 보였던 것과는 사뭇 대비된다”며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 후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을 물밑 추진한 적이 있으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야당과의 관계가 경색된 이후 그마저도 전면 중단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은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간 만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11월26일자 동아일보 기사
▲11월26일자 동아일보 기사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민주화 이후 이런 식으로 야당을 대한 대통령은 없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열흘 만에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이명박씨도 각각 취임 한 달 반, 두 달 반 만에 여야 원내대표나 당대표와 만났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입법을 실현하려면 169석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윤 대통령이 현실을 외면하는 까닭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 수사 때문이라는 이유에 대해서도 “고금리·고물가에 수출 감소까지 겹친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위기 대응을 논의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검찰 수사가 민생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을 통해 “고분고분한 여당 지도부만 만나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전폭적 협력 의지를 밝히는 게 급선무”라고 촉구한 뒤 “이미 민심의 심판이 끝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도 더 끌지 말고 정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여야 대치와 국정 난맥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라 경고했다.

이재명 향하는 검찰수사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수사망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좁혀지고 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와 주변인들의 계좌 추적에 나선 가운데, 이 대표는 25일 “언제든지 털어보라. 그러나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쇼하는 것은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관련 인물들은 개발 특혜 의혹과 이재명 대표의 연관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관련 재판에서 남욱 변호사는 ‘천화동인1호’ 지분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지분이 있고, 이는 그의 대선자금과 노후자금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에게 로비하기 위해 ‘화천대유’ 대주주였던 김만배씨를 끌어들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조선일보는 이를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경향신문은 관련 기사에서 “반대신문에 나선 유 전 본부장(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증인석에 선 남 변호사가 마치 합을 맞춘 듯 이재명 이름을 거론하며 문답을 주고 받았다”고 했다.

▲11월26일자 국민일보 사진기사
▲11월26일자 국민일보 사진기사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이 대표는 지난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조사를 위한 검찰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스스로 측근임을 인정한 정진상· 김용이 구속됐는데도 유감 표명 한마디가 없다”며 “수사 비협조와 꼬리 자르기로는 사법 리스크를 벗어날 길이 없다는 것을 이 대표는 깨닫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제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말까지 들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사설의 경우 “국민적 논란이 불가피하고 이례적이긴 하나 야당 대표라도 의혹이 있다면 수사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관련 의혹을 영장에 적시해 보도되도록 하고, 대장동 일당의 엇갈린 주장이 공개되도록 방임하는 것까지 통상적 수사기법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억대 뒷돈을 현금으로 집에 보관했다는 의혹, 이 대표가 대장동 지분을 소유했다는 의혹 등의 물증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은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아선 안 되고 이 대표 역시 국민에게 충분하고 솔직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통창구 닫은 대통령 향한 당부

윤석열 대통령이 18일을 마지막으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끝낸 지 일주일이 지났다.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는 ‘정권과 언론의 적정 거리는 얼마일까’ 제목의 기사(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에서 역대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를 되짚었다. 그러면서 “제가 이렇게 전직 대통령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언론과 겪은 갈등과 비교하면 어린 아이의 투정에 가깝다. 그는 언론의 피해자가 아니라 수혜자”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MBC를 중심으로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로는 ‘정치를 모르기 때문’ ‘독선석 성격 때문’ ‘지지율 하락 때문에 고정지지층을 붙잡아두려는 의도’ 등으로 봤다.

▲11월26일자 중앙일보 칼럼
▲11월26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선데이 한경환 총괄 에디터는 ‘‘도어스테핑 2.0’을 기다린다’ 칼럼에서 “도어스테핑을 중단한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박탈한다거나 언론을 탄압했던 군사독재 시절로 회귀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이 소통의 성과로 자부했던 도어스테핑을 스스로 중단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한 에디터는 “진보와 보수 양 진영으로 극단적으로 분열된 상황에서 공영방송은 늘 정권의 ‘우리 편’ 차지가 돼야 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도 그 연장 선상에 있는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한국 언론이 당파적이고 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럴수록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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