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MBC사옥.
▲서울 상암동 MBC사옥.

국민의힘이 ‘MBC 민영화’를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에 MBC 내부 분위기는 ‘무관심’에 가깝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다. 

MBC 민영화의 시작은 주식상장이다. MBC는 20만 주의 비상장 주식회사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14만주(70%), 정수장학회가 6만주(30%)를 갖고 있다. 코스피 기준 일반기업이 주식상장을 하려면 최소조건이 100만주다. 상장예정주식수를 맞추려면 증자를 해야 한다. 만약 유상증자해서 100만주로 늘릴 경우, 정수장학회 지분은 6%로 쪼그라들 수 있다. 일종의 ‘지분 희석’으로, 정수장학회가 찬성할 리 없다. 현실적으로는 주식분할이 쉬운 옵션이다. 1주를 5~10주로 쪼개는 식이다. 

민영화를 위한 이 같은 의사결정은 모두 방문진 이사회에서 가능하다.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은 문재인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임기는 2024년 7월까지다. 방문진 이사들을 해임시켜 이사회 구도를 바꾸지 않는 한 민영화 논의는 어렵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있는 한, 방문진 이사 임면권이 있는 방통위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여권 중심의 이사 해임안을 의결하는 것 역시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한 위원장 임기는 2023년 7월까지다. 아예 방문진법을 없애 70% 지분을 국고로 귀속시킨 뒤 시장에 내놓는 방법도 있지만 2024년 6월까지 국회 다수당은 민주당이다. 국민의힘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 

시간이 흘러, 방문진 구도가 바뀌고, MBC가 공영방송일 필요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다수 형성되고 구성원들도 변화를 수용해 무리 없이 주식상장에 나선다고 가정해보자. MBC대주주가 되려면 얼마가 있어야 할까. 현재 MBC는 공식적으로 자산규모를 측정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힌트’가 될 사례는 있다. 2012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겨레의 ‘최필립-이진숙 비밀회동’ 10년 전 보도에 의하면 MBC는 당시 기업가치를 2조원으로 산정했다. 지역MBC 지분 등을 감안했을 때는 2조5000억원까지 추정 가능하다. 

▲방송문화진흥회.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방송문화진흥회.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대주주로 MBC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30% 수준의 지분은 갖고 있어야 한다. 보수적으로 MBC 가치를 2조5000억으로 전제할 때 대주주가 되려면 7500억이 필요하다. 하지만 AM송신소와 지역MBC 사옥 등 각종 부동산을 고려하면 자산 실사에 들어갈 경우 MBC 가치는 더 높게 책정될 수 있다. 당장 서울MBC가 51%를 갖고 있는 대구MBC만 해도 2019년 사옥 매각 대금만 4000억이었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면 MBC 대주주가 되기 위한 금액은 1조가 넘어갈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당장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MBC가 1조를 투자할 만큼 가치 있는 기업인가. 알다시피 미디어플랫폼 다변화로 지상파는 끝없는 내리막길이다. 지상파의 한 고위관계자는 “MBC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이 통신3사 정도인데, IPTV에 OTT까지 있는데 그 큰돈을 내고 MBC를 살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더욱이 방송법 8조에 따르면 규모 10조 이상의 대기업은 지상파방송사 주식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다. 결국 법을 바꾸지 않는 한, MBC 대주주 행세를 하려면 10조 이하 규모의 기업이 1조 이상을 써야 한다. MBC 대주주 후보군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고 봐야 한다. 

민영화가 어려운 또 다른 ‘걸림돌’도 있다. 30%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육영수’ 이름을 따서 만든 곳으로, 과거 5‧16 장학회로 불렸다. 실질적 주인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다. MBC 민영화로 정수장학회는 MBC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씨에게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물론 방문진이 일정 현금을 주고 30% 지분을 가져오는 식의 ‘주식 소각’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매각 대금 등을 둘러싸고 특혜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9월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MBC 항의방문 모습. 사진=언론노조
▲지난 9월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MBC 항의방문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 한 관계자는 “수십 년간 (정치권에서) 주장만 있고, 지금껏 민영화에 대한 현실적 검토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내부에선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MBC 관계자는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수신료도 없고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며 “국민의힘이 꺼낸 ‘민영화’는 일종의 ‘징벌적 민영화’여서 문제지만, 아마존과 워싱턴포스트의 사례도 있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선 오히려 민영화 논의를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MBC는 공영 소유구조에 민영 수익구조를 가진,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든 방송사다.

민영방송으로 출발한 MBC는 박정희 독재정권의 강탈로 5·16장학회가 소유하다 1980년 전두환 독재정권에 의해 KBS가 70% 지분을 가져갔다가 민주화 이후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법이 통과되며 KBS 지분이 방문진으로 넘어가며 오늘의 구조가 됐다. MBC 안팎에선 지금껏 ‘징벌적 민영화’ 논의만 반복되었다는 평가다. 결국 이번에도 국민의힘이 원하는 인사가 MBC사장이 되면 민영화 주장도 슬그머니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