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지난 18일 홍보기획비서관과 설전을 벌인 이기주 MBC 기자에 대한 징계를 시사한 가운데 MBC기자회가 22일 “정당한 취재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일련의 행위에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MBC기자회는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실은 MBC기자 질문을 ‘난동에 가까운 행위’라고 규정했으며, 질문을 받지 않고 들어가는 대통령에게 재차 목소리를 높여 질문한 것을 두고 출입 정지 등 징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해 놓고 ‘예의’ 운운하며 추가 질문을 막아서는 참모들을 향해 항의하는 것이 징계받을 행위인가”라고 되물었다.

MBC기자회는 “언론의 불편한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권력은 아무리 ‘소통’을 외쳐도 빈 껍데기일 뿐”이라고 강조한 뒤 “특정 언론을 꼬집어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공적 공간에서 스스럼없이 일부 기자들을 따로 불러 얘기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대통령의 언론관인가”라고 반문했다. MBC기자회는 “우호적인 기사와 ‘받아쓰기’로 권력의 들러리가 될 생각이 없다. 앞으로도 국민을 대신해 주저 없이 묻고, 또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주 MBC 기자를 향한 도 넘은 인신공격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MBC기자회는 “지난 주말 사이 기자 개인을 향한 협박성 이메일이 쏟아졌다. 급기야 극우 성향 커뮤니티엔 기자에 대한 살해 협박 글까지 공개적으로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영부인의 팬클럽 회장을 자처했던 자는 공개적으로 기자에 대한 물리적 제압까지 촉구했다”며 “대통령실과 여권의 ‘좌표 찍기’ 이후 일사불란하게 자행되는 비이성적 행태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MBC기자회는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함께 경영진이 신속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사건 전까지 2800명대였던 이기주 기자의 네이버 뉴스 구독자수는 22일 오후 7시 현재 5만1881명으로 급증했다. 이 기자를 향한 지지와 응원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한국기자협회 “도어스테핑 중단 책임 MBC에 떠넘겨” 대통령실 비판 

한국기자협회도 대통령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 중단과 회견 장소 가림막 설치를 비판하며 “대통령실은 기자들 간 갈등 조장을 중단하고 MBC에 당장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출근길 약식회견 중단 원인을 묻는 질의에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한국기자협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도어스테핑 중단의 책임을 MBC에 떠넘기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도어스테핑 중단에 앞서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단 간사들에게 연락해 MBC에 대한 징계의견 청취를 했다. 만약 MBC 기자의 잘못이 있다면 출입기자단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라며 “대통령실이 앞장서서 특정 기자 또는 특정 언론사에 대해 징계를 운운했다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대응은 눈엣가시 같은 비판 언론사에 대한 집요한 공격으로 비춰질 뿐만 아니라 특정 언론사를 본보기로 삼아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라고 우려했다. 

한국기자협회는 “2008년 이명박 정권이 KBS에 대해 감사원, 국세청,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낙하산 사장을 앞세워 YTN과 MBC 기자들을 해직시켰던 뼈아픈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며 현 상황을 가리켜 “대통령실과의 싸움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언론이 다시 15년 전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것에 한숨이 나온다”고 개탄했다. 이어 대통령실을 향해 “도어스테핑 중단을 교묘하게 MBC 잘못으로 돌려 출입기자 사이를 이간질하고 갈등을 유발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며, 나아가 “MBC에 대해 국민 소통을 방해한 언론사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한심한 작태도 당장 집어치워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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