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출근길 질의응답이 중단된 책임을 MBC 기자에게 돌리며 해당 기자에 대한 출입기자단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출입기자 간사단에게 기자 징계 논의를 요청했던 대통령실이 또다시 “언론인 협조”를 요구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2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출근길 질의응답은) 지난 6개월 동안 새벽부터 아침까지 대통령과 기자님들이 함께 만들고 쌓아왔던 자랑스러운 기억”이라며 “지난 금요일(18일)의 일이 다시 반복되거나, 이게 물꼬가 터져서 더 혼란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될 것이다. 비단 저희나 아니면 언론인 분들을 떠나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재발 방지를 할지는 누구를 떠나서 함께 생각해야 할 대목이라고 저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치 있는 소통 방식이라고 판단해 주신다면 이 도어스테핑(출근길 질의응답)이 정착되고 관행화될 수 있도록 함께 많은 언론인 분들도 협조해 주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정 매체의 기자님에 대한 조치와 관련해서는 저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며 스스로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용산 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용산 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은 MBC 기자의 질문 태도 등을 문제삼아 21일 출근길 질의응답을 중단했다. 앞서 18일 해당 기자는 MBC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뭐가 악의적인가”라고 물었고,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이를 ‘예의 없다’고 지적하면서 양측의 언쟁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이튿날 출입기자 간사단에 해당 기자 출입정지 및 교체, 기자와 MBC 출입등록 취소 등의 예시를 들며 징계논의를 요청했다. 간사단이 이를 논의할 근거규정이 없다고 밝혔으나, 대통령실은 ‘출입기자 자정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언론 단체는 이런 대통령실 대응을 ‘기자간 갈등 조장’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21일 “MBC 기자의 잘못이 있다면 출입기자단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대통령실이 앞장서서 특정 기자 또는 특정 언론사에 대해 징계를 운운했다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도어스테핑 중단을 교묘하게 MBC의 잘못으로 돌려 출입기자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갈등을 유발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또 MBC에 대해 국민 소통을 방해한 언론사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한심한 작태도 당장 집어 치워라”라고 성명을 냈다.

출근길 질의응답을 중단한 결정에 대해서는 일부 여권 인사들도 우려를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21일 SNS에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대통령 스스로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이를 중단한다니, 국민과의 소통이 사라질까봐 우려된다”고 썼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이번 일의 원인을 MBC에 돌리면서도 “도어스테핑’이 재개되길 바란다”는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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