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MBC 기자의 질문을 지적하며 불거진 언쟁 관련해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이 사의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근본적 재발방지책”을 강조하면서 MBC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취할 의지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1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께서 지난 금요일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한 도의적 책임감을 표명하시고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및 그 공간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서 오늘 사의를 표명하셨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실의 첫 대외협력비서관(구 춘추관장·국민소통관장)인 김 비서관은 이날 오후 기자실을 돌아다니며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불미스러운 사고’란 지난 18일 윤 대통령이 출근길 MBC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금지 이유로 MBC 보도를 “가짜뉴스” “악의적 행태”로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를 들은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냐” 물었지만 윤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고,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들어가시는 분한테 그렇게 얘기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제지하면서 언쟁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불미스러운 일’을 이유로 출근길 문답을 중단하고 그 책임을 MBC에 돌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들었다. 오히려 국민과의 소통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이에 근본적 검토를 통해 국민과 더 나은 소통을 위해 부득이 오늘부로 도어스테핑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그러나 정작 MBC 기자와 언쟁을 벌인 이기정 비서관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설전 당시 해당 기자의 일방적 행위만 있었던 건 아니라고 보이는데 이기정 비서관 행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가능할 때마다 기자 여러분 질문을 받고, 최대한 진솔하게 답변하려고 노력을 해왔다. 그 상황에서 정당한 취재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고성과 소란이 있었다. 그것이 재차 반복됐다”며 “이기정 비서관은 그것을 지적했다. (이 비서관은) 도어스테핑을 담당하는 주무 비서관이기도 하기 때문에 설전은 앞에 있었던 문제에서 비롯됐다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MBC에 대한 조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실제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출입기자단에 MBC 취재기자에게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등록 취소 △대통령 기자실 출입정지 △다른 MBC 소속 기자로 교체 등 출입·취재에 대한 직접적 제재 방안을 언급했다. 이날 관계자는 “즉각적인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기자단과 협의 속에서 자정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고 관련 논의를 제안드리기도 했다. 그런 논의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 구체적 고민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출근길 문답의 중단 사유로 내세운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도 ‘출근길 문답이 국민과의 소통을 저해하는 방해물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18일 일과, 국민과의 소통 저해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하려 했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대통령이 불편한 질문을 회피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지 않았느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해당 관계자는 “(18일 상황은) 고성이 오가고 난동에 가까운 행위가 벌어지는, 국민 모두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고 생각한다. 재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도어스테핑을 유지하는 건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하려는 본래 취지를 오히려 위협 받게 된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선택적 답변 지적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누구보다 불편한 질문에 많이 답변한 것도 기억한다. (MBC 기자가) 도어스테핑 마치고 들어가는데 등에 대고 고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면서 같은 이야기를 두 차례 반복했다. 저는 그것이 정당한 취재활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출근길 질의응답 중단을 누가 결정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사 결정 과정을 일일이 설명드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대통령실) 브리핑 내용 속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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