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이 MBC 출입기자 제재 조치를 위한 절차를 열어달라는 대통령실 요청에 불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질의응답 당시 MBC 기자의 질문을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막아서면서 생긴 언쟁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해당 언론사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21일 대통령실 기자단 간사단은 지난 19일 오후 대통령실로부터 MBC 기자 조치를 위한 ‘운영위원회 소집 및 의견 송부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MBC 취재기자에 대한 △등록 취소(해당 언론사 1년 이내 출입기자 추천 불가) △대통령 기자실 출입정지 △다른 MBC 소속 기자로 교체하도록 요구 등 3개 방안을 ‘참고가 될 상응 범주’로 제시했다고 한다.

간사단에 따르면 김은혜 홍보수석은 요청문을 통해 “지난 18일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이 같은 일이 지속된다면 도어스테핑 지속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대통령실은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회사 기자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기자단 입장은 20일 오후까지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현재 대통령실 출입기자 등록·운영은 기존 청와대 관련 규정에 준해 이뤄지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국민소통수석(현 홍보수석)은 운영위를 거쳐 △명백한 오보 △현저하게 공정성이 결여된 보도 △출입기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등 행위를 한 출입기자에 대해 등록취소·출입정지·출입기자 교체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운영위원회는 방송기자, 중앙신문, 지역신문, 인터넷미디어, 영상, 사진 간사 등 10인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다. 징계여부 사안이 발생하면 국민소통수석 및 춘추관장(현 홍보수석 및 대외협력비서관)이 운영위를 소집, 소집을 요구한 지 1시간 이내에 회의를 열 수 있다.

간사단은 이번 사안에 대해 “MBC 기자가 품위를 손상했는지 여부 등은 간사단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며, 현재 간사단의 기자 징계 근거가 되는 현행 ‘출입기자 운영 규정’(대통령실 규정과 별도)에는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에 대한 사안이 포함되지 않아 개정 작업 중에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즉 징계를 논할 수 있는 근거 규정 자체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제반 사항에 대해 기자단 내부 의견이 크게 갈리는 만큼, 기자단 차원의 입장 정리가 어렵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간사단은 또 이번 사안을 “전적으로 대통령실과 해당 언론사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간사단은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기로 했고, 특정 언론과 대통령실의 대결 구도가 이어지면서 이번 사안과 무관한 다수 언론이 취재를 제한 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20일 오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홍보수석은 출입기자 등록취소, 기자실 출입정지, 출입기자 교체 등 조치를 취할 때 ‘운영위원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출근길 문답 때 해외순방에서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못 타게 한 이유로 “(MBC가) 아주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이에 MBC 취재기자가 “뭐가 악의적인가”라고 질문했는데,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해당 질문을 문제 삼으면서 한동안 고성이 오갔다. 이후 대통령실은 21일  “불미스러운 사태”를 이유로 출근길 문답을 중단했고, 윤 대통령의 출근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통령실 청사 출입구 앞에  “보안”을 이유로 가벽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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