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언론자유와 시민의 알 권리에 대한 인식이 상식적인 법치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과는 거리가 너무 먼 것으로 드러난 것은 대단히 심각하다. 윤 대통령은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배제를 합리화하면서 “MBC가 동맹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논란이 된 관련 보도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처가 대단히 부적절했다는 점을 총체적으로 외면한 적반하장식 태도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언론 자유도 중요하지만 책임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더구나 그것이 국민의 안전 보장과 관련된 것일 때에는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지난 9월21일 미국 뉴욕 글로벌펀드 재정회의에 참석했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간 만나고 나오는 길에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한 것으로 MBC에 보도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 영상은 공동취재단에 참여한 모든 방송사에서 보도됐다.

▲ 윤석열 대통령이 9월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막말을 한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MBC뉴스 영상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이 9월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막말을 한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MBC뉴스 영상 갈무리

당시 MBC 측은 보도에 앞서, 대통령이 도보로 이동 중에 촬영되어 그 발언 내용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며  대통령실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13시간 가량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김은혜 홍보수석을 통해 △국회는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야당이고 △‘바이든은’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해당 보도를 맨 처음 보도한 MBC만을 꼭 집어 비판하면서 법적 조치를 취했고 급기야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 사태로 비화했다.

그러다가 윤 대통령이 직접 ‘MBC가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언급했고 여권에서 MBC 광고를 문제삼는 등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모습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발생해서는 안 될 정부의 언론에 대한 부당한 관계설정이라는 점에서 정밀 진단이 요구된다.

13시간 침묵한 대통령과 대통령실 문제 대단히 심각

먼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9월의 윤 대통령 방미 과정에서 기자단이 촬영한 대통령 영상으로 당시 대통령실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MBC가 영상 속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13시간가량 침묵했다. 이는 대통령실의 결정적인 실수, 또는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대통령은 최대의 뉴스 메이커로 공개적인 상황에 노출된 모든 언행은 보도의 대상이 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에게 ‘바이든은’이라고 했는지 아니면 ‘날리면’이라고 했는지를 즉각 확인해야 했고 대통령도 그렇게 해야 마땅했다.

오늘날과 같이 정보가 빛의 속도로 흐르는 시대에 13시간을 지체한 것은 MBC 등이 보도한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는 점을 대통령실이 인정한 조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단시간내에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것이 행해지지 않았다. 대통령도 국내외에서 관심을 갖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즉각 해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책무가 있고 만약 그렇게 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사태는 예방될 수 있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건데, 13시간을 침묵했다는 대통령실의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대통령실이 장시간 침묵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사태로 비화되었다는 점에서 MBC가 아닌 대통령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당시 MBC는 취재 보도의 기본원칙을 지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침묵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민주사회에서 정부와 언론의 관계에 대한 교과서적인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정부의 존재 목적은 시민에 대한 봉사이고 언론은 시민을 대행해서 알릴 의무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정부는 대중의 이해와 정권의 이해관계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대중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정치관련 정보의 공개를 지연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언론은 정부와 공공기관 등과 관련된 정보에 언론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사법적, 행정적 이유를 들어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시민들의 알 권리를 짓밟는 행위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국민의 주권 행사는 정확한 판단에 선행하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데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언론의 역할은 막중하다. (참고 자료 : https://conseildepresse.qc.ca/wp-content/uploads/2012/03/derp_EN.pdf

대통령실의 대응이 적반하장 격으로 비화한 것은,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 대상에서 배제한 사실이다. 대통령의 방미 중 문제의 발언을 여러 언론사가 동일한 내용으로 보도했는데 유독 MBC만을 문제 삼아 행정적 조치 등을 취한 것이다. 이는 전용기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것이고 대통령의 사유물이 아니며 더욱이 대통령실이 문제 삼은 MBC 문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자의적인 판단으로 MBC를 공개비판하면서 불이익을 준 것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짓밟는 행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 11월10일 서울 용산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 11월10일 서울 용산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을 시민사회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총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취재해 보도하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정보는 민주적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언론의 보도행위에 대한 모든 형태 간섭이나 제약은 결국 시민사회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 같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은 그 업무수행을 투명하게 집행하면서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할 책무가 있고 언론이 정책수행 등에 접근할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언론은 매일 발생하는 주요 사안들을 대중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정치와 사회 문화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전 사회적인 광범위하고 공개된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취재원에게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시민사회의 견해와 소통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언론과 언론인은 정부를 포함한 전체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대한 정보를 어떤 방해나 위협, 보복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이 무엇을 취재하고 보도할지는 편집권에 속한다. 언론이 편집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영향이나 간섭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검열에 해당한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에 대한 검열은 존재할 수 없다. (참고 자료 : https://conseildepresse.qc.ca/wp-content/uploads/2012/03/derp_EN.pdf) 

윤 대통령 이어 여권의 비상식적 태도 실망 차원 넘어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으로 법치에 대한 전문성이 남다를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실에 대한 책무가 무엇인지, 언론과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해 비상식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자칫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할 수 있어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MBC에 대한 광고 불매 운동을 부추기는 식의 발언을 한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 김 위원은 지난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MBC는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에 악의적인 보도와 의도적 비난으로 뉴스를 채워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프로그램은 유력 대기업 광고로 도배돼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많은 대기업이 초대형 광고주로 MBC의 물주를 자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모 대기업은 수십 년간 MBC 메인뉴스에 시보 광고를 몰아주고 주요 프로그램에 광고비를 대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겨냥하는 발언도 했다(기자협회 2022년 11월17일). 김 위원의 이런 발언은 광고주에게 압박을 가하는 부적절한 정치적 발언으로 박정희 시대의 언론탄압을 연상케 한다.

언론의 자유는 시민사회를 위한 보도 서비스를 의미하며 그것은 다양한 국내외 제반 법이나 헌장, 선언 등에 의해 보장받고 있다. 시민사회의 이해관계는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정치, 사회적 차원의 활동에 전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조건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언론과 언론인은 시민사회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완전히 자유로운 상황에서 그 작업을 수행할 책무가 있다. 언론의 이런 기능은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편견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권은 21세기 민주주의가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지를 돌아보고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실이 자초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 사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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