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하면서 가장 큰 변화로 내세웠던 출근길 문답이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21일 “21일부로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 취지를 잘 살릴 수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공지했다.

현재 대통령실 1층에는 윤 대통령이 이용하는 출입구를 기자들이 볼 수 없도록 가로막은 목재 가벽이 설치돼있다. 향후 보안유리로 된 벽이 설치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이 말한 ‘불미스러운 사태’는 대통령실의 MBC 취재통제 논란(대통령 전용기 탑승 금지)을 둘러싼 MBC 취재기자와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이의 설전을 의미한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은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막은 이유로 “악의적 행태”를 들자 이에 해당 매체 취재기자가 “뭐가 악의적이냐”고 반발했고, 이 비서관이 이 질문을 문제 삼으면서 언쟁이 벌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출입기자들과 만나 “도어스테핑에 대해서 대통령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아시리라 믿는다. 이렇게 중요한 국정 운영의 자리에 언론인 여러분이 국민을 대신해 와 계신 것이고, 그 국민을 대신한 질문에 대통령도 여러분이 직접 보시는 것처럼 가장 진솔하게 그리고 설명하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들을 여러분이 계속 봐 오셨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그런 자리에서 지난주 금요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대통령실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당시 이 관계자는 출근길 문답 재개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했지만, 대통령실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이를 전격 중단했다. 최근 대통령실이 출근길 문답에 모인 기자들과 고루 시선을 나누겠다며 윤 대통령이 올라설 단상을 설치한 일도 불과 며칠만에 무의미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의 보안벽 설치 역시 최근 일이 윤 대통령 심기에 거슬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가벽 설치 이유로 ‘보안 문제’를 들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20일 “지난 11월2일 비공개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외국 대표단 접견 시 일부 출입기자들이 대통령실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표단을 촬영한 일이 있었다”며 “1층 구조물 설치는 이 일을 계기로 논의된 것으로, 대통령의 도어스테핑과는 무관함을 밝혀드린다”고 공지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현장에 있었던 영상기자는 당시 외신기자들도 와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취재가능 여부에 답을 주지 않았으며, ‘무단촬영’이라는 대통령실 주장을 받아들여 촬영된 영상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번 동아시아 해외순방이 있기도 전의 일을 이제와 문제 삼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대통령실이 출근길 문답의 중단 이유로 ‘불미스러운 일’을 거듭 밝히고 있어, 대다수 매체들은 대통령실의 가벽 설치 이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며 약속했던 소통의 창구는 닫히게 됐다. 대통령실은 그간 윤 대통령이 “출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출근길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 방식과 횟수를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해왔다고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만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근거, 적극적 소통에 대한 대국민 약속 모두 어기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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