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입사한 CBS 32기 기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관저 단독보도’ 본문 내용 삭제 요청 논란을 부른 김진오 사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CBS 32기 기자들은 19일 ‘김진오 사장은 CBS와 노컷뉴스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공개 사과하라’며 성명을 게재했다. 기자들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정론직필 기자정신은 CBS 상징”이라며 “사장은 권력을 절대적으로 견제해야 하는 CBS 최전선에서 외압으로부터 구성원을 지키고, CBS 전통을 수호하는 ‘명예로운 책무’를 갖는다. 하지만 김진오 사장은 이 ‘명예’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질타했다.

▲CBS 사옥.
▲CBS 사옥.

기자들은 사장이 보도국의 독립적 권한인 편집권을 훼손했다면서 ”권력의 언어로 기사를 칼질하려는 순간부터 우리의 견제 대상이다. 기자 선배라는 탈을 쓴 사장의 권력으로 그동안 조각낸 후배들의 명예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김진오 사장이 실명으로 공개 사과하는 것이 CBS와 본인 명예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했다. 기자들은 “보도 개입 사태는 CBS의 모든 구성원에게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각인했다”며 “김 사장은 CBS 이름 뒤에 숨지 말라. 사장으로서 응분의 책임을 지고 실명으로 공개 사과해 CBS 명예를 회복하라”고 강조했다.

CBS는 지난 5일 ‘[단독]참사 당일 ‘빈집’인 尹 관저 지킨 경찰…지원 불가했나’ 보도를 통해 202경비단이 이태원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주하지 않았던 관저를 지키고 현장에 지원나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보도를 확인한 후 데스크를 질타하고, 본문 내용 삭제를 요청했다. 김 사장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대통령실이 기사 수정을 요구하면서 ‘빈집’이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진오 사장은 16일 사내에 A4용지로 된 안내문을 게재해 “‘윤 빈집’ 기사는 스트레이스성 단독 기사였다. 당연히 팩트를 근간으로 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했어야 한다. CBS·노컷뉴스가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다면. 사장이기 이전에 다시 태어나도 기자가 되겠다는 김진오에게도 ‘명예’라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CBS 34기~39기 기자들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누가 CBS 사장이 되든 기사와 관련해 보도국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고 경고했다.

김진오 사장은 지난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CBS 단독 보도는) 기자로서, 기사가 안 됐다”고 했다. 김 사장은 본문 내용 삭제 요청 경위를 묻는 질문에 “와전된 것이다. 데스크와 농담하듯 처음에 시작한 것이다. 맥락이 얘기가 안 된다는 말을 한 것이고, ‘데스크 제대로 본 거냐’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보도국장이나 취재기자도 판단하지만 사장도 판단한다”며 “그 판단을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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