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어린이 과학동아’ 기자로 입사했다. 신입 기자일 때 독자들이 참여하는 생태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도 찾으러 다니고, 개구리 소리도 녹음했다. 독자들 반응이 좋았다. 일종의 시민참여 과학이다. ‘지구사랑 탐사대’라는 프로그램으로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지구사랑 탐사대’가 성장하면서 어린이 과학동아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200명의 ‘전지적 독자위원회’를 운영하는 변지민 과학동아 편집장의 말이다.

2011년 ‘어린이 과학동아’ 기자로 입사한 그는 독자 참여 프로그램과 함께 매체가 성장하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이후 2017년 ‘한겨레21’로 이직한 뒤 ‘독자 3.0’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독자와 기자가 소통하고 다음 호 1면 표지와 보고 싶은 기사의 주제를 물어 반영했다. 지난 4월 과학동아 편집장으로 과학동아에 복귀한 그는 어린이 과학동아와 한겨레21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독자 참여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변지민 과학동아 편집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과학동아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변지민 과학동아 편집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과학동아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과학동아의 주인공이 돼 직접 표지를 고른다면? 기사도 평가하고 기자들과 직접 대화한다면? 여러분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기 위해 ‘전지적 독자위원회’를 모집한다. 모집 규모 100명.” 지난 7월28일 과학동아는 독자위원회 100명을 모집한다고 공지했는데, 일주일 만에 160명이 신청했고, 최종적으로 300여명이 신청했다. ‘1기 전지적 독자위원회’는 200명 규모로 출범했다. 10월호(기후 부동산 서울·부산 다 잠기면 어디서 살까)와 11월호(수천미터 지하에서 우주를 꿈꾸다) 과학동아 표지 사진과 1면 기사가 독자위원회 투표 결과를 반영해 발행됐다.

지난 9월엔 20~30명의 독자와 화상회의도 했다. 정부 출연연구소 박사, 20대 마케터, 40대 학부모, 10대 초중고 학생들 등 다양한 독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학을 좋아한다는 티를 낼 수 있게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달라’는 건의가 나오기도 했다. 자연스레 ‘쓴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10월호 발행 후 독자들은 ‘전지적 독자위원회’ 밴드를 통해 주제가 ‘환경’에 쏠린 점을 지적했다. 변지민 편집장은 11월호에 독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10월호 밸런스 조절 실패 사과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변지민 편집장이 10월호 기사 주제가 환경에 치우쳤다는 독자들의 지적을 받아 사과했다. 사진=변지민 편집장.
▲변지민 편집장이 10월호 기사 주제가 환경에 치우쳤다는 독자들의 지적을 받아 사과했다. 사진=변지민 편집장.

과학동아는 독자들과의 오프라인 모임도 준비하고 있다.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과학동아의 변지민 편집장을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과학동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독자 위원을 100명 규모로 모집했다.

“온라인 매체는 조회 수, 열독률 등 여러 지표로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알 수 있다. 과학동아는 온라인에 콘텐츠가 올라가지 않는다. 지표가 측정되지 않으니 답답했다. 독자들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기 힘들더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두 가지 경험을 떠올렸다. 한겨레21에 있었을 때 독자 3.0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오픈 채팅방에 독자들을 모아놓고 3개의 표지 후보군을 제시하고 투표했는데 독자들이 재밌어했다. 또 과학동아에 오자마자 ‘취미코딩’ 독자 참여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250여명이 모였다. 지면에만 이 프로그램을 홍보했는데도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코딩이 어려워서인지 지속은 어려웠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원하는 걸 잘 ‘던지면’ 반응이 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독자 참여 프로그램이 매체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까.

“2011년 12월 ‘어린이 과학동아’ 기자로 입사했다. 신입 기자일 때 독자들이 참여하는 생태탐사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다. 일종의 시민참여 과학이다. 우리 독자들이 녹음해서 데이터를 연구실에 보내면 연구실에서 분석했다. 봄에는 개구리, 여름에는 매미, 가을에는 귀뚜라미 소리를 녹음해서 연간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프로그램을 한곳에 묶어 ‘지구사랑 탐사대’를 만들었다. 2013년 1기를 출범했고 올해 10기다. 크게 성장해서 ‘브라이언 임팩트’ 지원도 받았다. 초등학생이던 참여자가 연구자가 되기도 했다. 처음엔 50명 100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연간 3000명이 참여한다. ‘지구사랑 탐사대’가 성장하면서 ‘어린이 과학동아’도 성장했다. 부수가 계속 늘고, 매출도 늘었다. 모든 잡지가 하향 곡선인데 ‘어린이 과학동아’는 그렇지 않았다. 독자 참여 프로그램이 매체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독자위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300여명이 지원을 했다. 뽑은 사람은 200명이다. 실제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은 70명 정도다. 화상 회의를 통해 회의를 하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고정 투표가 있다. 그 밖에 여러 가지 설문을 하고 있다. 채팅을 통해 소통하기도 한다.”

-지난 9월 독자들과 첫 화상회의를 했다. 어땠나.

“지난 9월2일 금요일 오후 7시에 첫 회상회의를 했다. 20~30명 정도 들어왔다. 의무참석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고정 투표가 있고, 그 밖에 여러 가지 설문을 했다. 신년호 특집 주제는 뭐가 좋은지 등을 물었다. 화상회의는 과학동아 기자들과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대상이다. 학생들이 많다. 자신이 과학을 사랑하는 찐 덕후라는 걸 드러낼 수 있게 굿즈를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 40대 학부모는 자녀를 위해 구독했는데 자신이 빠져들었다고 하더라. 독자위에 참여하는 분들은 진짜 과학 덕후구나. 애정을 가지고 재밌어서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지민 편집장이 독자들에게 11월호 주제를 투표해달라고 했다. 사진=변지민 변집장.
▲변지민 편집장이 독자들에게 11월호 주제를 투표해달라고 했다. 사진=변지민 변집장.

- 이 외의 소통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

“가장 중점적으로 독자위에 물어보는 건 표지 선정이다. 다음 호에서 보고 싶은 핵심 주제를 선정해달라고도 한다. 기자들이 독자들에게 발제하는 거다. 다음 호에 다룰 만한 기사 5개를 뽑아서 주제와 3줄 요약을 제공하고, 투표를 한다. 10월호와 11월호 주제도 독자들이 뽑았다. 12월호 투표도 진행하고 있다. 5개 주제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주제가 특집기사, 2위는 기획기사. 3~5위는 분량에 맞춰 기사화된다. 설문을 통해 독자들이 왜 보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고, 독자들은 의견을 글로도 남긴다.”

과학동아는 지난 8월26일 ‘2023년 신년호 표지주제’ 선정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독자위원들이 직접 40~50개 주제를 내놓았고, 투표를 통해 상위 10위(11개)를 뽑았다. 이후 지난 9월30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2차 투표를 진행해 1등 주제를 독자들이 직접 선정했다. 이미 10월호와 11월호는 독자들이 뽑은 표지 주제로 만들어졌다. 10월호는 ‘기후 부동산’ ‘인공 중력 기술’ ‘그린워싱’ ‘축구데이터 분석’ ‘팸테크’ 등의 주제가, 11월호는 ‘예미랩’ ‘2022노벨상’ ‘힉스 10년’ ‘메갈로돈’ ‘월드컵’ 등의 주제가 경쟁했다. 표지 및 주제 선정 뿐 아니라 과학동아에 실린 ‘기사 선호도’에 대한 평가도 진행되는데, 이 결과도 고스란히 잡지에 실린다.

▲2022년 10월호 과학동아 표지. 전지적 독자위원회가 직접 표지를 선정했다. 사진=과학동아.
▲2022년 10월호 과학동아 표지. 전지적 독자위원회가 직접 표지를 선정했다. 사진=과학동아.
▲2022년 11월호 과학동아 표지. 전지적 독자위원회가 직접 표지를 선정했다. 사진=과학동아.
▲2022년 11월호 과학동아 표지. 전지적 독자위원회가 직접 표지를 선정했다. 사진=과학동아.

 

-독자층은 어떻게 구성됐나.

“학생들 비중이 높은데, 성인도 있다. 10대 초중고 학생들 기본적으로 많다. 정부 출연연구소 박사, 20대 마케터, 40대 학부모 등이 화상 독자위에 참여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상식을 알려주고,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구독한다. 학생들은 재미를 느껴 보는 것 같다.”

-독자들과 채팅방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나.

“이과생 개그 같은 걸 올린다. ‘3.14XXXXX 30자리까지 외우기’, ‘큐브 맞추는 방법’ ‘아르테미스 발사한다고 하는데 같이 봐요’ 이런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나온다. 독자들이 놀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이과 개그 콘테스트를 해볼까?’ ‘과학 덕력 테스트를 해볼까?’ ‘SF 글이나 그림을 그리게 해서 공모전 해볼까?’ ‘한국의 이그노벨상을 제정해볼까?’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더라.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주기율표 외우기, 공룡 종의 수 외우기 등 과학을 즐기는 놀이터로 만들어주고 싶다.”

-과학동아는 온라인 콘텐츠를 출고하지 않는다. 온라인 전략에 대한 고민은 없나.

“종이로 보는 인포그래픽과 일러스트, 화려한 이미지 등은 온라인으로 구현할 수 없다. 독자위를 대상을 웹으로 보는 테스트를 하는 중인데 과학동아를 웹으로 보면 퀄리티가 떨어진다. 완전 다른 UI, UX를 만들어야 한다. 구성부터 텍스트 길이, 이미지 편집 등을 고려해야하는데 잡지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모바일에서 구현할 방법을 잘 못 찾고 있다. 유료 콘텐츠도 고민하고 있다. 학생 대상 진학 및 진로에 도움이 되는 정보, 과학동아 브랜드와 네트워크 필자 등을 활용한 마켓리서치, 전세계 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내용 등의 새로운 콘텐츠 묶음을 유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독자위와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싶나.

“독자 참여 프로그램을 더 만들고 싶다. 과학자들이 볼 때 의미 있는 것뿐 아니라 일반 대중이 볼 때 재밌고 참신한 게 중요하다. 내년 2월엔 2기 독자위를 시작할 예정이다. 독자들에게 물어서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내년 특집 기획, 연재 기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독자 친화적인 콘텐츠, 독자 평가가 좋은 콘텐츠 등을 상반기에 연재할 계획이다. 젊은 과학자들을 섭외하고 있기도 하다. 내년에는 젊은 과학자들의 원고가 늘어날 거다.”

-독자위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나.

“독자들이 순수하게 반응해준다. 때론 감동적이기도 한다. 한 중학교 3학년인 독자가 애정이 많다. 한겨레21 독자 3.0 프로젝트를 할 때도 사랑받는 기분이 들었다. 보람 있다.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비판 기사를 쓰고, 기사로 인한 파장이 크면 칭찬을 받는데, 소송도 당한다. 스트레스가 크다. 독자를 상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그런 스트레스가 적다. 기자에겐 댓글이 가장 큰 피드백인데 기사 보지도 않고 욕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독자와 교류는) 한겨레21 때도 그렇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에서 애정을 가지고 비판을 받으니 확실히 다르다. 기자 생활하면 긍정적인 피드백 받을 일이 많지 않다. 독자와의 교류 프로그램을 하면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으니 보람을 느낀다. 기자로서, 콘텐츠 생산자로서 자부심이 생긴다. 독자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달라고도 했다. 실제로 만나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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