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와 더탐사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실명을 공개해 논란이 된 가운데 언론시민단체들이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4일 논평을 내고 “정부여당 및 일부 친여매체가 10·29 이태원 참사 책임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이른바 ‘정쟁화하지 말라는 정쟁’을 벌이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언론이 유족 동의를 거치지 않고 희생자 명단을 공표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들레와 더탐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공개했다. 두 언론은 명단 공개 이유로 △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고 △ 과거 대형 참사에서는 사망자 이름을 공개해 왔고 △ 외신이 희생자 및 유족들의 실명과 사진을 보도했다고 밝혔다.

▲ 시민언론 민들레 홈페이지 갈무리
▲ 시민언론 민들레 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관련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하지만 그 명분이 무엇이든 사회적 애도는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그동안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강조해온 재난보도준칙 역시 참사 피해자와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하는 언론 취재 및 보도를 막고자 함이었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이 피해자를 호명해 일방적으로 공개한다고 진정한 추모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마련을 통해 이번 참사의 희생자를 제대로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역할해 달라”고 촉구했다.

언론인권센터는 15일 논평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실명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 명단 공개가 유족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이후 희생자 및 희생자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는 더더욱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번 실명 공개가 희생자들을 향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하고자 한다”며 “이미 일부 뉴스 댓글이나 SNS 등에서 이번 참사의 피해를 모여든 군중의 탓으로 돌리는 모습 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희생자들의 실명 공개는 그것만으로도 유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애도와 추모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들의 의견을 먼저 들으며, 이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함께 나누고 연대하는 그 순간에 비로소 이루어진다”며 “희생자와 유족의 의견에 대한 존중 없이 희생자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이들을 또 다른 고통에 노출시키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