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kids 어린이 프로그램 ‘마녀의방’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이 원한 많은 귀신때문이라며 괴담과 연결해 방송했다. SBS-TV ‘런닝맨’은 특정 출연자를 대상으로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방식의 게임을 진행했다.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는 악성 댓글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단순히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전설, 괴담, 미스터리를 소개하는 KBS kids 어린이 프로그램 ‘마녀의 방’은 2022년 8월27일 회차에서 자유로 귀신 괴담을 소개하며 특정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이 원귀에 의한 것이라는 무속인의 발언, 연예인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이 이와 관련성이 있다는 발언 등을 방송했다. 

진행자는 자유로 귀신 괴담을 소개하고 가수 유니의 사진을 보여주며 ‘유니가 심한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나 유니는 죽을 생각이 없던 사람이었음에도 일본에서 온 원기의 장난으로 억울하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 외 연예인의 사진들과 극단적 선택을 묘사하는 이미지를 일련의 연기 과정처럼 보여주며, 배우 정다빈, 최진실, 장자연 등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졌다고 했다. 

▲ KBS kids 어린이 프로그램 ‘마녀의방’ 방송화면 갈무리.
▲ KBS kids 어린이 프로그램 ‘마녀의방’ 방송화면 갈무리.

제작진은 서면 의견진술서를 통해 “마녀의 방은 어린이들이 흥미로워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와 세상의 기묘하고 신기한 이야기들 속에서 교훈을 찾고자 하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이라며 “해당 회차는 현실 연예인들의 경험과 사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한 회차다. 다만, 본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내용은 이미 널리 알려져 흔히들 알고 있는 이야기로 프로그램 맥락상 필요한 요소로 생각하여 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견진술 통지를 받은 후 해당 회차는 편성을 중지했고, 내용 수정이 불가능하다면 회차를 삭제하도록 하겠다”며 “KBS kids 채널은 개국 이후 심의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없다. 그동안 ‘어린이 및 청소년을 시청 대상자로 건전한 즐거움을 주는 안심 채널’이라는 슬로건 하에 엄격한 내부 심의를 거쳐 채널을 운영해 왔다. 어린이 시청 보호 시간과 시청 대상자의 정서 발달 과정을 더욱 고려하고 신중을 가해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해당 방송에 대해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악성 댓글의 피해자인 유니, 정다빈, 최진실, 그리고 장자연 사건까지 등장한다. 이것은 사회 문제였고 개인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었다”며 “이런 사안을 자유로 귀신과 엮어서 오락 프로그램의 흥미적 소재로 활용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교훈을 찾고자 하는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이걸 보면서 어떤 교훈을 찾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사안은 심의위원 5인 전원 의견일치로 법정제재 ‘주의’로 의결됐다.

SBS 런닝맨, 출연자에게 악성댓글 작성하는 게임 진행해

SBS-TV ‘런닝맨’은 2022년 7월10일 방송에서 ‘밥 숟가락 전쟁, 악플로 ‘STOP'을 들게 하면 식사’라는 제목으로 다수의 출연자들이 특정 출연자에게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방식의 게임을 진행했다. 

출연자들은 지석진씨를 대상으로 “지석진 코에 짜장 묻어요.… 지석삼 개꼰대.”, “지석진 씨 머리 심어주세요.”, “지석진 씨 할아버지 냄새나요.”, “지석진 나잇값 못하는 늙은 여우.” 등 외모와 나이를 비하하는 악성 댓글을 작성했고, 이를 AI가 읽게 하여, 해당 출연자는 게임을 포기했다. 이어 ‘익명성 뒤에 숨어 악플 세례’, ‘공손히 모발 이식 부탁’, ‘악성 찌라시에 결국 백기투항’ 등의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 SBS 런닝맨 2022년 7월10일 방송화면 갈무리.
▲ SBS 런닝맨 2022년 7월10일 방송화면 갈무리.

윤성옥 위원은 “악성 댓글은 사회적 문제인데 제작진들이 공감능력이 떨어지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악성 댓글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 연예인만이 아니고 일반인들도 항상 포함되어 있다. 방송의 오락 소재로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 제작진들이 인권 감수성에 관해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데, 예능 프로그램의 사회적 영향력은 시사나 보도 프로그램 못지않다”며 “사회적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속에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제작진들이 특별히 유의하길 바란다”고 했다.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외모나 나이를 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면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건 동의하는데, 한편으로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계속해서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우석 위원은 “심한 장난이고,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한 것 같다”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정색을 하고 보면 조금 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당 안건은 심의위원 5인 중 4인이 ‘권고’, 1인이 ‘의견제시’ 의견을 내 행정지도 ‘권고’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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