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우림.
▲디자인=이우림.

구글‧유튜브‧페이스북 등 초국적 플랫폼의 지배력이 뉴스와 정보의 유통을 장악한 가운데 이로 인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미들웨어’(middleware)라는 기술적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미들웨어는 플랫폼에 저장된 정보나 콘텐츠가 인터페이스상에서 이용자에게 제공될 때 이를 중간에서 매개하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지난 1일 발행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정책리포트에 따르면 美 스탠포드대 사이버정책연구소는 미들웨어를 거대 플랫폼 기업의 권력을 견제하는 기술적 솔루션으로 제안했다. 미들웨어 개념은 1998~2001년 마이크로소프트사(MS)에 대한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등장했다. 당시 美 법원은 웹 브라우저, 이메일 클라이언트, 미디어 플레이어, 인스턴트 메신저 등을 미들웨어로 규정하고, 윈도우 운영체제는 MS의 독점을 허용하되 다른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반이 되는 미들웨어에는 경쟁 체제를 도입하도록 했고 MS가 이를 수용했다. 

스탠포드 연구소는 해당 반독점 판결 취지를 언급하며 관련 보고서에서 “알파벳(구글, 유튜브)과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열의 거대 플랫폼의 자연독점은 인정하되, 플랫폼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미들웨어 영역에는 경쟁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인 권력 행사를 견제토록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에게 뉴스를 추천할 때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독점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이 영역을 개방해 플랫폼 자체 개발 알고리즘에 더해 제3자가 개발한 복수의 미들웨어가 경쟁하게 만들자는 제안이다. 뉴스 이용자는 복수의 미들웨어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미들웨어를 선택할 수 있다.

미디어정책리포트를 작성한 김선호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플랫폼 기업의 정보 및 콘텐츠 편집(curation)이나 추천 알고리즘 영역은 정부 규제가 현실적으로 적용될 수 없거나 정부 규제가 금지되는 자유의 영역 혹은 자율 규제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들웨어는 팩트체크 서비스, 뉴스 기사 노출의 우선순위 결정, 과거 기사 중 연관기사 추천, 허위정보와 혐오 표현 또는 기사형 광고 배제나 태깅과 같은 필터링 등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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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웨어 작동 개념도.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선호 연구위원은 “이용자 확대와 이윤 추구가 목적인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은 팩트체크 기사나 심층 기획기사보다는 속보성 기사나 선정적 기사를 우선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지만, 미들웨어는 노출의 우선순위를 저널리즘 품질 중심으로 재설계할 수 있으며 뉴스 기사 노출에 있어 언론사별 신뢰도를 반영해 기사가 노출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경없는기자회는 자신들이 추진 중인 ‘저널리즘 트러스트 이니셔티브’프로젝트가 미들웨어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플랫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미들웨어 제안을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 김선호 연구위원은 “미들웨어를 수용한다면 플랫폼 기업은 필터버블, 허위정보, 음모론, 혐오표현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반면 미들웨어 수용을 위해 API를 제3자에  개방하는 것에 대해서나 트래픽 감소 및 온라인 광고의 제한에 대해 우려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0년 기준 세계 온라인 광고 매출에서 알파벳은 146억 달러(약 19조2574억원), 메타는 84억 달러(약 11조796억원)를 기록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미들웨어 관련 스탠포드 보고서는 플랫폼 기업의 자발적 의사와 상관없이 미들웨어 수용을 법률로써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美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나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정부 기관이 플랫폼에서 미들웨어 운용을 감독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호 연구위원은 “미들웨어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 수익 모델 개발, 법제적 타당성 검토, 정보 및 콘텐츠에 대한 저널리즘적 품질 판단, 플랫폼별 고유한 특성 등 많은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라며 “컴퓨터공학자, 경영학자, 법학자, 언론학자, 플랫폼 기업 대표, 관련 정부 부처 등 다양한 전문가 그룹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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