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자사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윤석열 대통령실 상대로 헌법소원을 결정했다. 언론 관계법에 밝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대통령실에 여러 측면에서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실은 9일 MBC 출입기자에게 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미 순방취재진으로 확정된 MBC 기자들이 대통령실에 여권을 맡기고 출국 준비를 하던 시점이었다. 대통령실은 MBC에 보낸 입장문에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하여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이 10일 MBC 배제를 취소하라는 공동성명을 냈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철회하지 않았고, MBC 기자들은 이날 민간항공기를 이용해 출국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미디어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 순방에 쓰는 전용기는 개인 공간이 아니고 국가 재산이다. 공공 기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취재를 받아야 하는 공간”이라며 “(대통령실 주장처럼) ‘편의 제공’을 안 한 것으로 보더라도, ‘편의제공을 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행정작용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적 조치에 대한 효력을 다투는 행정소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사진=연합뉴스

헌법소원을 제기할 요건도 “충분하다”고 봤다. 김성순 위원장은 “(MBC 전용기 배제가) 어떠한 국가의 권력 작용인 것은 명백하다. 호의를 주지 않은 것이든, 공공재에서의 취재 당할 의무를 거부한 것이든”이라며 “‘권력적 사실행위’(행정행위 집행을 위한 공권력 행사 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번 일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언론의 자유 특히 취재원에 대한 접근권의 평등한 보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용기 탑승 배제가) 이미 끝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앞으로 이런 일이 있겠냐고 본다면 각하될 것이고, 앞으로도 이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본안 판단으로 들어갈 것 같다”는 전망을 더했다.

아울러 한 교수는 “대통령실이 ‘취재편의’라 주장하는 것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행정 작용”이라며 “이런 것들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면 안 되고, (이런 차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인인 MBC 또는 기자 개인이 대통령실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기자 출신 언론학자인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해외 사례들에 비춰 대통령실 조치에 대한 취소나 손해 배상 청구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봤다. 2018년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정지시켰던 사건 등을 참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CNN과 짐 어코스타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언론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는 물론 적법절차 원칙을 어겼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곧바로 백악관의 출입금지 조치 시행을 중단시켰다.

심 교수는 “이 사건은 결국 백악관이 어코스타 기자의 출입증을 완전히 복구시켜줌으로써 최종 판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기자의 출입 여부도 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이번 전용기 탑승 거부가 취재 제한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일정 취재에 어려움이 생길 뿐만 아니라 전용기 내에서도 수시로 브리핑 등이 이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슷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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