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가 ‘무늬만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부당해고했다가 노동위원회의 노동자성 인정 및 부당해고 판정이 거듭 나오자 ‘프리랜서’로 재입사시켜 논란이다. 노동위원회는 CBS 조치를 ‘판정 이행’으로 간주해 판정 취지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CBS는 복직한 아나운서에 대해 ‘노동자성 징표 없애기’에 나섰다.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0개 노동·사회단체는 10일 오전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판정에도 프리랜서로 쓰겠다고 우기는 CBS를 규탄한다”며 “꼼수 원직복직 대신 최 아나운서를 당작 정규직 아나운서로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0개 노동·사회단체는 10일 오전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판정에도 프리랜서로 쓰겠다고 우기는 CBS를 규탄한다”며 “꼼수 원직복직 대신 최 아나운서를 당작 정규직 아나운서로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0개 노동·사회단체는 10일 오전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판정에도 프리랜서로 쓰겠다고 우기는 CBS를 규탄한다”며 “꼼수 원직복직 대신 최 아나운서를 당작 정규직 아나운서로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9월30일 최 아나운서가 CBS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초심 유지’ 판정했다. 앞서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최 아나운서를 두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봐야 마땅하다”며 원직 복직 명령한 판정을 거듭 인용했다. 앞서 CBS는 최 아나운서와 4년 4개월에 걸쳐 3차례의 ‘프리랜서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경남CBS에 고용했다가 지난해 12월31일자로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경남지노위와 중노위에 따르면 CBS는 최 아나운서에게 다른 경남CBS 정규직 아나운서와 다름없이 일을 시켰다. 최 아나운서는 CBS의 지휘와 감독에 따라 일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재허가를 받기 위한 밤샘작업을 하고, 정규직 일인 광고편성 업무도 맡았다. 최 아나운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정난을 겪던 회사에 수익을 남기기도 했지만 돌아온 건 해고 통보였다”고 했다.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가 10일 한빛센터 등이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주최한 '경남CBS의 아나운서 꼼수 원직복직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가 10일 한빛센터 등이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주최한 '경남CBS의 아나운서 꼼수 원직복직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CBS는 서울지노위에서 패한 뒤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다 지난 9월30일자로 최 아나운서에게 복직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일하라는 명령이었다. 서면계약은 체결하지 않고서다.

최 아나운서는 이날 발언에서 “프리랜서일 때는 정규직처럼 일을 시키더니,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난 뒤에는 철저히 프리랜서로 일하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본사의 지시로 경남CBS 동료들은 제게 말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직원들과 유기적으로 하던 업무도 대인 접촉을 끊는 방향으로 조정됐다”며 “노동위 판정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돌아간 일터에서 저는 불가촉천민이 됐다”고 했다.

▲노희승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이 10일 한빛센터 등이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주최한 '경남CBS의 아나운서 꼼수 원직복직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노희승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이 10일 한빛센터 등이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주최한 '경남CBS의 아나운서 꼼수 원직복직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CBS는 복직한 최 아나운서를 상대로 ‘노동자성 징표 없애기’에 들어갔다. 회사는 최 아나운서의 고정 좌석과 컴퓨터를 없앴다. 기존엔 휴가일을 정규직 아나운서와 협의해 정했으나 이제는 ‘대체근로자를 구해두고 가라’고 명령했다. 기존엔 최 아나운서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했는데, 이제는 최 아나운서 ‘전용 서류함’을 만들어 서류함에 놓아두는 방식으로 바꿨다. 최 아나운서에게 ‘전일 근무는 최씨의 의도적인 행위이며, 예배는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것’이라는 확인서에 서명할 것도 요구했다.

문제는 노동위가 CBS의 이 같은 조치를 ‘복직 이행 완료’로 판단한 것이다. 경남지노위는 CBS의 조치가 최 아나운서를 ‘고용이 보장되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본 판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지노위의 담당자는 통화에서 “(CBS 조치가) 노동위 규정에서 정한 원직 복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상태를 이행이 안 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복직시켰는데 임금 또는 휴가를 안 주는 행위가 있거나 부당 대우를 당하는 데에는 노동위가 개입할 수 없다. 관할 근로감독과에 문제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최 아나운서를 법률대리한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노동위가 ‘위장 프리랜서’에 대해 원래부터 정규직이었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CBS는 프리랜서로 위장된 자리로 복직을 시켰다. 정규직 징표를 지우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며 “여기에 대해 노동위는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며 무책임한 말을 하고 있다. 선례가 없었다는 말로만 그치지 말고 적극적이고 상식적인 잣대로 이행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가 10일 한빛센터 등이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주최한 '경남CBS의 아나운서 꼼수 원직복직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가 10일 한빛센터 등이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주최한 '경남CBS의 아나운서 꼼수 원직복직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 노무사는 “최근 방송 제작 현장에서 다수의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법률적으로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많은 분들이 회사로 돌아갔다. 그런데 회사가 정상적 방식으로 원직 복직시키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원직복직의 취지를 변질시키고 있다. 이곳 CBS에선 그 중에서도 가장 말이 안 되는 꼼수가 등장했다”고 비판했다.

염정열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이번 사건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된다. 방송작가들도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복직 명령에 돌아갔지만 방송사는 새로운 부서와 취업규칙을 적용해 방송작가들을 또다시 차별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CBS라는 거대 방송사 조직이 아나운서 한 사람에게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횡포를 부리고 차별하고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CBS는 정규직 징표를 모두 지우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하루 빨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라”고 밝혔다. 

CBS 기획조정실 담당자는 노동위가 밝힌 최 아나운서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회사는 최태경씨의 계약종료 당시의 업무(파트타임 업무)로 복귀를 명했고 현재 그 업무를 수행 중”이라며 “최씨는 경남지노위가 명령한 ‘근로자 원직 복직’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CBS와 최태경씨 측의 해석이 다른 상황이라 여전히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지노위와 중노위 판정 내용에 반해 최 아나운서를 프리랜서로 복직시킨 이유에 대해서도 “회사는 최씨와 프리랜서 계약과 근로계약을 모두 체결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남CBS가 자사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홈페이지 갈무리. 최태경 아나운서라고 표기하고 있다.
▲경남CBS가 자사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홈페이지 갈무리. 최태경 아나운서라고 표기하고 있다.

CBS 측은 또 최 아나운서에 대해서 “아나운서라는 직위를 부여한 적이 없기에 아나운서로 호칭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BS 홈페이지는 최 아나운서가 제작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 소개에 그를 ‘최태경 아나운서’로 공개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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