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에 상정된 ‘TBS 조례 폐지안’으로 존폐 기로에 선 TBS가 지속 가능한 방송을 위해 5년간 독립 재원 비중을 40%로 늘리고, ‘시민뉴스 청원제도’ 등 시민참여방송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야기한 공정성 논란에 대해선 내부 공정성 심의 시스템을 강화해 대처할 방침이다.

▲ 9일 열린 ‘공영방송 TBS 지속발전방안 시민 보고회’. 사진=TBS 제공
▲ 9일 열린 ‘공영방송 TBS 지속발전방안 시민 보고회’. 사진=TBS 제공

9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사옥에서 ‘공영방송 TBS 지속발전방안 시민 보고회’가 열렸다. 지난달 구성된 사내 특별기구 ‘공영방송 TBS 지속발전위원회’ 논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이번 보고회에선 지난 9월 서울시의회에 상정된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TBS 조례 폐지안)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TBS 발전 방향과 재원 다각화 방안을 모색했다. TBS 조례 폐지안은 300억 원 이상의 서울시 출연금 지원을 막아 TBS에 사실상 ‘사망 선고’를 내리는 조례안으로 평가된다.

“TBS 예산은 KBS 1.1%에 불과, 재정독립 꾀하겠다”

TBS는 현재 31% 수준인 독립 재원 비중을 5년 동안 4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발전위에서 재원, 법제분과를 맡고 있는 김호정 TBS PD는 “TBS가 김어준의 뉴스공장만 바라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체 수익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정권 성격에 따라 공공기관 등 협찬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줄어가는 협찬 수익을 메우려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끌어올렸다.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상쇄할 정도의 대안 수익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TBS 향후 5년 동안 서울시 출연금 외 재원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사진=TBS 유튜브
▲ TBS 향후 5년 동안 서울시 출연금 외 재원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사진=TBS 유튜브

이어 “향후 5년 동안 서울시 출연금 외 재원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 이는 앞서 서울시가 재단 설립을 허가 받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보냈던 2027년 재정자립도 목표보다 5%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역방송지원금 등 공적자금을 위한 법적 개선도 요구할 방침이다. 김 PD는 “TBS는 지역방송발전지원법에서 배제돼 있고 TBS가 수익 사업을 하기 위해선 시장에 허가를 받아야 하며 출자출연기관법에 많은 손발이 묶여 있다”며 “아리랑TV 역시 문체부 출자출연기관이지만 국제방송교류재단법으로 다양한 공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런 법적 제약을 탈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절차들에는 적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그때까지 시 출연금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TBS의 2021년 제작비는 116억이었다. 사진=TBS 유튜브
▲ TBS의 2021년 제작비는 116억이었다. 사진=TBS 유튜브

서울시는 TBS 예산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출연금을 올해 50억 원 삭감했고, 내년도 TBS 출연금을 88억 원 감액하는 안을 시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김 PD는 “TBS의 2021년 제작비는 116억 원이었다. KBS 대비 1.1%, EBS 대비 6% 수준이다. 심지어 국가기관인 KTV 제작비의 반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서울시가 전체 출연금 중 50억 원을 삭감해 그 적은 제작비에서 30억 원이 더 깎였다. 이건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준을 넘어 파행적 방송 운행을 불러오게 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역할 강화를 위해 ‘시민참여형 방송’도 확대한다. 발전위에서 책무분과를 맡은 김승환 TBS 기자는 “시민참여 혁신을 위해 시민이 TBS에 취재·조사를 명령할 수 있는 ‘시민뉴스 청원제도’를 실시하겠다. 시민이 취재와 보도를 청원하고 찬성이 일정 수준에 달하면 TBS의 취재와 결과 보고를 의무화하는 형식”이라며 “시민에 더 많은 권한 드리고 TBS에 더 많은 의무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존권 보장, 참정권 강화, 격차 해소와 다양성 존중까지 분야별로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과 서울시 담당자, 서울시의회 의견까지 반영하겠다”며 “앞으로의 TBS 방송 제작과 운영은 연 1회 시민평가회를 열어 시민에게 평가 받고, 결과를 TBS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TBS 전략기획실장은 “구체적 실현 방법과 적절한 방향에 대한 논의는 계속 확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현실적 문제들까지 다 감안해 앞으로 최소 연 1회 운영 과정을 투명하게 시민들에게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내부 공정성 심의 기구를 상시로”…“조례 폐지안 언론탄압, 법적 대응”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대표되는 TBS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선 내부 시스템을 강화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환 TBS 노조위원장은 “지금까지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편향성·공정성 문제, 특히 김어준의 뉴스공장 관련 문제는 워낙 첨예한 사안이라 TBS 내부에서도 쉽게 얘기를 꺼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 내부의 자정 능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에 무산됐던 위원회가 지금 공정방송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재소환된 형태”라고 말했다.

▲ 이정환 TBS 노조위원장. 사진=TBS 제공
▲ 이정환 TBS 노조위원장. 사진=TBS 제공

이어 “(공정방송위원회) 회의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다. 지난달 말부터 매주 회의를 열어서 집중적 논의를 시작한 상태”라며 “프로그램 공정성이나 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구성원 의견을 제작자에게 전달하고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그동안 실효성 있게 운영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개선해 내부 자정 능력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TBS) 정상화 이후에는 상시기구로 전환해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에는 현재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돼 있다. 안건이 통과되면 300억 원 이상의 서울시 출연금 지원이 막혀 TBS는 ‘존폐 기로’에 서게 된다. 서울시의회는 내달 22일까지 진행되는 제315회 정례회에서 ‘TBS 조례 폐지안’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유선영 TBS 이사장은 “정말 상상하기 싫은 결과지만 만약 통과된다면 상위법에 저촉되는 내용을 갖고 가처분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폐지 조례 효력에 정지 신청을 할 것”이라며 “동시에 직원들의 직업의 자유와 같은 헌법적 권리를 위반하는지 따져볼 것이다. 방송법이나 지방자치제법 등에 관련된 조항을 따져서 소송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유선영 TBS 이사장. 사진=TBS 제공
▲ 유선영 TBS 이사장. 사진=TBS 제공

유 이사장은 “현재 TBS는 공정방송위원회를 비롯한 다양한 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고 심의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며 “외부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방송의 자율 규제 원칙에 따라 운영을 하고 있는데 시의회와 서울시 정당들이 특정 프로그램을 언급하면서 폐지를 거론한다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언론 탄압에 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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